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다른 행사를 보러 왔다가 버스에서 간단히 폐 건강 분석을 해준다고 해서 참여했다. 다행히 이상소견이 없다고 나왔다. AI가 빠르게 분석을 해주니까 병원에서 오랜 대기해야 하는 피로감 없이 간편하게 폐 건강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폐에 석회화 증상이 보인다고 진단을 받았다. 폐건강 버스가 보여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받았는데 AI 분석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꾸준히 폐 건강을 체크해야 할 것 같다."
27일 서울 코엑스(COEX) 동문 광장에서 오전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폐건강 체크버스'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이 이같은 소감을 남겼다.
'폐건강 체크버스'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대한결핵협회-마이허브가 함께 손을 잡고 인공지능 기반 흉부 엑스레이(AI CXR, Artificial Intelligence-based Chest X-Ray) 촬영이 가능한 버스를 전국적으로 운영해 시민들의 폐 건강을 확인하는 캠페인이다. 서울에서 시작한 이 버스는 향후 전국으로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폐암과 폐결핵 등 폐질환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흡연 여부와 상관없이, 가족력이나 간접흡연, 미세먼지 등의 위험요인에 노출돼 있다면 정확도 높은 검진방법을 통한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캠페인 현장을 방문한 기자도 앞서 소감을 밝힌 시민들과 같이 '폐건강 체크버스'에 올라 AI CXR을 촬영했다. 촬영 후 버스에서 나오자마자 시각적으로, 그리고 이상유무에 대한 결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이상소견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간략히 나왔다.
이상소견이 나온 시민의 동의를 얻어 기자의 결과지와 비교하니, 이상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석회, 결절 등의 수치가 함께 표기됐다. 물론, 이상소견이 나왔다고 해서 다 심각한 폐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추후 대한결핵협회의 영상진단 전문의가 더 확인해 개별 연락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AI 분석 흉부 엑스레이 촬영 모습과 AI 분석 결과지. 사진=조해진 기자
세 개의 기업과 기관이 함께 손잡은 이번 캠페인은 국민의 폐 건강을 확인한다는 점에 목적을 같이 하지만, 각 기업과 기관별로 세부적 목적은 다소 차이가 있다.
항암제를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비흡연 폐암 인식 및 검진 환경을 개선하고, 폐암 진단 전(Pre-diagnostic) 단계에서의 조기 개입 가능성을 보다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세환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이사는 "폐암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비흡연자에게도 폐암 검진이 필요하다. 특히 폐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는 만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세환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이사. 사진=아스트라제네카
폐암은 2023년 기준, 국내 전체 암사망률 1위 암종이다. 폐암은 흡연이 주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비흡연자라도 안심할 수 없다. 대한폐암학회에 따르면, 국내 폐암 환자의 약 40%가 비흡연자이고, 특히 국내 여성 폐암 환자의 87.5%는 흡연 경험이 전혀 없다.
2018-2022년 폐암의 5년 상대생존율 추이를 보면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는 병기에 발견 시 생존율이 79.8%로 매우 높지만, 암이 발생한 장기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에 원격전이 되는 경우 생존율은 12.9%까지 급격하게 감소한다. 원격전이 상태로 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비율은 40%가 넘는 것으로 보고된다.
다만, 폐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따라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불확실 폐결절 확인 및 폐암 조기진단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폐의 결절을 높은 민감도로 선별할 수 있는 검진은 '저선량 흉부 CT(LDCT, low-dose chest computed tomography)'가 있다. 이 검진은 폐암 검진의 신뢰할 수 있는 기준으로 여겨지나, 현행 국가 폐암 검진 제도 상 비흡연자는 LDCT 검진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이날 캠페인 현장에 참석한 한 50대 여성 폐암 환자는 "어머니가 비흡연자였음에도 10년 전 폐암 진단을 받았고, 오래 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면서 "가족들이 폐암 검진을 한번씩 받았지만, 어느순간 잊고 검진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6년 전 다른 이유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폐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증상도 없었고, 비흡연자인데 폐암 환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그간 너무 힘든 항암치료를 거친 뒤 지금은 다행히 표적치료제를 복용하면서 3개월에 한 번씩 LDCT를 찍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흡연자도 폐암에 관심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강조하고 싶다. 폐암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주변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도 건강검진을 받을 때 LDCT를 꼭 찍어보라고 권한다"며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기 위해선 건강검진에 LDCT 등 폐암 검진에 효과적인 항목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LDCT를 활용한 폐암 검진이 제한적인 상황에 따라, 폐암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1차 선별 도구로 AI CXR이 주목받고 있다. AI CXR은 세계적으로도 폐암 조기 진단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단일 기관에서 AI가 탑재된 흉부 엑스레이와 일반 엑스레이의 폐 결절 검출률을 비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공지능 그룹의 폐 결절 검출율은 비인공지능 그룹 대비 2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I 기반 선별 체계 도입에 있어 글로벌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폐건강 체크버스 캠페인 현장 전경. 사진=조해진 기자
그동안 폐암 전문가 협의체(Lung Ambition Alliance, LAA)를 통해 '폐암이 사망 원인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여러 활동을 추진해 온 아스트라제네카는 국내 전국 순회 '폐건강 체크버스' 운영을 통해 폐 질환 조기검진에 대한 대국민 인식 개선과 함께, AI CXR을 기반으로 전국 단위의 폐암 조기 선별 체계 구축에 앞장 서겠다는 입장이다.
전세환 대표는 "AI가 탑재된 흉부 엑스레이를 통해 폐 건강을 점검하고, 특히 폐암은 저선량 흉부 CT를 통한 검진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을 널리 알리려고 한다"며 "폐 건강 조기 검진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데 힘을 보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캠페인 진행팀에 따르면, 이날 서울 코엑스의 '폐건강 체크버스' 현장을 찾은 총 수검자는 415명으로 집계됐으며, 이중 15.7%인 65명에게서 이상소견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폐건강 체크버스 캠페인 진행 관계자는 "AI CXR에서 발견된 이상소견은 다양한 폐 및 심혈관 질환과 관련될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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