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는 외면, 수가는 제자리…'존폐 기로'에 선 외과

저수가에 비급여 의존, 1·2차 외과 현장 생존 위태
낮은 전공의 복귀율…'희망 없는 미래' 기피 심화
내시경 발전·영역 다툼 속 교육 붕괴…모듈형 수련 대안 제시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9-10 05:5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전공의 복귀가 시작됐지만 외과는 여전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필수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저수가 구조에 묶여 있고, 전공의들의 외면은 오히려 심화되는 모습이다. 현장에서는 '외과 존폐 위기'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외과 개원가와 병원은 저수가와 인력난, 법적 위험 부담 속에서 간신히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수술은 고위험·고강도의 진료가 요구되지만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 결과 1차 외과의원은 정책 부재 속에 비급여 진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2차 병원은 상급종합병원과 1차 의원 사이에서 정체성이 흔들린 채 인력난과 높은 의료 분쟁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대구경북외과의사회 서보영 회장은 "수술에 들이는 시간보다 다른 환자를 진료하는 편이 더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가 현실은 참혹하다. 특히 2차 병원은 더 버티기 어렵다. 외과의 현실을 이제는 제대로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기피 현상은 선배 의사들의 고민을 더욱 뚜렷하게 만든다. 수도권에서도 지원자가 드물고 지방은 상황이 훨씬 더 열악하다. 젊은 의사들이 외과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그 앞에 놓인 미래가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명예회장은 "저수가와 법적 위험이 누적된 구조적 문제 속에서 전공의들은 외과를 선택하지 않고 있다. 수도권에서조차 외과를 기피하는데 지역은 더 심각하다. 외과를 택했을 때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과는 기피과지만 동시에 매력적인 과다. 정책 당국은 젊은 의사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료 의사들도 기피과가 차별받지 않고 생존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기에 내시경 발달과 국가검진 확대는 수술 환경을 크게 바꿔 놓았고, 대학 현장에서는 과 간의 영역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외과의사회 민호균 교육이사는 "내시경과 검진의 발전으로 위암 수술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외과도 변화해야 하지만 대학 현장은 오히려 영역 다툼으로 흐르고 있다. 내시경을 처음 개발한 것도 외과의사였고, 개원의 외과의사들은 초음파나 내시경 모두 능숙하게 해낸다. 그러나 정작 외과의사들은 다른 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실적인 어려움은 단순히 힘든 과로 여겨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교육과 수련 시스템 자체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민 교육이사는 "대학병원 수련은 난이도가 높지만 외과라는 스펙트럼 전체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공의 교육은 더 다양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져야 하고, 다양한 재원을 활용해 수련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한외과의사회 최동현 회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이 진행되면서 전공의 교육 기회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이 암과 희귀병 위주의 수술만 담당하게 되면 전공의 교육은 분명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1·2차 병원의 역할을 확대하고 전공의를 3차 병원에만 묶어두지 말아야 한다. 모듈형 프로그램을 도입해 여러 병원을 돌며 수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모듈형 수련제도는 연차가 아니라 역량 단위의 모듈을 기준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제안돼 왔다. 예컨대 내과 전공의는 '중환자실 3개월, 심장 로테이션 6개월, 외래 진료 3개월, 야간 당직 50회'와 같은 과정을 모듈로 설정해 이수한 만큼을 인정받는 식이다. 이는 수련을 시간 중심이 아닌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바꾸자는 취지다.

대한외과의사회 박제훈 정책부회장은 "외과는 노동 집약적인 분야라 교육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의료 전달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교육까지 붕괴됐다. 전공의 복귀가 시작됐지만 필수의료과 복귀율은 40%에도 못 미치고, 인기과는 8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큰 책임은 정책 당국에 있다. 교육 모듈 개선 논의는 이런 배경 속에서 나온 것이다. 외과는 협력과 팀워크가 중요한 과인 만큼 교육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과의 위기는 현장 차원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됐다. 저수가와 인력난, 전공의 기피, 교육 붕괴가 겹쳐져 있어 정책적 전환 없이는 회복이 어렵다. 이에 따라 대한외과의사회 역시 대표성을 넘어 구심점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동현 회장은 "대한외과의사회가 단순히 대표성을 넘어 정책 생산자·정보 전달자·사회적 설득자로서 기능해야 한다. 더 이상 외과의 위기를 방관하지 않고,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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