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임종기 돌봄을 의료·요양·복지 전반에 걸쳐 통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제도 정비뿐 아니라 인프라 확충과 문화적 인식 개선까지 병행돼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한지아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초고령사회를 위한 국회 연속토론회 제2차'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견을 공유했다.
지난 1차 토론회에서 'Aging in Place : 재가 돌봄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재가 중심 돌봄의 필요성이 강조된 데 이어, 2차 토론회에서는 '장기요양 노인의 존엄한 죽음 맞이를 위한 과제'를 중심으로 보다 구체적인 임종기 돌봄 제도 개선 방향이 논의됐다.
패널 토론의 첫 발언자인 김창호 돌봄의원 재택의료센터 대표원장은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임종기 지원에는 무관심하다고 지적하며, 재택에서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창호 대표원장은 "장기요양보험에 연간 17조 원이 투입되고 있지만 정작 가입자의 임종기 지원에는 아무런 책임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며 제도적 무관심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건강보험 체계 내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게 되는 구조"라며 재택에서도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진영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장은 우리나라의 생애말기돌봄은 아직까지 호스피스 중심으로 제한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초고령사회에 맞춰 다양한 지역기반 돌봄 모델을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 센터장은 "국내 의료체계에서 완치를 목표로 한 치료가 아닌 죽음을 받아들이고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는 호스피스밖에 없는 실정이다. 호스피스 같은 전문 의료서비스뿐만 아니라 지역주도형 생애말기돌봄을 위해서는 보건의료, 요양, 복지 등 사회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다층적으로 연계해 환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돌봄과 임종이 가능하도록 하는 다양한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요양병원에서의 임종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으며, 현재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실제 생애말기 의료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가혁 인천은혜요양병원 원장은 "존엄한 죽음의 장소로서 재가 임종을 강조하고 있는데 요양병원에서의 임종은 환자, 가족 모두에게 감정적, 물리적 부담을 줄여주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죽음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마지막을 누가, 어떻게 함께 하느냐의 문제다. 요양병원은 그 역할을 조용히, 그러나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 내 임종실 설치 의무화 조치의 실효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보다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시각에서다.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권역별호스피스센터장은 "지난해 의료법 개정으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임종실 설치 의무가 생겼지만 그 적용 대상은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급으로 제한됐고 많은 중소병원과 지역 의료기관은 여전히 제도권 밖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병원에서의 질 높은 생애말기 돌봄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대해 정부는 마치 우리 아이에게 떡 하나 쥐여주고 마는 식의 대응으로 응답한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임종실조차 의료인의 생애말기 돌봄 역량 부족, 환자와 가족의 죽음 회피 문화, 공간 활용에 대한 수가와 제도적 보완의 미비 등으로 활용률이 극히 낮다"며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가 공간 중심 접근을 넘어 의료인의 인식 전환과 교육 강화, 활용 기반의 수가체계 개선이라는 후속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제도 개선과 함께 인프라 연계 강화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이정석 건강보험연구원 센터장은 "존엄한 인종의 핵심은 '자기 결정권'이다. 본인이 죽음을 맞을 장소를 병원, 시설, 또는 자택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환자가 선호하는 장소에서 실제 임종이 이뤄지지 않은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현재 법 체계나 제도적인 여건은 말기암 환자나 병원에 가야만 연명의료정책에서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것 자체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또 "가정형 호스피스가 시설이나 재가로 연결될 수 있도록, 현행 가정형 호스피스의 틀을 조금 더 확장해 보는 것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아울러 재택의료기관이나 장기요양 방문 간호센터의 간호사들의 가정 간호 서비스와의 연결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토론자들의 의견을 듣고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한샘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제도과 사무관은 초고령사회에 대응한 생애말기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생애말기 대상자 판단 기준 마련 ▲의료·요양 돌봄 연계체계 구축 ▲인프라 확충 등 3가지 과제 해결을 정책적으로 제언했다.
한샘 사무관은 "생애말기돌봄과 재택임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과제는 생애말기돌봄 대상과 범위를 어떻게 정의하고 판단할 기준이 필요하다. 현재 호스피스제도의 지원 대상은 암과 같이 의학적 판단이 가능한 5개 질환을 말기 환자로 한정하고 있으나 노쇠로 인한 임종의 경우는 판단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생애말기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을 위해서는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연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재택의료센터, 장기요양기관 그리고 가정용 호스피스 기관 등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연계체계를 구축할 때 각 기관이 24시간 대응 등 기능 고도화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고 이에 따른 재정적 인센티브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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