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소아 의약품, WHO 기준 대비 부족…경구용 개발 필요"

양산부산대병원 약제부, WHO EMLc 비교 분석 연구
WHO, 2007년부터 소아용 필수의약품 별도 구분 관리 
WHO 소아 의약품, 성분뿐만 아니라 제형으로도 구분
WHO EMLc 중 78품목은 국내 사용 힘든 품목 대부분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9-08 11:56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우리나라 소아 경구용 의약품이 세계보건기구(WHO) 소아 필수의약품 목록(EMLc)과 비교 시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소아에게 더 친화적인 경구용 제형 개발 및 생산을 위해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공동의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약제부 연구팀(황은정, 김수연, 심정미, 정현규, 강수영)은 지난 2일 발간된 한국병원약사회지 42권 3호에 'WHO 소아 필수의약품 목록과 단일 상급종합병원의 처방 분석을 통한 소아 경구용 의약품의 필요성 제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소아는 성인과 다른 약물치료 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아용 의약품은 부족하다. 성인용 의약품을 분할하거나 분쇄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의약품 안전사용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소아를 위한 필수의약품 목록조차 없으며, 필요한 의약품의 공급은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아의 건강을 지키는 필수의약품 및 소아 경구용 의약품 개발을 위해 보건의료계와 관련 학회의 연구, 환자와 보호자의 참여, 제약업계의 개발과 생산,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규제 개선 등 공동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소아는 약동학과 약력학이 성인과 매우 다른 특성을 갖는다. 때문에 WHO는 2007년부터 필수의약품 목록과 소아용 필수의약품을 별도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또한 WHO의 기준과 같이 의약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소아용 의약품을 검토,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아용 제형이 아닌 경우, 약물 흡수의 큰 변화로 인해 부작용이 증가하거나, 효능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소아는 경구로 의약품을 투여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에 경구용 제형 개발의 필요성이 요구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아에게 경구 투여하기 적합한 제형의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의약품 공급 위기와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 등의 요인으로 소아용 의약품 부족 현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약제부는 소아 건강 유지를 위한 의약품에 대해 2023년에 9번째로 개정 발표한 WHO EMLc(12세 이하 소아 의약품 목록)와 경남지역의 단일 상급종합병원의 12세 이하를 대상으로 처방한 의약품 내역을 경구용 의약품 중심으로 비교 분석해 우리나라의 소아용 의약품 사용 실태를 확인했다. 

그 결과, WHO EMLc 자료에서 추출한 경구용 의약품은 178개 성분으로, 성분과 제형으로 구분하면 총 279품목이었다. 

WHO EMLc 목록 중 202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병원 내 유사 제형 및 함량이 있는 경우는 116성분(65.2%), 191품목(68.5%)으로, 이 중 병원 내 의약품 목록이 있으나 처방 내역이 없는 의약품은 34품목이었으며, 국내에서 소아에게 허가가 되지 않은 품목들도 포함돼 있었다.

WHO EMLc에 포함됐으나 병원에서 사용하지 않는 88품목 중 10품목은 국내 허가된 품목이 있거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서 공급받을 수 있었지만, 그 외 78품목은 국내 허가 의약품이 없거나, 국내 허가 취하 또는 만료로 병원 내에서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힘든 품목들이 대부분이었다.

WHO EMLc의 경구용 제형으로는 총 35개의 형태가 제시됐는데 Iodized oil, Lozenge, Oral oily solution, Sachets containing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제형을 포함했다. 특히 타블렛(Tablet) 제형으로만 14가지, 파우더(Powder) 제형으로만 6가지의 다양한 형태를 명시해 경구용 의약품도 매우 세분화해 관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병원 내에서 다빈도로 사용되는 성분의 의약품 중 spironolactone, furosemide, enalapril 제제 등은 성인용 타블렛 제형 밖에 없다. 

연구팀은 이러한 약들을 소아에게 투여하려면 성인용 제형을 극미량으로 분할·분쇄해 사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1회 용량이 불균등하게 조제되거나 약포지에 의약품이 묻는 등의 과정으로 일부 용량이 손실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에서 사용하는 일부 건조시럽 등은 현탁 과정이 필요한데, 환자나 보호자가 정확한 현탁, 유효기간의 적절한 관리, 현탁 전후 보관온도 등을 준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남은 의약품을 폐의약품 처리 과정이 아닌 하수구 등에 버리는 경우가 있어 환경오염과 항생제 내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연구팀은 가루약 형태로 약포지 등에 1회분씩 분배해 환자가 복용 직전 물에 녹여 복용할 수 있는 안정성이 개선된 새로운 제형의 의약품 개발을 제안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소아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라며 "소아의 건강을 지키는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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