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공의료 위기 속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힘받나

'위기의 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국립대병원 역할과 과제' 국회토론회
"국립대병원 인력·재정·네트워크 확충해 역량 강화해야"
복지부·교육부, 국립대병원 소관부처 이관 공감대 …법인체계 한계 지적도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9-05 05:56

(왼쪽부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의원, 옥민수 울산대병원 교수, 김창훈 부산대의대 교수, 조승아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 윤혜준 교육부 의대교육기반과장.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전공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지역·필수·공공의료 위기가 이어지면서 국립대병원의 소관 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해 관리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국립대병원이 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공공기관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적의료기관으로 전환해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4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위기의 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국립대병원 역할과 과제'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인사말을 통해 "전공의 복귀에도 지역·필수·공공의료는 여전히 위기에 놓여 있으며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비가역적 상황으로 갈 수 있다"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립대병원이 지역에서 거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로 이관해야 한다. 단순한 이관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복지부가 국립대병원을 어떻게 육성하고 어떤 역할을 부여할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의 첫 발제를 맡은 옥민수 울산대병원 교수는 '국립대병원의 역량 진단과 개선 과제'를 주제로 "앞으로 모든 의료기관은 지역사회 기여도를 평가받아야 하며,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따라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의료기관의 공적 책무성에 무게를 뒀다.

이어 "의료기관의 책무성은 전달체계, 지역완결, 의료의 질, 공공성 네 가지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이 기준으로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역·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핵심을 '의사 인력 확보'로 꼽았다. 빅5 병원과 비교했을 때 지역의료기관은 최대 3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교원 확보를 위한 안정적인 재원 뒷받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은 국립대병원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국가 책임 강화와 국립대병원 경쟁체제 철폐 및 경쟁력 제고, 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공공 폴리클리닉-보건소 연계 강화, 진료 역량 강화와 재정 지원, 지역 공공 보건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 책임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발제 이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 이관 법안의 현황과 쟁점이 다뤄졌다. 

한진옥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22대 국회에서 서울대병원과 지역 국립대병원을 모두 복지부로 이관하는 법안, 지역 국립대병원만 복지부로 이관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국회 교육위원회는 병원의 자율성 훼손과 교육·연구 역량 저하를 우려하며 부정적 의견을 내고 있다"며 "소관 부처를 교육부로 할지 복지부로 할지는 대학병원의 정체성을 교육·연구 중심으로 볼 것인지, 공공의료 중심으로 볼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교육부는 이관 이후 국립대병원 투자가 보건의료정책과 정합성을 갖춰 체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복지부도 이관 필요성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서울대병원은 교육·연구 기능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대병원의 재정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태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부본부장은 "국립대병원은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부터 적자 상황이었고 이후 적자가 더욱 커졌다"며 "11개 국립대병원의 지난해 적자는 5639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공병원의 불가피한 적자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 책임을 강화하고 인건비와 운영비 지원을 위한 재정지원 및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소관부처를 복지부로 이관하더라도 국립대병원이 현재 법인 형태의 공기업으로 운영되는 한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창훈 부산대의대 교수는 "국립대병원은 법인 형태의 공기업으로, 민간 병원과 동일한 보상체계 속에서 운영되고 있어 공공기관으로 보기 어렵다"며 "필수·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하려면 국립대병원을 공적의료기관으로 전환하고 운영체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예산·시설·장비 지원체계도 지역 수요에 맞춰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병원장이 경영자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보건의료 관리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기의 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국립대병원 역할과 과제' 국회토론회가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개최됐다. 사진=김원정 기자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관계자들은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 이관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냈다. 

조승아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지역의료 위기는 지역 소멸뿐 아니라 국립대병원의 경쟁력 약화에서도 비롯된다"며 "국립대병원이 지역·공공·필수의료의 척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립대병원이 지역의료를 단독으로 책임질 수 없으며 다양한 의료기관과 네트워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립대병원에 충분한 지원과 책임이 부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과장은 국립대병원에 대한 이관 필요성을 강조하며 "올해 국비 800억원과 지방비 매칭을 합쳐 1600억원이 투입됐고, 내년부터는 인건비와 AI 진료 시스템 도입 지원도 확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지역 국립대병원 특화 R&D에도 연간 500억원 수준이 투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혜준 교육부 의대교육기반과장은 "교육부는 국립대병원 지원 예산을 지난해 1100억원에서 올해 1170억원으로 늘렸고, 내년도 예산안은 약 14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며 "소관 부처 이관이 추진되면 규제 완화와 자율성 확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와 복지부 모두 국립대병원 이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새 정부 국정과제에 반영된 만큼 국회와 적극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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