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지아 의원, 임재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김태우 국립교통재활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이진용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 교수, 유정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장.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과정에서 중증도 분류인 '적합질환군'에 급성기 재활의료가 축소되면서 중증 재활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회복기 의료기관과 지역사회로의 연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상급종합병원의 급성기 중증 재활 역할을 유지하면서 연속적인 재활시스템 구축과 이를 뒷받침할 수가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지아 의원 주최로 열린 '의료개혁 추진과 혁신적 재활의료 전달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 공청회'에 참석한 관련 전문가들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한지아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추진과정에서 중증도가 안 된다고 해서 급성기 재활이 굉장히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가 살펴봐야 한다. 또 회복기 병상이 전체 입원병상의 5% 수준에 그치고 있고 지역별 편차도 크다"고 지적하면서 재료의료 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재활치료가 제대로 연계될 수 있도록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진 주제 발표의 첫 연자인 임재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중증 환자 필수 재활의료 보장 방안'를 발제로 중증장애인의 급성기 진료(입원, 응급)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서 중증 환자 진료에 포함해야 하며 상종 및 재활의료기관 내 중증 재활전담 병상 기준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활이 급성기-회복기-지역사회로 이어지는 연속적 전달체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과정에서 급성기 재활의료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특히 이러한 연속적 재활전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하며 이를 통해 원활한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장애 악화 및 2차 합병증을 예방하고 의료전달체계 내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의료비 절감 및 자원 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 연자인 김태우 국립교통재활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필수재활의료 재활지표 및 성과지표'를 발제로 상종 구조전환에 따른 전달체계 안에서는 재활환자 상태가 악화되더라도 회복기 의료기관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 맹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재활환자의 상태가 나빠지게 되면 빨리 상종으로 전원을 의뢰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회복기 의료기관 또는 병원급 의료기관에 왔던 환자를 입원 환자로서 상종에 의뢰할 때는 적합질환자에서 빠지게 된다. 그래서 입원 환자 또는 응급으로 의뢰할 때 적합 질환자로 들어갈 수가 없다. 이를 개선해야 회복기 환자가 상종과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을 오가면서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으로 인해 중증 환자들이 제때 급성기 재활치료를 받지 못한 채 의료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종 구조전환 방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진용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 교수는 '재활의료체계의 한계와 개선방안'을 발제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계기로 병상이 감축됐고 상종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뇌졸중, 뇌손상, 전신사고 등의 중증 환자가 '적합질환자 인정 기준'에 포함되지 못해 급성기 재활치료를 받지 못해 '의료 난민'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방식의 변환이 필요하다며 중증 재활 필수 병상 10병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재활의료 이용환자를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되 모든 퇴원 환자에 대해 재활상태를 응급의학과의 트리아지(triage, 응급 환자의 중증도 분류)처럼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어린이 공공진료센터 모델을 벤치마킹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재활센터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분리하고 중증·급성기 환자와 더불어 장애인 재활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재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지아 의원 주최로 열린 '의료개혁 추진과 혁신적 재활의료 전달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 공청회'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진행했다. 사진=김원정 기자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중증 장애인의 경우 질환의 경중과 상관없이 고도의 의학적 지식, 다학제 협진 체계, 의료 인프라가 필요한 상황으로, 상종의 급성기 재활 기능을 없애고 회복기 병원에 그 역할을 전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환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국립재활원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 김동아 센터장은 "이전에는 상종에서 급성기 재활에 대한 역할들을 충실하게 했지만 이번에 상종 구조 전환을 하면서 급성기가 들어내지는 비상사태가 됐다"고 비판했다.
또 "급성기 재활이 없어지고 환자들이 회복기 병원으로 몰리면 회복기 의료기관은 이를 다 커버를 할 수가 없다. 중증 장애인 질환의 경우 그 질환이 작건 크건 상종을 빼면 연계시킬 병원이 별로 없다. 그만큼의 의학적 노하우, 다학제, 인프라 등이 부족하다. 결국 그런 역량은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서는 상종밖에 없다. 그렇다고 단기간에 회복기 병원들의 역량을 길러낸다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마지막으로 발표에 나선 유정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장(前 의료개혁추진단 과장)은 상급종합병원의 역할 재정립과 재활의료체계 개편이 병원 기능 간 균형, 환자 중심의 의료 흐름, 중증 환자 치료의 연속성 확보라는 큰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정민 단장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 중심으로 다뤄달라고 정책 방향을 정할 때 반드시 죽고 사는 문제뿐만이 아니라 전체 환자들의 사이클을 봐서 상급종합병원에서만 담당해야 되는 그 기능이 무엇인지, 이 부분들을 이번에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DRG-A를 조정하는 것은 별개로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군을 정할 때 재활의 기능들을 보려고 하고 있다며 상종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될 것인지, 지역 종합병원을 육성해야 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정해야 될 것으로 봤다.
다만, 단기간에 종합병원 역량 강화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상종과 종합병원이 균형적으로 어떻게 역할을 분담해야 할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재활의학과가 그간 정책적으로 소외돼 왔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앞으로 공정한 보상과 대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제도 개선 과정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실무적 의지도 언급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