필수의료 이탈은 불가항력…사법리스크 국가 역할 강화해야

강제지정·수가에 진료거부 불가…대응방안 이탈 뿐
보험진료 국가 의료배상 책임 강화·형사처벌 완화 필요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11-30 12:19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장, 박형욱 교수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필수의료 의사 법적 보호를 위해 국가 의료배상 책임을 강화하고 형사처벌을 완화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진료를 거부할 수 없고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아래 수가도 통제되는 상황을 감안, 적어도 건강보험 진료를 하는 필수의료 제공자는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30일 국회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주최하고 서울시의사회가 후원한 '의료사고 책임 감면과 필수의료 확대' 세미나에서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식을 공유했다.

먼저 발제에 나선 윤용선 바른의료연구소장은 필수의료 인력은 충분하나, 제공하지 않을 뿐이라는 점을 되짚었다. 

대표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지난 2010년 5501명에서 2020년 7298명으로 3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구 10만명 당 소청과 전문의 수 역시 68.9명에서 115.7명으로 67.9% 올랐다.

반면 2020년 전문과를 실제 표방해 진료하는 소청과 비율은 85%였고, 10%가량이 일반과 등 다른 과를 표방했다는 것.

특히 흉부외과의 경우 90%, 외과는 50%, 산부인과는 40% 정도가 다른 과를 표방했다.

윤 소장은 이 같은 현상은 저수가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등 과도한 법적 책임이 원인이 됐고, 기저에는 의사에 대한 신뢰 붕괴가 있다고 진단했다.

윤 소장은 "2020년 의약분업 이후 잘못된 정책으로 의사는 공공의 적이 됐고, 국민에게 불신의 대상이 됐다"며 "의사의 행위는 범죄자 행위가 됐고, 형사처벌도 증가하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의사들은 사명감이나 자부심을 포기하고 편하고 안전하고 덜 위험한 일을 하게 됐다. 이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 전문가도 필수의료 보호를 위한 법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단국대 의대 교수이자 변호사인 박형욱 교수는 의사 입장에서 필수의료 이탈은 불가항력적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미국의 경우 과거 의료사고 배상액이 커지자 병원은 위험도 높은 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방어진료와 수가 인상으로 대응하고, 보험사는 보험료를 인상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부 주에서 의료사고 배상액 한도를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료법으로 진료거부가 금지돼 있고, 요양기관 강제지정돼 건강보험 진료를 제공하며, 수가도 국가가 통제해 인상할 수도 없다. 구조적으로 미국과 같은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것.

박 교수는 "의사의 유일한 대응방안은 위험도 높은 의료인 필수의료를 이탈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지금 이런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국내 제도 특성상 건강보험의료에서 국가 의료배상 책임을 강화하고 형사처벌을 완화해 환자보호와 필수의료 제공자를 보호하는 것은 합리적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단 비급여 의료 제공 과정에서 의료과실에 대해서는 의사나 의료기관이 전적으로 책임보험료와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1년 춘천지방법원 이상덕 부장판사가 의료사고 국가배상책임 적용을 제안한 점도 소개했다. 의료사고가 의료인 경과실로 발생한 경우 배상책임을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고, 의료인에게 직접 책임을 묻지 않는 방식이다.

이 부장판사는 의료기관은 실질적 의미의 공무원에 해당, 원칙적으로 국가배상법상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당연 지정제를 통해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동원되면서 경과실로 발생한 결과에 대한 막대한 배상책임을 부당하는 점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필수의료 의사가 현장을 떠나고 있음에도 정부는 생색내는 정책에 대한 과장광고에 몰두하고 있다"며 "근본적이고 혁신적 전환이 없다면 필수의료는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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