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과제 '지속 가능' 건보 재정 관리‥'비효율' 지출 줄이기가 관건

행위별 수가제, 병상 과잉 공급, 낮은 보장성과 민간보험 등 비효율 지출 커져
고령화에 따른 진료비·사망률 증가‥생애 말기 케어에 대한 급여 정책 시급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2-27 06:02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보건 의료 지출 관리는 나라와 상관없이 공통된 정책 목표가 된지 오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사이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재정 관리'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OECD 국가 중 보건 의료 성과가 좋은 국가로 평가받아 왔다. 그렇지만 보건 의료 지출이 지금 상태로 간다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국민 의료비도 최근 OECD 평균을 넘어섰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이 향후 경제 성장 둔화, 인구 고령화 등으로 건강보험을 포함한 한국의 보건 의료 재정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바라보고 있다. 

이에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효율적 부분'의 지출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제시됐다.

특히 OECD에서는 전체 지출의 약 20%가 비효율적이거나 가치가 낮은 의료에 지출하고 있다고 추계하고 있다. 

그 중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행위별 수가제 중심, 민간 위주의 병상 과잉 공급, 낮은 보장성과 민간보험 등으로 발생하는 비효율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비효율 지출 정의 및 유형 분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비효율 지출은 '건강보험 자원이 비효율적이거나 비효과적으로 사용돼 환자의 결과나 치료의 질을 개선하지 않고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의료서비스'로 정의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의 비효율 지출 유형은 크게 ▲임상적 비효율, ▲운영상의 비효율, ▲행정적 비효율 등 세 가지 대분류로 구분할 수 있다.

임상적 비효율은 환자에게 적절하지 않은 또는 필요로 하지 않는 의료서비스가 제공된 경우다. 적절하지 않다는 것은 환자에게 불필요하거나 위해(harm)가 되는 것 뿐만 아니라 비용 효과가 낮은 서비스까지 포함한다.

운영상의 비효율은 더 적은 또는 더 저렴한 의료 자원을 이용해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체 의료서비스가 존재함에도 이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다.

행정적 비효율은 지출되는 의료비와 같은 자원이 환자 진료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하는 경우다. 비효율적이고 지나치게 관료주의적인 절차를 의미하며, 주로 해외에서는 부당 및 허위 청구를 주된 항목으로 측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의료비의 낭비적 요인은 의약품(중복처방 중심), 고가의 영상 장비 재촬영, 민간보험, 부당 청구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 비효율 지출 관리를 위한 정책은 꾸준히 시행돼 왔다.

임상적 비효율 관리 측면에서는 의학적 또는 임상적 그리고 비용 효과적인 측면에서 의료서비스가 환자에게 적정하게 제공됐는지를 평가하는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및 '가감 지급 사업', '신포괄수가 시범사업' 등 진료 행태 변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들이 있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현명한 선택 캠페인도 같은 맥락이다.

운영상 비효율 분야에서는 '의료기관 종별 본인 부담 차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경증질환 약제비 본인 부담 차등제도 의료 이용의 효율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외에 요양병원 선택입원군에 대한 본인부담 차등(20% → 40%), 등재의약품을 재평가한 뒤 가격 인하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행정상 비효율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는 요양기관의 요양급여 및 비용의 청구가 법률적으로 타당한지 살펴보는 '부당 청구 현지조사' 등이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건 의료의 비효율적 지출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인과 정책 입안자들은 재정 지속 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입자의 혜택을 줄이거나 본인 부담금을 올리는 등 선택보다 효율성 증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팀은 보건 의료 분야의 서비스 특성인 불확실성, 정보 비대칭, 방어 진료 등으로 비효율을 실제 측정하고 개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지출 효율화를 위한 전략은 행정적으로 복잡하거나, 환자, 지불자, 의료서비스 제공자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그러므로 인정하고 알리는 방법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비효율 지출 크기가 크더라도, 지불 제도, 병상 공급 등의 시스템 수준의 전략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많은 이해 당사자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리고 임상적 측면의 비용 효과가 낮은 서비스(low-value care)의 제공은 의료 제공자 입장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방어적 진료가 만연해 있는 현실에서는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비효율 유형과 항목 측정에 대한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들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연구팀은 최근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 '고령화에 따른 진료비 증가'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연구팀은 "고령화 자체보다 사망과 관련된 비용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생애 말기 의료에 대한 비효율적 지출 규모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호스피스 완화 의료 급여와 사전의료 연명 제도를 도입했지만 생애 말기 케어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이 부족하고 이에 대한 급여 정책이 부족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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