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절된 소아청소년 관련 법…'기본법' 제정 필요성 부각

이주영 의원 주최 '소아 의료체계 대전환을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의료·복지·교육 아우르는 통합적 소아청소년 기본법 접근 필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고령화·기피 심화…의료진 부족 대책 절실
정부 대책 체감도 낮고 현장과 괴리…중장기 및 단기 대책 병행돼야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6-12 05:56

(왼쪽부터)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장, 조우경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 이용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법제이사, 최연철 대한의협회 보험이사, 이주영 개혁시당 의원.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소아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단별적이고 분절된 각각의 법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의료·복지·교육을 아우르는 '기본법' 제정을 통해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정책 설계와 체계적 지원의 근거를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아울러 소아청소년 의료체계를 지탱하는 전문의 고령화와 기피 현상 심화로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어린이들이 필요한 진료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11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소아 의료체계 대전환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이 같은 우려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토론회 좌장인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기존 소아청소년 관련 법들이 많지만 분절적으로, 개정보다는 제정의 방향으로 가야 소아청소년 관련 법들의 상위에서 강제성을 부여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봤다.

토론자들은 현 소아의료 관련 법의 한계로 인해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제정된 후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범위·연계성·시급성 반영 등 다각적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장은 "우리나라 소아의료는 의료체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모자보건법부터 시작해서 어린이와 관련한 법들이 연계성 없이 분절적으로 제정이 돼 왔고 지금 개정을 하기에는 거의 누더기 상태다. 그래서 기본적인 제정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입법조사처에서 첫 번째로 고민해야 할 점으로 대상 연령을 꼽았다. 우리나라 법에서의 아동 연령은 각 개별 법마다 기준이 다르게 돼 있기 때문이다. 또 분절적인 법들을 통합할 때 기본법에 의료서비스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 의료에 치중할 것인지, 아동 복지와 교육 등을 다 염두에 둔 큰 틀에서의 기본법이어야 할지 숙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제정법, 이런 기본법의 큰 의미 중 하나는 국가정책을 이끌어가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당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되는 문제들은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에 대한 어려움이 있고 이 기본법이 만들어진 다음에 나머지 법들을 다 없애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있는 법들과 유연하게 연계성을 가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어떻게 담아내야 될지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소아의료 현장에 대한 재정적·제도적 보완 노력을 해왔지만 여전히 현장의료진의 체감이 낮은 부분을 인식하고 있으며 소아청소년 관련 기본법 제정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기존 법률과의 연계성과 현실적 실행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관점도 내놨다. 

조우경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은 "소아의료와 관련해 수가문제, 의료안전망 문제 등을 계속적으로 보완해 왔다. 2023년, 2024년 여러 대책을 만들고 수가 개선을 위해 재정을 투입했다. 일례로 소아외과의 경우 신생아 대상 수술을 하는 데 있어서의 위험도와 고난이도를 고려해 1000% 수가를 인상했음에도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 소아청소년과 관련한 기본법 제정 필요성에는 대해서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기존 법률과 어떻게 연계하고 가져갈 것인지 등에 대해 면밀히 보고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소아의료가 악화되지 않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소아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영 의원은 이에 대해 "신생아 수술의 경우 1000% 수가가 인상되는 분야는 태아에 문제가 있을 때 엄마 배를 통해서 태아를 수술하는 것으로, 이러한 수술은 아무리 1000%, 10000% 수술 수가를 올려줘도 한 두 명의 산부인과 의사 혹은 한 두 개의 센터에만 집중돼 수치로는 굉장히 파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보기에는 전혀 실효성이 없는 대책일 수 있다"고 짚었다.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소아 의료체계 대전환을 위한 정책토론회' 전경. 사진=김원정 기자
우리나라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역할이 지나치게 축소돼 있으며 해외 선진국처럼 아이들의 전반적인 발달과 건강을 포괄적으로 돌보는 역할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즉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본래 해야 할 역할을 되찾고 건강한 성장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법제이사는 "개발도상국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선진국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역할 완전히 다르다. 개발도상국 소아과 의사들은 아픈 아이를 치료하는 일만 하지만 선진국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아이들이 잘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도록 부모에게 육아상담, 육아코치 등을 가장 중요한 업무로 여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역할은 굉장히 축소시킨 상태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게 해 주면 소아과 오픈런 등 여러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며 그런 취지에서 소아건강기본법이 필요하다고 봤다.

소아청소년 의료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기본법 제정과 함께 단기적으로 시급한 의료진 및 진료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최연철 대한의협회 보험이사는 "저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응급실에 근무 중이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당연히 저의 주된 업무는 진료지만 그다음으로 많은 업무는 연락을 받는 것이다. 가까운 지역 구급대에서 연락을 받고 때로는 관할 지역을 벗어나 다른 관할에 있는 구급대에서 연락을 받는다. 나아가 지방에 있는 병원들, 해당 지역의 광역 응급의료 상황실에서 연락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 전화들은 소아암이나 희귀 질환으로 보호자가 서울에서 진료를 받고 싶다는 요청 전화가 아니라 배가 아프거나 혈변을 봐서 장 중첩증으로 진단된다거나 경련이 멈추지 않아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거나 모세기관지염, 폐렴 등과 같이 아이들에게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조치가 취해지지 못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고 때로는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질환들이다.

최 이사는 이런 질환들로 인해 사망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아이들의 건강을 국가에서 책임지겠다는 발표와 대책들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질병과 사고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 소아진료, 소아청소년과뿐만 아니라 소아외과, 소아정형외과, 소아흉부외과 등 관련 의료진들의 기피현상 고착화와 신규 전문의 배출 급감, 기존 전문의들의 고령화 다음 세대를 진료한 전문가는 더 이상 배출되지 못하는 현실의 심각성을 짚었다.

그러면서 "만약 지금 남아 있는 의료진들이 현장을 떠나고 은퇴하고 난 뒤에 대책을 세우게 된다면 몇 배의 노력이 아닌 몇 십 배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어린이들의 건강을 포괄하는 법 제정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최선의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들, 또 이 순간에도 번아웃과 소송 리스크로 현장을 떠날지 고민하는 의료진들이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대책들이 논의되고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의원은 고위험 신생아들이 많아지고 있는 반면 관련 전문의 부족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정부의 과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 10명 중에 1명이 미숙아다. 그리고 그 10명 중 1명은 임신 20주 중후반 태어난 아이들이다. 이런 환아들은 인공호흡기를 오래 쓸 수밖에 없다. 그러면 치료 기간이 길어졌을 때 기도에 협착이 온다든가, 후두부터 시작해서 주변 장기에 어느 정도의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생긴다. 그런데 소아 기도 및 그 기도 부속기를 수술할 수 있는 의사는 대한민국에 현재 2명 남았다. 이들이 은퇴하고 나면 가르쳐 줄 수조차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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