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요양병원협회 임선재 회장, 안병태 부회장, 구재관 보건복지부 의료·요양·돌봄통합지원단 사무관, 한은정 건강보험연구원 장기요양연구실 센터장.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요양병원이 내년 시행되는 '통합돌봄지원법'으로 인해 기능 축소로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줄폐업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역할 재정립과 이에 따른 수가체계 개선 등을 통해 회복기·임종기·재택의료 중심 의료기관으로 전환하고 지역사회 돌봄과 연계하는 구조 개편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제도가 완성된 것이 아니며,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제도 설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밝혔다.
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통합돌봄 시대, 요양병원의 역할과 방향 토론회'가 '고독사 없는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통합돌봄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임선재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해 의료와 돌봄의 연속성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라며 "요양병원은 의료와 돌봄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전문 인프라로서 퇴원 후 연속적인 돌봄을 가능하게 하고 중증 환자에 대한 포괄적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핵심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양병원은 불합리한 수가체계, 방문진료시범사업 제외 등 거대한 제도적 변화의 논의과정에서 배제돼 왔다. 이제는 요양병원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대한민국 지역과 노인 의료의 한 축을 지키는 주체로서 현장 목소리를 올바르게 전달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개선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사말에 이어 '통합돌봄 시대 요양병원이 나아갈 길-의료·요양·돌봄 통합체계에서의 요양병원의 역할 재정립'을 발제로 대한요양병원협회 안병태 부회장이 발표했다.
안 부회장은 "통합돌봄지원법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요양병원은 엄청난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입원환자의 대부분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고 거기에서 돌봄과 의료를 다 제공하게 된다면 요양병원은 설자리가 없을 수 있다"며 "지금도 1년에 100개 이상 병원이 폐업하고 있고 '통합돌봄지원법'이 시행되면 줄폐업, 줄도산이 예상된다. 이들의 퇴로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통합돌봄지원법'에서 '통합판정체계'로 인한 현장 혼란과 환자 선택권 제한에 대해 지적했다.
안 부회장은 "복지부 통합판정체계에 대해 알기 위해 통합돌봄지원단과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을 방문했지만 부서마다 적용과 해석이 달랐다"고 짚었다.
이에 따르면, 통합돌봄추진단은 통합판정체계에 대해 장기요양등급 판정 도구로써 통합판정을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며 요양병원 입원 적정 대상군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요양병원 입원을 제한할 의도는 없다고 했다. 또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은 통합판정체계에 대해 중증도 수준에 따라 병원을 재편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며 통합판정 결과에 따른 환자 강제 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나 정책적 유인을 통해 접근할 예정이라고 했다.
안 부회장은 "통합판정체계는 환자를 의료필요도, 요양필요도를 4가지로 구분해 적재적소에 배정하겠다는 뜻이다. 의료필요도가 높고 요양필요도가 높으면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된다"며 "노인은 경증이라도 한순간에 중증으로 전환될 수 있고 곧바로 임종기로 접어들 수 있다. 이러한 의료 관점은 무시한 채 돌봄의 관점에서만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이나 재택돌봄이냐고 선택하고 구별하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요양병원은 요양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의사가 감독하에 치료와 요양을 장기적으로 하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인데 의료기능을 강화한다면 요양에 적용했던 수가를 아급성기 수가로, 행위별수가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부회장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동안 노인요양에 중점을 뒀던 무게추를 옮겨 급성기에서 퇴원하는 아급성기 환자의 회복을 위한 회복병원으로서의 기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돌봄보다는 의료에 방점을 두고 중증환자, 재활환자, 투석환자, 중증치매환자, 감염격리환자, 생애말기 임종기 환자 등을 케어할 수 있는 전문시설과 인력, 전문 기능을 갖춰야 한다. 특히 대학병원, 2차병원에서 퇴원해 요양병원을 거쳐 지역사회 재택돌봄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재택방문의료도 요양병원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문턱을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안 부회장은 ▲수가 정상화 ▲요양병원의 생애말기 임종기병원(호스피스병원) 신설 ▲재택돌봄에 요양병원 진입 인정 ▲환자의 병원 선택권 보장 ▲요양병원의 병동제와 의료복합체 정책 시행 ▲요양병원의 퇴로 지원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한은정 건강보험연구원 장기요양연구실 센터장은 통합판정체계가 요양병원의 기능 정립과 급여혁신을 위한 핵심 도구라고 강조했다.
한 센터장은 "제가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노인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체계는 단순한 장기 요양등급체계의 개편이 아니다. 이 체계는 ▲요양병원 입원자 중 의료필요도가 높은 장기요양 대상자를 구분해 적절한 급여 제공이 가능하도록 하고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기능 중복 문제를 개선하며 ▲의료·요양이 동시에 필요한 대상자에게는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급여를 병행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양병원이 급성기 퇴원환자, 중증치매, 생애말기 환자 등 복합적 위험군을 수용해온 곳이었다. 그러나 의료중심 기관으로 설계된 요양병원이 사실상 돌봄 중심 대상까지 포괄하면서 구조적 혼란이 심화됐다는 문제점도 함께 존재한다. 내년 3월 통합돌봄법 시행을 통해 우리 사회의 돌봄 패러다임도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다. 요양병원도 과거의 방식대로 운영할 수 없으며 역할을 분화하고 제도적 위상을 재정립할 시점에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 "요양병원은 더 이상 만성기 입원시설로만 남을 수 없으며 회복기 중심 의료 기관, 생애말기 및 중증치매 특화기관, 지역사회 기반 복합케어 기관 등으로 다기능적 분화와 전문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통합돌봄 시대, 요양병원의 역할과 방향 토론회'가 대한요양병원협회 주최로 진행됐다.
구재관 보건복지부 의료·요양·돌봄통합지원단 사무관은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제도가 완성된 상태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시작이고 만들어져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요양병원과 관련된 역할에 대해, 물론 시대 변화가 있고 수요 변화가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부분에서 재편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을 같이 논의하고 같이 만들어 나가야 되는 과정에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에서는 해당 법을 시행하고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 우선 지자체 전달체계, 즉 지역에서 보건과 의료를 연결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기존에 있던 여러 가지 복지와 보건 서비스를 어떻게 엮어서 대상자에게 잘 전달할 것인지, 부족한 복지와 의료 서비스를 어떻게 더 확충해 나갈 것인지 이런 관점에서 노력하고 있으며 관련 정책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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