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과밀, 일률 대책으론 한계‥"지역별 맞춤 전략 필요"

"야간·휴일엔 병원도 없다"‥경증환자 상급응급실 쏠림 반복
응급실 방문 1천만 건 분석…"복통·두통도 대학병원으로"
연구진 "과밀 해소, 지역별 의료 인프라 확충이 해답"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6-12 14:5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응급실 과밀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에 동일한 정책을 일괄 적용하는 기존 방식은 한계가 있으며, 데이터 기반의 '지역 맞춤형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상급 응급실에 경증 환자가 쏠리는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야간·휴일 클리닉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대한응급의학의사회(KEMA)가 수행한 '응급의료기관 방문 환자의 중증도에 따른 응급실 과밀현상 해결을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를 발간하고, 과밀 해소를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의 여파가 남아있던 2021~2022년 데이터를 활용했지만, 연구진은 오히려 이 시기의 분석이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감염병 유행으로 의료 이용이 줄어든 시기에도 경증 환자의 상급 응급실 쏠림 현상이 지속됐다는 점은, 현재 상황이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21~2022년 2년간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 등급의 응급실을 찾은 총 987만여 건의 방문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기간 중 2021년은 약 481만 건, 2022년은 약 506만 건이었으며 성별 비율은 거의 동일했다.

성별에 따라 응급실 방문 사유도 달랐다. 여성은 질병으로 인한 방문 비율이 더 높았고, 남성은 손상이나 중독 등 질병 외 요인이 더 많았다. 또한 질병 외 요인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대부분은 경증이었다.

외래 진료가 종료되는 오후 6시 이후, 야간 시간대에 경증 환자가 대거 응급실을 찾는 현상이 뚜렷했다. 전체 경증환자 중 59.3%가 이 시간대에 방문했으며 주요 증상은 복통, 발열, 두통, 기력저하, 외상 등이었다.

보고서는 경증 환자들이 증상의 경중과 무관하게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선호하고, 야간·휴일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이 부족한 현실이 과밀의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동일한 등급의 응급의료기관 사이에서도 특정 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졌으며, 이는 지역 내 자원의 비효율적 분배로 이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환자에게 고통스러운 증상일지라도 상당수는 1차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대체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 부족이 응급실 집중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응급실 과밀 해소를 위한 정책 방향으로 ▲지역 맞춤형 야간·휴일 대체 클리닉 확충 ▲대국민 홍보 강화 ▲119 기반 지역 내 자원 연동 이송체계 고도화 등 세 가지 전략을 제안했다.

첫째, 경증 환자가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는 '야간·휴일 응급 케어 클리닉'을 지역 중심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 수가 보상으로는 지속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운영비·인건비 지원 등 획기적인 재정 모델이 요구됐다.

둘째, 중증환자의 치료가 지연되지 않도록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의료기관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정보 제공 체계가 언급됐다.

셋째, 지역 내 병원 간 실시간 정보 공유와 연계 기능을 강화해 119 구급대가 환자를 적정 기관에 이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위해 지역 단위 의료자원 분배 전략이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최일국 기획이사(연구책임자)는 "응급실 과밀 문제는 단순히 환자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대체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정부 책임이 크다"며 "이번 연구가 각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정책 설계의 기반이 돼 응급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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