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혈액에 떠다니는 암세포에서 유래한 DNA 조각인 순환종양DNA(circulating tumor DNA, ctDNA)를 검출함으로써 최소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 여부를 평가해 암 재발 예측, 치료 반응 모니터링 및 강도 조절 등 임상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제18회 대한종양내과학회 연례학술대회 및 2025년 국제학술대회(KSMO 2025)'의 둘째날을 맞은 4일, '고형 종양에서 ctDNA 기반 MRD 검사의 임상적 가능성'을 주제로 한 과학 심포지엄 세션이 진행됐다.
Aadel A. Chaudhuri 교수. 사진=조해진 기자
이날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Aadel A. Chaudhuri 교수는 발표에서 국소 폐암 환자에서 방사선 치료 후 4개월 이내에 ctDNA MRD가 검출된 환자들의 경우 질병 특이적 생존율과 전체 생존율이 모두 낮았으며, 이는 신장암 환자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환자가 ctDNA MRD 양성인 경우 불량한 예후와 연관된다는 공통된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Aadel 박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검출되지 않은 집단에서도 여전히 많은 재발이 나타나는 것으로 미뤄볼 때, 단일 시점에서 MRD를 측정하는 것은 위음성(false negative) 비율이 높아 치료 감량(de-escalation)에 MRD를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를 보완하려면 여러 시점에서 반복 측정해 민감도를 90%까지 높여 위음성 비율을 줄이면 특이도가 유지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Aadel 교수는 ctDNA MRD의 새로운 접근법도 제시했다. IMvigor010 사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술 후 MRD 양성 환자에게 아테졸리주맙 투여 시 무병생존율(DFS)과 전체생존율(OS)이 모두 개선됐지만, MRD 음성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이는 MRD가 예후 인자일뿐만 아니라 면역항암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는 사례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MRD 양성에서 치료 후 MRD 음성으로 전환된 환자는 처음부터 음성이었던 환자와 동일한 생존율을 보였으며, 양성이 유지된 환자는 예후가 불량했다. 이는 ctDNA 기반 모니터링을 통해 실제 치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 밖에도 메틸화 신호 기반 종양 비특이적 접근과 초민감 탐지 기술 사례 등 MRD 기술은 진화하는 중이다.
Aadel 교수는 "MRD를 이용하면 위험도 세분화가 가능해지고, 보조요법을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MRD는 아직 전임상, 전향적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만큼 연구적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임상시험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Takayuki Yoshino 교수. 사진=조해진 기자
일본 국립암센터 동부병원 Takayuki Yoshino 교수는 CIRCULATE Japan 프로젝트를 비롯해 대규모 임상연구들을 소개하며 ctDNA MRD의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을 짚었다.
Yoshino 교수는 "수술 후 최대 2년간 MRD 양성이 지속될 수 있으며, 일부 환자는 보조요법을 받아도 여전히 MRD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무작위 연구에서 약 25%의 환자가 MRD 양성으로 확인됐으며, 이들은 표준 치료에도 불구하고 높은 재발 위험이 있었다.
특히 수술 후 1개월 시점의 MRD 양성률은 약 22%였고, Guardant Reveal과 같은 고감도 검사에서는 60%까지 검출돼 재발 위험과 밀접한 상관성을 나타냈다.
Yoshino 교수는 "MRD를 새로운 임상시험 평가변수로 활용한다면, 새로운 임상시험 설계와 예후 평가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향후 연구는 MRD를 다양한 평가 변수와 연계해 예후와 치료 반응 예측을 동시에 평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MRD가 향후 조기 암 진단 및 치료 최적화를 위한 새로운 민감 탐지 기법(NSET)으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Aparna Parikh 교수. 사진=조해진 기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Aparna Parikh 교수는 발표에서 기술의 발전으로 혈액 속 ctDNA 조각까지 탐지할 수 있기에 가능한 앞으로의 가능성들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더 빠른 탐지가 생존율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MRD 정확도가 임상 결과를 향상시키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데이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ctDNA가 대장암, 비소세포폐암, 유방암 등 주요 고형암에서 강력한 예후인자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임상적 활용을 위해서는 목적에 따른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치료 강도 감소를 위해서는 민감도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치료 강도 강화를 위해서는 특이도에 초점을 맞춰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Aparna 교수는 "MRD 연구는 마치 HIV 연구에서 바이러스의 양이 조기 신약 개발의 지표로 자리잡은 것과 같이 암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서 "미국 FDA는 이미 지난해 다발골수종에서 MRD를 임상시험 평가 변수로 승인했으며, 고형암에서도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은 임상시험 등록과 검사 인프라 등이 부족하고, 각 검사법마다 주문과 결과, 관리 체계가 달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한계 극복을 위해 글로벌 컨소시엄이 출범했다고 밝혔다.
Aparna 교수는 "MRD 임상시험을 실제 환자들에게 더 가깝게 가져온다면 많은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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