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사각지대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 접근성 개선 시급"

'혈액암 생존 그 이후를 말하다 : 중증·희귀 합병증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 개최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8-21 11:57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GVHD)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혈액암 생존 그 이후를 말하다 : 중증·희귀 합병증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곽대훈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식편대숙주질환은 혈액암을 앓다 조혈모세포 이식이나 수혈 받은 환자의 약 50%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증 자가면역질환으로, 기증받은 면역세포가 환자의 신체를 이물질로 인식해 주요 장기를 공격, 전신에 동시다발적으로 합병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특히 숙주의 반응이 조혈모세포 이식 100일 후에 나타나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으로 진행되는 경우, 전신 염증 외에도 장기가 굳는 섬유화 현상이 동반돼 주요 장기의 비가역적 손상과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중 절반 가량의 환자에서 나타나는 간, 폐 관련 숙주 반응은 사망위험이 6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또한 평생에 걸친 장기간 치료와 잦은 입·퇴원, 예측 불가능한 증상과 감염 위험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 75%의 환자는 소득 상실을 경험하기도 하며, 사회 단절로 인한 환자 개인 상실감과 높은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삶의 질이 전방위적으로 무너진다. 

조혈모세포 이식 성공만으로 치료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발생하는 합병증 관리가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2022년 기준 국내 혈액암 환자는 지난 10년간 49% 증가하는 등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조혈모세포 이식술 건수도 매년 상승하고 있는 추세로, 이식편대숙주질환 발병률 역시 증가세에 놓여 있어 더욱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김혜리 교수는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들이 감염 위험 때문에 정상적 사회활동이나 직장 복귀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도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적시에 빠르게 관리될 수 있도록 치료 환경 개선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곽대훈 교수는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데도 현행 보험 제도는 이를 일시적 합병증으로만 다루고 있으며, 약값이 고비용인 탓에 환자가 자비로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환자마다 숙주 반응이 매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치료 개입 시점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급여권 내에서 사용 가능한 다양한 치료 옵션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만을 위해 개발된 벨루모수딜과 같은 3차 치료제가 국내 허가를 받았으나, 아직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치료 대안이 있음에도 경제적 장벽으로 인해 많은 환자가 치료 기회를 잃고 있다면서 환자들이 비용 부담을 줄여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우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최혜경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는 "지속적 치료와 수술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며 "단순히 걷는 것조차 환자들의 소원이 될 정도로 삶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되고 있으며, 가족 돌봄에 대한 부담과 죄책감이 환자 고통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는 현재 선택지가 전무한 상황에서, 최초의 3차 치료제가 개발돼 효과가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급여 상태라 치료 접근이 불가능하다"면서 "장기간 투병으로 경제적 여력이 소진된 환자들이 치료제를 앞에 두고도 비용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절망적 현실이다. 환자들의 바람은 특별하지 않다. 그저 평범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치료받을 기회를 보장받고 싶다. 정부와 심평원이 신속한 결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박정숙 한국혈액암협회 사무국장은 "치료제 접근성 문제 심각하다. 벨루모수딜이 허가됐지만 비급여 상태여서 고가의 약제비를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며, 2차 약제인 룩소리티닙 역시 한 달 약값이 적지 않아 산정특례 종료 시 여전히 큰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들의 증상이 악화되면 산소호흡기 등 추가 치료 부담까지 더해져 환자 가계에 막대한 경제적 압박이 가해진다"면서 "정부 국정과제 중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희귀·중증·만성질환 환자 지원 강화가 포함되어 있는 만큼, GVHD 환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반영해 신약 급여화 및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김은희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보험약제과는 환우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GVHD 환자의 어려운 현실을 깊이 인지하게 됐다"면서 "환자들이 바라는 3차 치료제 급여화와 치료제 접근성 확대와 관련해 정부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급여 등재 절차가 원활히 진행돼 환자 치료에 신속히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살피겠다"고 답했다. 

김국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은 "전문가 의견 청취를 강화하고 있으며, 임시적 재원 마련 등 환자 접근성 확대 방안도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불확실성이 큰 약제는 제약사에 임상 근거 제출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치료제가 시급한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보기

국내 조혈모세포이식 석학들‥이식편대숙주질환 알리기 나선 까닭

국내 조혈모세포이식 석학들‥이식편대숙주질환 알리기 나선 까닭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국내 조혈모세포이식에서 어벤져스급 인물들이 기자간담회장을 찾아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cGVHD) 알리기에 나섰다. 조혈모세포이식 환자 약 절반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합병증임에도, 치료 옵션은 매우 한정적이란 이유에서다. 조혈모세포이식 전문가들은 관련 치료 현황을 소개하며, 최근 새 치료옵션으로 등장한 '레주록(벨루모수딜메실산염)'에 대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장 김희제 교수는 24일 사노피 레주록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에 나와 "조혈모세포 이식이 시행된 게 60년이 넘었지만, 여

조혈모세포이식 후 합병증 치료서 '레주록' 새 치료옵션 제시

조혈모세포이식 후 합병증 치료서 '레주록' 새 치료옵션 제시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에서 약 절반 정도 발생하는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에 새로운 치료옵션이 등장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신약 '레주록(벨루모수딜메실산염)'이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거라 제시했다. 사노피 한국법인은 24일 서울 삼성동 인근에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제 레주록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은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의 절반에서 발생하는 합병증으로, 전신에 걸쳐 다발적으로 숙주 반응이 발생하는 중증

자카비,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서 보험 급여 적용

자카비,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서 보험 급여 적용

한국노바티스(대표이사 사장 유병재)는 자사 '자카비'(룩소리티닙)가 11월 1일부터 급성 또는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의 치료에서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자카비는 지난해 5월 이식편대숙주질환 적응증 허가 후 1년 6개월 여 만에 이전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치료에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만 12세 이상에서 보험급여가 적용됨에 따라 국내 이식편대숙주질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후 공여자의 T세포가 환자의 정상적인 세포를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하여 발생하는 질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