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활용, 상법 개정 앞둔 제약업계 '고심'

與, 대통령 공약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정기국회 처리 기조
신약·R&D 강조-자사주 활용 비판, 업계 입장선 괴리
하반기 대원·삼천당·환인·진양 자사주 활용 유동성 확보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9-04 05:59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상법 3차 개정안 논의가 다가오면서 제약업계에서도 자사주를 활용한 자금조달 움직임이 나온다. 업계는 주주가치 제고란 새 정부 방향성과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 등 업계 특성, 경영 현황 등 사이에서 계산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이달 정기국회가 열리면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우선 상법상 배임죄 폐지부터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은 병행할지 별도로 진행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이는 이재명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한 만큼 정기국회 내 처리한다는 기조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정기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자사주 소각 법안은 배임죄를 먼저 처리한 뒤 병행할 것인지, 별도로 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하반기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3차 개정안 처리가 가시화되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개정안 처리 전 자사주 소각이 아닌 활용을 선택할 경우 주주와 시장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식 수가 줄어 주당 순이익이 증가하고 기존 주주 지분율이 높아져 배당과 유사한 주주환원 효과를 가져온다. 소각 의무화를 앞두고 자금조달에 활용하는 것은 일종의 우회 전략이란 비판을 받는 이유다. 새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정책 방향에 보조를 맞추지 않을 경우 후폭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제약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지만, 일각에선 모든 업체가 개정안 통과와 소각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신약 개발과 R&D 투자 등 업계 특수성은 물론, 업체 규모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요구되는 일괄적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날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제약업계도 업체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데, 자사주를 보유한 모든 회사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고 모두가 따르는 건 어렵지 않겠나"라며 "소각이 아닌 활용을 택하면 정부가 업계에 강조하는 R&D와 시설에 투자할 수 있는데, 회사 규모나 상황에 따라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업계를 넘어 재계 전반에서 제기되는 경영권 방어 조치 필요성도 우려하는 포인트다. 이 관계자는 "최근 사모펀드가 2조원 규모에 달하는데, 그들에겐 돈도 아닐 수백억원에 경영권이 탈취될 수 있는 회사들도 있다"며 "해외 사례를 참고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업체별로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업계 입장에선 신약 개발과 R&D에 초점을 맞춘 새 정부 기조와 자사주 활용을 비판하는 목소리엔 괴리가 있다는 토로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선 바이오헬스 분야 혁신신약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늘 강조하지만, 막상 피부에 와닿는 지원은 많지 않다. 혁신형 제약기업 지원도 마찬가지"라며 "결국 많은 업체들이 연구자금이나 시설 비용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산업 환경에 처해 있다. 재무구조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R&D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업계 고민은 상당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자사주를 활용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사례는 대원제약과 삼천당제약, 환인제약, 진양제약 등 네 개 업체 정도다.

대원제약은 지난 2일 자사주 99만4144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으로, 159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처분 대상은 에이치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다. 대원제약은 자사주로 조달한 자금은 전부 연내 사업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삼천당제약은 지난달 27일 자사주 15만주를 대상으로 295억원 규모 EB를 발행했다. 보유 중인 자사주 20만주 가운데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천당제약 역시 조달자금은 전부 연내 사업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 7월엔 환인제약이 자사주 100만주를 케이프투자증권 등 국내투자자에 시간외대량매매, 블록딜 형태로 매각했다. 보유 중인 자사주 333만주 가운데 30%에 해당하며, 처분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처분가액은 116억원 규모다. 해당 매각으로 자사주 보유량은 발행주식총수 대비 17.9%에서 12.54%로 감소했다. 당시 공시에서 환인제약은 유통주식수 증가를 통한 거래 활성화와 운영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들었다.

같은 달 진양제약도 자사주 32만주를 20억원에 장외처분했다. 처분대상은 대표이사인 최윤환 회장이며, 처분목적은 기업운영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이다. 이에 따라 자사주 보유량은 발행주식총수 대비 9.39%에 해당하는 122만주에서 6.94에 해당하는 90만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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