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섬유화증, '단일세포 분석'으로 병인 규명‥맞춤치료 가능성

가톨릭중앙의료원, 희귀 혈액질환 진행 과정 정밀 분석 성과
"섬유화 유전자 포함 거핵세포, 새로운 치료 타깃으로 부상"
Haematologica 게재…혈액검사 통한 예측 가능성도 확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7-15 16:29


희귀 혈액질환인 골수섬유화증(primary myelofibrosis, PMF)의 진행 과정을 단일세포 RNA 분석 기술로 정밀하게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넘어,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성과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 초정밀의학사업단 정연준 교수(미생물학교실), 이석형 교수(병리학교실), 정승현 교수(생화학교실), 이성은 교수(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단일세포 RNA 시퀀싱(single-cell RNA sequencing)을 통해 골수섬유화증 환자의 병리적 변화를 세포 단위로 분석했다.

PMF는 골수가 딱딱한 섬유조직으로 변하면서 혈액 생성 기능을 상실하는 희귀 골수증식성 질환이다. 빈혈, 출혈, 감염 등으로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기존에는 혈소판을 생성하는 거핵세포의 이상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병의 진행에 다양한 세포 유형이 관여하며, 이들의 상호작용이 섬유화를 유도한다는 복합적 병인 구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환자를 병기별로 ▲전섬유화기(pre-fibrotic PMF) ▲진행성(overt PMF) 두 그룹으로 나눠 골수세포를 단일세포 단위로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조혈모세포가 거핵세포 계열로만 분화되며 염증과 섬유화를 유도하는 유전자들이 병의 진행에 따라 활성화되는 경향을 확인했다. 특히 진행성 환자에서만 나타나는 거핵세포 하위군이 '상피-간엽 전이(EMT)' 관련 유전자를 다수 발현하는 것이 밝혀졌는데, 이는 섬유화에 깊이 연관된 중요한 타깃으로 평가된다.

또한 T세포와 NK세포에서도 세포독성 증가 및 기능 이상 징후가 확인돼, 면역세포 역시 병의 진행에 관여하고 있음이 시사됐다. 환자의 말초혈액에서 아세포(blast) 비율이 1% 이상일 경우 염증 및 섬유화 유전자가 활성화된 조혈모세포와 거핵세포 하위군이 더 자주 나타났는데, 이는 혈액검사만으로도 질환의 심각도를 예측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정연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 수준에서 놓치고 있던 섬세한 변화를 포착함으로써, 골수섬유화증을 복합적 세포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JAK 억제제는 증상 완화에는 효과가 있지만, 섬유화를 근본적으로 억제하진 못한다"며 "섬유화 유전자를 많이 포함한 거핵세포 하위군을 새로운 치료 타깃으로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정밀의료의 대표 연구자로, 초정밀의학사업단 단장으로도 활약 중이다. 이번 연구는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의 인프라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혈액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Haematologica(IF=8.2) 2025년 4월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희귀 혈액암에 대한 병인 이해를 확장함으로써 보다 정교한 치료 전략 수립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골수섬유화증 환자들에게 실질적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향후 임상 적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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