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 '의미없는 약' 줄여야…약사 중심 탈처방 확대 필요

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 박소미 약사, 말기암 환자 약물 부담 감소 전략 논문
탈처방. 환자 중심적 치료목표에 부합하는 진료 제공 
현실적·심리적 한계 있는 탈처방, 약사 포함한 다학제팀 협력 있어야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6-14 05:55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말기암 환자에게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하고, 삶의 질을 높여 환자 중심적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탈처방'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약사의 참여 확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병원약사회가 지난달 31일 발간한 병원약사회지 42권 2호는 박소미 약사(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약제부)가 최근 대한건강시스템약학회지(The Korean Society of Health-system Pharmacists)에 발표한 논문인 '완화의료에서의 탈처방 : 말기암 환자의 약물 부담 감소 전략'을 학술강좌 코너에서 소개했다. 

이 논문은 말기암 환자의 약물 부담을 줄이기 위한 '탈처방(deprescribing)' 전략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탈처방이란 처방의 반대 개념으로 환자의 임상적 상황을 고려해 더이상 유익하지 않거나, 해로울 수 있는 약물의 투여를 중단하는 과정으로, 생명 연장보다 증상 완화 및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완화의료(palliative care) 분야에서 특히 중요성이 부각된다.

암 환자는 장기간에 걸친 항암 치료 및 동반 질환으로 '다약제(polypharmarcy)' 상태가 빈번하다. 또한 암의 진행에 따라 통증, 피로감, 식욕부진, 변비, 우울감 등 다양한 증상을 겪게 되는데, 적절한 증상 조절과 삶의 질 유지를 위해 다양한 약물 치료가 이뤄진다. 국내 한 완화의료센터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임종 2주 전 말기 암 환자에게 처방된 약물은 평균 8.8개, 5개 이상 다약제 복용 환자는 86.7%로 나타났다. 

이러한 다약제 복용은 환자의 신체적 및 정신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약물이상반응, 약물 간 상호작용, 낙상, 인지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약물은 암 말기 상황에서는 임상적 의미는 감소하고 오히려 부작용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예방적 목적의 약물을 지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소미 약사는 말기암 환자에게 탈처방을 통해 불필요한 약물을 중단함으로써 환자의 약물 복용 부담과 부작용 발생위험을 최소화하고, 약물 관련 비용을 절감하며, 환자 중심적 치료목표에 부합하는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말기암 환자에서의 탈처방은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각 약물의 치료적 유익성과 잠재적 위해성을 평가해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약물의 종류에 따라 중단의 방법이나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임종기에 가까워질수록 식욕 및 섭취량이 감소하고 삼킴이 어려울 수 있어 경구약의 개수뿐만 아니라 정제의 크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환자 및 보호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으로 환자의 가치관과 최종 치료 계획을 반영하는 공동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탈처방 이후 환자의 증상 악화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다면 약물요법 재조정도 필요하다. 

체계적이고 근거 기반의 탈처방을 실행하기 위해 적절한 약물 검토 도구 활용도 필수적이다. 

박소미 약사는 완화의료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탈처방 도구로 ▲OncPal 탈처방 가이드라인 ▲STOPPFrail 기준(Screening Tool of Older Persons Prescriptions in Frail adults with limited life expectancy version 2) ▲항혈전제 탈처방 도구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특히 OncPal 탈처방 가이드라인과 STOPPFrail 기준을 직접 비교한 연구에서 모두 실제 완화의료 환자군에서 높은 적합도를 보였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탈처방은 환자의 기대여명에 대한 예측이 여전히 부정확하며, 임상의가 탈처방 시점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점, 진료시간 제약, 약물 중단 결정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이 크다는 현실적, 심리적 한계를 갖는다.

이에 대해 박소미 약사는 복합적 요인을 고려할 때 말기암 환자에서의 탈처방은 약사를 포함한 다학제팀의 협력과 구조화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약사가 탈처방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약사는 환자의 약물 목록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불필요하거나 유익성이 감소한 약물을 식별하고, 근거에 기반한 중단 또는 감량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약사는 의료진 및 환자 간의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탈처방 이후 환자의 상태 모니터링에 기여할 수 있다. 

박 약사는 '최근 국내 연구에서도 약사가 포함된 완화의료팀을 통한 탈처방 서비스가 말기암 환자의 약물관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됐다"면서 "약사가 주도한 탈처방 서비스는 예방적 약물의 탈처방 비율을 10.4%에서 29.6%로 유의하게 증가시켰다. 약물 관련 문제의 해결 비율 역시 3%에서 40%로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약사와 완화의료팀의 적극적 개입이 환자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약사는 약물 검토 및 탈처방 조정 과정에서 보다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완화의료에서 약사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장되어 있지 않으나, 많은 연구들이 약사가 탈처방을 통해 환자의 증상 조절, 약물이상반응 예방,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약사의 완화의료팀 내 공식적 참여 확대, 국내 암환자에 특화된 탈처방 프로토콜의 표준화, 그리고 환자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탈처방 교육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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