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의 빅데이터‥국가적 긴급 상황에서 중요한 '키잡이'

전국민 건강데이터‥감염병·재정·지역격차 대응 사례로 주목
"실시간 위험 예측부터 병상 배정까지"‥코로나19 대응에 작한 빅데이터
실손보험, 공적 재정 위협…비급여 중심 지불제도 개편 시사
응급의료 사각지대 시각화…"지역의료지도, 자원 배분의 출발점"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6-12 11:55

건보공단 김재용 빅데이터연구개발실장.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코로나19, 전공의 파업, 병상 대란 등 위기 상황이 반복되는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건강보험 데이터가 실시간 정책 대응의 핵심 기반으로 떠올랐다.

단순한 통계가 아닌 치료 이력부터 사회경제적 조건, 건강행태까지 연결된 데이터는 어떤 환자가 위중해질지, 어느 지역이 의료 사각지대인지, 민간보험이 공보험 재정을 얼마나 압박하는지까지 밝혀내고 있다.

이처럼 공단의 빅데이터는 감염병 대응, 의료 불균형 해소, 재정 통제 등 보건의료 전반을 움직이는 '근거 기반 정책 결정(Evidence-Based Policymaking, EBPM)'의 엔진으로 작동하고 있다.

11일 열린 건보공단 글로벌포럼 '빅데이터로 여는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에서도 이 같은 사례들이 집중 조명됐다. 김재용 빅데이터연구개발실장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직감보다 데이터 기반 분석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보고, 한국형 EBPM 모델의 국제 확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실장은 "전체 국민을 포괄하는 NHIS 데이터베이스에는 보건의료, 인구통계, 사회경제적 요소, 건강행태 관련 상세 정보가 포함돼 있다"며 "이를 통해 실시간 피드백과 예측 분석, 기관 간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가입한 단일 공적 건강보험 체계를 전산으로 운영 중이다. 입원서비스에 대해서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수준의 세부 정보가 쌓이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약을 하루 몇 번, 며칠간 복용했는지까지 기록된다.

과거처럼 환자를 직접 추적해야 했던 코호트 연구와 달리, 지금은 전국민 단위로 일상적인 진료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 참여율 또한 70%를 넘어서면서 기본 인구통계와 사회적 요인, 가족·직업·주거·소득 정보까지 포괄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청구데이터를 정제·조합하면 특정 질환의 유병률, 중증도, 사망률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건보공단의 빅데이터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실질적 위력을 발휘했다. 2020년 2월 첫 확진자 발생 후, 건보공단은 질병관리청에 건강보험 청구 정보와 코로나 데이터를 통합하자고 제안했고 한 달 만에 연계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중대본과 복지부는 ▲중증도 예측 ▲취약계층·지역 선별 ▲백신 효과 분석 ▲치료제 관리 전략 등을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었다. 후속 질환 발생 양상을 추적하면서 '롱코비드' 대응도 병행했다.

2021년 말 코로나 확진자 급증과 병상 부족 사태 당시, 공단은 과거 병력을 반영한 분석 모델을 통해 중증 위험 환자를 분류했다. 이 모델은 전체 확진자의 98%에 활용돼 병상 배정과 역학조사 갈등을 조기에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

공단은 민간 실손보험이 공적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도 데이터로 보여줬다.

김 실장은 "실손보험은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를 함께 보장하면서 과잉 진료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5년 이상 축적한 실손보험 지급 데이터를 건강보험 청구 내역과 결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가입자의 60%는 1년 동안 한 차례도 청구하지 않았으며, 나머지 일부 이용자가 과도하게 진료를 소비하고 있었다.

비급여 사용량도 큰 차이를 보였다. 입원환자는 실손보험 가입 시 미가입자 대비 비급여 지출이 2배 이상 높았고, 의원 외래의 경우 10배까지 증가했다. 소아청소년과·정신건강의학과·산부인과처럼 비급여 의존도가 낮은 과목과는 대조적이었다.

공단은 이 같은 실태를 통해 민간보험 구조가 공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입증했고, 비급여 중심 지불제도의 전반적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공단은 또 지역별 보건의료 접근성을 시각화한 '지역의료지도'를 구축해 정책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 공급자의 시설·인력·장비뿐 아니라 환자 데이터를 통해 진료 패턴, 사망률, 합병증 발생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예컨대 '응급의료센터 1시간 내 도달 가능 인구 비율'을 시군구 단위로 산출한 결과, 강원 정선군의 경우 72%의 주민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응급 인프라 설계의 기초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

김 실장은 "이러한 분석은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을 정량적으로 구분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건보공단의 빅데이터는 코로나, 전공의 파업 등 국가 위기에서도 근거 있는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정책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토대가 된다.

김 실장은 "한국의 EBPM 모델은 정시성, 투명성, 효율성 측면에서 높은 수준을 보이므로 감염병과 고령화 대응, 지역 보건체계 설계 등에서 국제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데이터는 윤리적 거버넌스를 전제로 전략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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