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보다 힘든 통증' 대상포진 급증…백신 접종 '골든타임'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5-08-06 18:09

7월 하순부터 시작된 기록적 폭염이 8월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며, 전국에 폭염 경보가 연일 발령되고 있다. 화상 열화상 영상까지 등장할 정도로 한반도 전역이 '끓는' 듯한 더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피부 질환뿐 아니라 면역력 저하에 따른 다양한 건강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상포진 위험은 조용히 증가하고 있다. 이 질환은 수두 바이러스가 체내 신경에 잠복해 면역력이 약해질 때 재활성화되며 발생하는데, 초기에는 감기 증상과 유사하지만 곧 물집, 화끈한 통증, 피부 발진을 동반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으로 이어질 경우 통증이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 눈·얼굴·청신경 주변에 발생하면 시력 저하, 안면 마비, 청력 상실과 같은 치명적 합병증까지 발생할 수 있다.

보건 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상포진 환자는 연간 70만명을 초과하며, 그 중 약 절반이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특히 7~8월 한여름에 가장 많이 발병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열대야와 수면 부족, 탈수, 피로 누적 등으로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환경에서 바이러스 재활성화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름철 대상포진 발병률이 높아지는 시기에, 백신 접종은 백신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 질병관리청은 50세 이상 성인에게 단 한 번의 접종으로 5~8년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당뇨,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는 중장년층은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예방책으로 평가된다.

더 나아가 대상포진 생백신은 단순 감염 예방을 넘어 치매 및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생백신 접종자는 치매 발생 위험이 약 20% 낮아졌고, 국내 경희대 의대 연구에서는 심근경색·뇌졸중 발생률이 평균 23% 감소했으며, 그 효과가 최대 8년간 지속됐다는 보고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생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건강 수단을 이용할 기회는 지역별로 크게 다르다. 대상포진 백신은 현재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돼 있지 않기에 접종 비용은 개인 부담이며, 지자체 예산 지원 여부에 따라 일부 지역은 접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전국 260여개 보건소 중 약 70%가 자체 예산으로 무료 접종을 제공하지만, 나머지 지자체는 예산이나 인력 부족으로 접종 사업을 실행하지 못하거나 대상자 제한을 두고 있어, 백신 복지 격차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에 여러 의료진들은 "폭염기는 면역력이 어느 때보다 쉽게 무너지는 시기이므로, 예방이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라며 "대상포진 백신은 한 번 접종으로 장기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건강 방패"라고 입을 모은다.

또 "'50세 이상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는 백신 접종이 필요한 대상"이라면서 "폭염이 한창인 지금, 대상포진 예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할 수 있다. 50세 이상 중장년층이라면, 건강한 여름을 위해서 지금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