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빅데이터도 AI‥의료기관 '책임' 역할 재정립돼야

빅데이터 활용 급증‥AI 시대 맞아 '현장 책임자'로 의료기관 역할 확대
"단순 제공자에서 혁신 파트너로"‥거버넌스 재편 속 의료기관 위상 변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6-12 05:57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며 의료와 연구, 정책 설계 전반에 걸쳐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하지만 그 파급력에 비해 현장의 준비는 여전히 더디다. 특히 데이터의 '책임 있는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의료기관의 역할이 재정립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1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한 글로벌포럼 '빅데이터로 여는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에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는 건강보험 빅데이터의 활용 역사를 짚으며,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의료기관의 책임과 역할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2010년대에는 이를 기반으로 한 연구가 급증했다. 사용 절차와 접근 방식이 발전하면서 서로 다른 치료법, 의료이용 패턴, 약물 사용 등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어 2020년대 들어 양질의 데이터가 대량 생산되고 분석기법도 정교해지면서, 저명 학술지 발표뿐 아니라 진료지침과 프로토콜에 반영되는 사례도 늘었다.

이러한 변화는 AI 기술의 도입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김 교수는 "AI와 현실 기반 데이터의 결합은 임상시험의 한계를 보완하고, 예측·조기진단·맞춤형 정책 설계에 핵심적인 자원이 될 수 있다"며 "청구자료, EMR, 건강검진 등 다양한 이기종 데이터를 통합하면 모델 성능이 향상되고, 반복적인 시계열 데이터도 제공할 수 있어 AI 학습과 검증에 매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고도화된 데이터 환경에서 의료기관이 리얼월드데이터의 생산자이자 해석자, 동시에 책임 있는 활용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교수는 데이터 활용에 있어 여전히 극복해야 할 장애 요인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기관 간 데이터 파편화와 표준화 부족을 들며 "예를 들어 심근경색 환자가 여러 병원을 거쳤을 경우에도 관련 데이터를 일관되게 모으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해당 문제는 기술보다 협력과 의지를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EMR 및 실제 진료데이터의 상호운용성 부족, 공공데이터 접근 절차의 복잡성과 제한, 개인정보 보호 및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 역시 빅데이터와 AI 융합의 걸림돌로 제시됐다.

이와 같은 제약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실험과 진전 사례도 소개됐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 중인 폐쇄분석실, 클라우드 기반 분석 플랫폼, 보건의료 빅데이터 통합 플랫폼 등 인프라 구축 사례를 언급했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부터 추진해온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도 좋은 예다. 해당 사업은 기관별로 표준화된 데이터를 구축하고, 폐쇄 분석환경을 통해 연구자에게 안전하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체계로 현재 7개 컨소시엄 43개 병원이 참여 중이다.

이외에도 공공기관과 병원의 임상 정보를 환자 중심으로 연계해 연구용으로 개방하는 'K-CURE 프로젝트', 민간기업과 병원 간 CDW(Clinical Data Warehouse) 기반 공동 분석 협력체도 확산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변화 흐름 속에서 의료기관이 기존의 수동적 역할을 벗어나, 데이터 기반 혁신의 공동 창출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의료기관은 단순한 데이터 제공자를 넘어 임상 맥락과 전문가 통찰, 윤리적 감시를 제공하고 현장 기반 모델 검증과 시범 적용을 주도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역할 수행을 위해선 의료기관이 인적 역량, 물적 인프라, 임상 경험, 책임의식을 고루 갖춰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김 교수는 "실제로 국내 대형병원들은 데이터 분석가와 AI 전문가를 채용하거나, 다학제 협업 체계를 운영하며 이러한 구조 전환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에서도 의료기관의 위상 변화를 요구했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고 연구비를 통해 민간을 유도했지만, 이제는 의료기관에 많은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토록 해야 한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빅데이터와 AI를 통해 디지털 이노베이션 파트너십을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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