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건강보험재정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 인구 급증과 생산가능 인구 감소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를 건강보험재정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했다. 건보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보험료율 조정이나 국고 지원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비급여 관리와 지출 효율화, 추가 세수 확보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이러한 방안의 이행 전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8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개혁신당이 약속한 두 번째 개혁 건강보험파헤치기'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의견을 공유했다.
이번 세미나는 '건강보험제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주최, 개혁신당 정책위원회 주관으로 열렸다.
이주영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개혁신당은 국민연금만큼 심각한 재정 위기에 놓인 건강보험을 두 번째 개혁과제로 상정하고 근본적인 개혁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또 한 번의 '파헤치기'에 착수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은 그동안 사회보장제도의 큰 축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활동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 증가 등으로 인한 재정 고갈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의하면 2033년 누적적자는 30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신속하면서도 확실한 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비상진료대책은 일부 필수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였지만 제도적 지속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된 결과.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더 빠르게 앞당긴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보험료율 조정이나 국고 지원 확대만으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건강보험제도를 넘어 의료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의 첫 강연자인 김정회 건강보험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센터장은 '대한민국 건강보험제도의 변천사'를 발제로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대상 직장의료보험 최초 도입 이후 12년만인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UHC)을 달성한 나라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 하지만 빠르게 보험이 확장된 만큼 너무 많은 비급여를 남겨두게 됐다. 이 비급여에는 의료적 필요도는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허락하지 않아서 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건강보험 보장률에서도 2004년 61.3%에서 2023년 64.9%로 3.6% 증가에 그쳤다. 비급여의 급여화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지만 보장률은 제자리걸음이다. 이는 공급자들이 또다른 비급여를 계속 창출하고 있으며 실손보험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보장범위, 본인부담률, 재정확충방안 등을 검토해야 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고보조금 외에 건강보험 재정 확충 방안으로 해외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설탕이나 대기 오염을 유발하는 부분에 세금을 부과해 세수를 확대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사회보험형태로 건강보험을 유지하고 있는 모든 나라 중에서 정부 지출금이 제일 적고 보험료도 월급의 8%까지만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독일 등 해외는 약 10%~14% 가까이 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금도 적게 내지만 보험료도 적게 내고 있다. 그래서 적정 보험료를 내야 되고 적정 부담을 할 준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강연자인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재정 전망'을 발제로 최근 발표된 김윤희 연구자의 보고서를 인용해 "직장의료보험율의 법정 상한선을 현재 8%로 정하고 있지만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가능한 인구 감소 등의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재정적자수지 균형을 위해 필요 건강보험료율은 2030년 8.8%, 2035년도에는 10%를 넘어서고 2042년도에는 13% 정도까지 올라가야지만 재정수지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인구 구조가 변화되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된다면, 재정수지는 수입추계의 주요 가정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며 "이것은 재정적자가 발생하는 핵심 요인이 바로 인구구조 변화라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허종호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재정 위기시 국고 보조금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가 재정상황이 녹록치 않고 해당연도의 예상수입액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모호한 문구로 인해 건강증진기금 6%를 더한 국고 보조금 20%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아울러 "다른 정책적 대안이라고 볼 수 있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에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지출효율화 방안이 있지만 재정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보험료 재원 발굴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세수를 창출하는 것 역시 국민적인 반감을 살 수 있고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 쉽게 진행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허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프랑스나 일본의 경우 보험료 이외에 목적세 도입이나 기금 조성 등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메우려 했었다. 이는 주머니를 따로 만든다는 이야기로, 결국 국민에게서 받아내야 되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정치권에서도 이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장래추계에는 ▲경제 위기 발생 가능성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 중립 전환 비용 ▲신종 감염병 발생에 따른 재정 투입 등에 대해서는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들이 발생하면 추계치는 무의미해지고 훨씬 더 큰 재정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이주영 의원은 "국민 1인 당 GDP가 3만달러에서 5만달러까지 올라가는 속도가 여러 요소를 봤을 때 원활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 더 이상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령화를 대비하는 입장이라면 개개인이 건강관리에 대한 본인의 의무나 건보재정에 대한 각자의 기여를 돈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건강으로도 국가가 계도하고 홍보하고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측면에서 발표 중에 나왔던 '건강고령화'라는 개념에 매우 동의하고 그 취지로 저도 이번에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잘 진행돼서 우리나라 건보재정 안정화에도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건보체계는 다변화될 필요가 있다. 지금의 당연지정제로부터 전 국민 단일화된 의료보험이 지금까지 굉장히 좋은 제도였던 부분이 분명히 있다. 심평원에서 심사를 하는 부분도 지금까지는 어떤 부분에서는 안정화된 시스템을 유지시켜 온 큰 힘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것이 앞으로 어떻게 변모해야 할 것인가는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서 우리가 잘 이끌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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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2시간 전
의사 월급을 줄여야죠 개원의들 3500 가져가는 거 1500으로만 줄여도 모든 문제 해결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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