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막막한 약가 불안감…언제쯤이면 해결될까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5-05-19 06:00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균형잡힌 (약가) 사후관리', '예측가능한 약가로드맵', 'R&D 투자 여력 상실'. 거기에 덧붙여 '약가인하 감면분 재투자'까지.

제약·바이오업계를 대표하는 한 축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정책제안서에 담긴 문구다.

협회가 이 메시지를 던진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3월 '제1차 혁신포럼'에서도,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보다 앞선 지난해 11월 '프레스 세미나'에서도, 줄곧 꾸준히 약가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같은 행보는 마치 '이번만큼은 반드시 불합리한 약가인하 구조를 개선해내겠다'는 의지로도 엿보인다.

그만큼 상황은 심각하다. 한 제약사 경영인은 기자에게 '겁이 난다'고 했다. 날이 갈수록 기술과 시설은 발전하는데, 그 기술과 시설을 따라갈 여력은 없다. 물론 이래저래 모아둔 돈은 있다지만, 기회만 충분하다면 빚 내는 게 어렵겠냐만은, 당장 앞날이 걱정이다. '혹시 지금 하고 있는 사업에 악재가 생기고, 대응할 여력이 없어 직원들 월급조차 챙겨주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이 앞선다.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 중엔 '약가'가 있다. 천장이 보이지 않는 고가 신약과 늘어나는 고령 환자로 인해 약제비는 늘어만 간다. 정부는 약제비 억제 수단으로 '약가인하'를 꺼내든다. 매번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약가인하 적용 대상이 대체로 '굵직굵직'하다는 데 있다. 그래야만 약제비 억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인데, 그만큼 업계에 돌아오는 타격은 크다. 업계가 겁을 내는 이유다. 그동안 업계는 저항했지만 끝내 고스란히 그 타격을 감내해야 했다. 매번 달라진 것은 없었다. 결국 경영 목표는 '안전'이 됐고, '약가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노하우마저 터득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와 정부는 연간 1조원 이상 매출을 창출하는 'K-블록버스터'를 외친다. '얼마나 얄미울까.' 불현 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보는 시각마다, 입장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정부가 취하는 이중적 태도에 적잖이 아쉬움을 느끼는 업체는 적지 않을 테다.

그나마 '일말의 기대감'은 있다. 국내 신약개발 성과가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 가치를 바라보는 정부 시각도 바뀌고 있다. 거기에 복지부에서는 '약가관리정책 합리화' 방침도 새어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확신은 없다. 정부는 여전히 건강보험재정 지속가능성을 유지해야하고, 고가약과 고령화라는 조건은 더욱 정부를 압박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제바협이 이토록 절실하게 약가정책 개선을 외치는 것도, '더 이상 늦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일지 모른다.

'약가 사후관리'라는 문턱은 과거 수년 간, 또는 수십년 간 끊임없이 높아져왔다. 그렇기에 객관적으로는 '언제쯤 낮아질까'보다 '낮아질 수나 있을까'라는 생각이 더 현실적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제약'이라는 분야가 국가적으로 절대 놓쳐선 안 될 영역이라는 점이다. 제바협을 비롯한 여러 노력을 기반으로 정부와 업계가 눈높이를 맞춰갈 수 있길, 현실적인 생각에도 변화가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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