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시력 저하…각별한 주의 필요

단순한 눈 질환 아닌 중추신경계 질환 신호일 수도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5-08 11:00

 
눈은 단순히 보는 기관이 아니라, 몸 전체 건강의 거울이다. 단순히 '피곤해서', 혹은 '잠깐 그랬다 말겠지' 하고 넘기기 쉽지만 이러한 증상 뒤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가천대 길병원 안과 신영인 교수는 급성 시력 저하가 눈뿐 아니라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력 저하나 시야장애는 주로 시신경, 뇌혈관, 뇌종양 등 중추신경계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신경안과 영역에서는 시력 저하가 뇌졸중, 자가면역 질환, 뇌종양의 첫 징후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눈의 각막, 수정체, 망막뿐 아니라 시신경과 뇌까지 포함한 여러 부위의 이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급성 시력 저하가 발생하면 원인 기관과 질환을 파악한 후 정확한 진단을 위한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검사보다 더 먼저 중요한 것은 임상적 소견을 점검하는 것이다. 증상이 갑자기 생긴 것인지, 어느 상황에서 인지했는지, 통증이나 구토 같은 증상이 동반됐는지 등이 진단에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급성 시력 저하가 다양한 증상과 함께 나타날 때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은 몇 가지로 나뉜다. 

우선 '시신경염'이 있다. 시신경의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은 급성 탈수초시신경염이다. 통상 별다른 치료가 없어도 좋은 경과를 보이며,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로 시력 회복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력 경과는 치료 유무에 따라 큰 차이가 없다. 

시신경염 중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다발경화증의 발병률이 낮은 반면, 시신경척수염의 발병률이 높다. 시신경척수염과 관련된 시신경염은 시력저하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며 자연회복이 드물고, 뇌신경을 침범해 다른 신경학적 장애도 동반되기도 한다. 시신경척수염의 경우 영구적인 신경학적 장애가 발생할 수 있어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또 '앞허혈시신경병증'이 있다. 이는 눈으로 가는 혈류가 갑자기 차단돼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앞허혈시신경병증은 비동맥염성과 동맥염성 앞허혈시신경병증으로 분류할 수 있다. 비동맥염성 앞허혈시신경병증은 40세 이상의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게 흔한 질환이다. 

전형적인 환자의 조건은 1개 이상의 혈관질환 위험인자(예: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흡연)가 있을 때 발생한다. 또 종양이나 혈관염, 자가면역질환이 없고, 한 눈에만 증상이 생기며, 안구 통증이 없고, 복시 등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없는 경우이다. 

시신경 자체의 해부학적 위험인자(밀집된 시신경 유두 모양)를 포함한 여러 인자가 관련돼 있다. 진단이 확인된 경우, 반대안에도 비슷한 시신경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맥염성 앞허혈시신경병증은 평균 70세 이상의 고령환자에게 자주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혈관염으로 인한 혈관 수축으로 갑작스러운 시신경 경색이 오는 질환으로, 두통, 두피압통, 턱관절파행, 발열, 체중감소, 쇠약감 등의 전신 증상과 시력 저하, 복시 등 안과적 증상이 생긴다. 대개 시력저하가 심하고 시야 장애도 광범위하다.

고령 환자에서 의심 소견이 보이는 경우 반드시 응급으로 혈액검사를 시행해야 하며 그 결과에 따라 혈관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확진되면 반대편 눈의 침범을 예방하기 위해 신속한 전신 스테로이드 투여와 수액 공급이 필요하다. 

또 다른 원인으로 '압박 시신경병증'이 있다. 뇌하수체 종양이나 동맥류가 시신경을 압박하면 시야가 갑자기 좁아질 수 있다. 동맥류에 의한 시신경 압박은 대개 서서히 생기지만, 동맥류가 갑자기 팽창하거나 출혈이 발생하면 급성 시력 저하를 유발하기도 한다. 

뇌하수체종양에 출혈이나 경색이 발생한 경우에도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과 함께 의식 상태가 변화하며 시신경이 압박돼 시력 저하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경우를 뇌하수체졸중이라고 한다. 뇌하수체졸중은 과거에 종양을 진단받은 적이 없음에도 종양을 가진 환자의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뇌 MRI가 필요하며 즉각적인 전신 스테로이드 투여가 필요하다. 일부는 주사만으로 호전되기도 하나, 대개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아울러, '동명성 시야장애'도 원인일 수 있다. 이는 양쪽 눈의 같은 방향 시야가 같이 안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뇌의 시각 처리 부위에 이상(주로 시교차 이후)이 있을 때 생기는 증상이다. 주로 후두엽경색이 원인으로 나타난다. 

후두엽경색이 오기에 앞서 일시적인 양눈 흐림, 침침한 등이 전조증상으로 발생한다. 색전이 가장 흔한 원인이며 이 색전은 심장에서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후두엽경색이 심근경색이나 심방세동의 첫 징후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심장질환 환자들에게 시야 결손이 생기면 심전도 검사를 응급으로 받아야 한다. 

눈은 우리 몸에서 외부 신경 이상을 가장 빨리 반영하는 기관 중 하나이다. 따라서 단순한 시력저하로 보이는 증상이라도, 신속하고 정확한 진 필요한 중대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특히,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 ▲시야의 일부가 가려짐 ▲눈통증과 함께 구토 ▲양쪽 눈에 동일한 방향의 시야장애 ▲심한 두통, 의식 저하 동반 등은 최대한 빠르게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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