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 정권 교체로 재부상‥'본질' 놓고 직역 충돌

대선 공약에서 비롯된 논란…약사회 "공약 이행", 의료계 "해석부터 오독"
같은 성분≠같은 약…의료계 "임상 반응까지 고려해야"
공급 불안이 곧 제도 정당화는 아냐…"책임은 누가 지는가"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6-17 05:5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권 교체와 함께 '성분명 처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년째 접점을 찾지 못한 의료계와 약사계는 이번에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해석부터 충돌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시작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정책공약집이었다. '필수의약품 안정적 공급체계 마련' 항목에 '수급이 불안한 국가필수의약품에 대한 제한적 성분명 처방 등 대체조제 활성화 추진'이라는 문구가 담긴 것이다.

약사회는 이를 대통령의 성분명 처방 도입 의지로 해석하며 정책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 국민의 약 선택권과 알 권리를 보장하고, 약가 경쟁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새 정부가 공약 이행에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같은 해석에 근본적인 이견을 보이고 있다. 성분명 처방은 단순한 표기 방식이 아니라, 환자 진료의 본질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바꿔야 될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논의가 되겠지만 지금 약사회에서 얘기하는 건 특별히 의미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논리의 일관성부터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약사회가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면서도, 비대면 진료에서의 약 배송은 반대하는 태도는 스스로의 논리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환자 편의성과 접근성을 강조하려면 약 배송도 허용하는 방향이어야 논리적으로 맞지만 그건 또 반대한다. 일관성이 없다는 건 논리가 정확하지 않다는 뜻이므로 주장을 하려면 먼저 논리 구조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의료계가 성분명 처방에 반대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의약분업 도입 당시부터 제도 설계의 전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대체조제'는 명확히 제한됐다. 동일 성분이라 하더라도 임상적 효능과 반응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 대변인은 "예를 들어 같은 성분이라 해도 100mg을 1일 3회 복용하는 약과 1일 1회 300mg 복용하는 것은 임상적으로 전혀 다르다"며 "제형과 복합제 다양화로 인해 지금은 오히려 그 차이가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제네릭조차 약효 차이가 상당할 수 있다는 점도 의료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김 대변인은 "생동성 시험을 통과해도 실제 임상에서는 최대 50% 이상의 약효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환자 진료에 대한 법적·의학적 책임은 의사가 진다. 만약 의사가 처방한 약과 다른 제네릭이 조제돼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약사가 지겠다고 말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공약 해석과 관련해서도 의료계는 약사회와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 공약은 상비 필수약의 생산 또는 수입이 중단됐을 경우 예외적으로 성분명 처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는 공급망 대응이지 처방권을 제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필수의약품 수급 문제는 본질적으로 공급체계의 문제이며, 그에 대한 해결책은 제약사와 정부 간의 협력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의협의 진단이다.

김 대변인은 "필요한 약제라면 생산이 중단되거나 수입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 공급 문제를 빌미로 성분명 처방을 제도화하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의료계는 이번 성분명 처방 논란을 제도화 논의로 보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김 대변인은 "공약은 공약일 뿐이다. 모든 공약이 정책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며, 성분명 처방처럼 의료의 본질을 다루는 사안은 반드시 사회적 논의와 공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대변인은 처방과 조제는 본질적으로 분리돼야 하며 진료 판단은 면허를 가진 의사에게 전적으로 위임돼야 한다는 의료계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는 "지금 그 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데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변하지 않았다면 제도가 바뀔 이유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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