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대한피부과학회 강훈 회장, 대한피부과의사회 조항래 회장, 시흥휴먼피부과 안인수 원장,
차의과대학교 김동현 교수, 은평성모병원 김정은 교수.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피부과=미용'이라는 오해가 여전하다. 이에 피부과가 중증 피부질환을 다루는 필수의료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학회와 의사회가 나섰다.
피부암, 아토피피부염, 건선, 원형탈모 등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하는 질환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에도, 비전문의와 비의료인의 무분별한 진입으로 국민이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11일 대한피부과학회 기자간담회에서 강훈 회장은 "'피부과는 주사나 기기만 사용하는 과'라는 오해가 크다. 우리가 제대로 알리지 못한 점을 통감한다"며 "앞으로 건선, 아토피피부염 등 중증질환을 치료하고 예방까지 책임지는 전문과임을 꾸준히 알려나가겠다"고 전했다.
학회는 오랜 교육과 임상 경험을 거친 전문의가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원가에서 행해지는 미용의료조차 단순한 미용 목적이 아니라 피부질환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부각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 조항래 회장은 "개원가의 미용의료는 단순 미용이 아니라, 피부질환에 대한 깊은 이해 위에서 이뤄지는 3차원적 의료다. 전문의들은 중증질환을 다루면서도 높은 의학적 전문성을 토대로 미용의료를 수행한다"고 풀이했다.
그는 나아가 "국민 건강을 지키는 전문적 영역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전문 의료인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며 "의사회는 학회와 협력해 피부과 진료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높이고, 신뢰받는 의료환경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피부과가 보험급여 질환을 외면한다'는 시각도 강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낮은 보험수가에도 불구하고 필수질환 진료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감염성 피부질환, 피부암, 자가면역 질환 등은 단순 미용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며,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전선이라는 것이다.
시흥휴먼피부과 안인수 원장은 "피부과는 보험급여 질환을 외면한다는 오해와 다르다. 많은 전문의가 낮은 수가에도 환자 건강을 위해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며 "반대로 비전문의나 비의료인의 무분별한 시술은 오진·치료 지연·부작용으로 국민 피해를 키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용 시술은 전문적 진단과 부작용 관리가 가능한 피부과 전문의가 맡아야 한다. 비전문의나 비의료인의 시술은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는 단순 미용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전선"이라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필수의료 인력 부족, 낮은 보험수가, 비전문의 진료 확대 등 구조적 문제가 겹치면서 국민이 안전하고 표준화된 치료를 받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피부질환은 겉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복잡한 감별과 다양한 술기가 요구된다.
차의과대학교 김동현 교수는 "비전문의의 무분별한 진료와 왜곡된 의료 정보는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며 "피부과 전문의의 역할과 전문성이 보장돼야 환자가 안전하게 표준치료를 받을 수 있다. 보험수가 개선과 비전문의 규제 같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전문의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는 대목은 중증 피부질환 관리다. 이러한 질환은 단순한 피부 문제를 넘어 전신 건강과 정신 건강을 동시에 위협하며, 사회적 부담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증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 환자는 극심한 가려움으로 인한 수면 장애, 잦은 병원 방문, 치료비 부담으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심혈관질환, 대사증후군, 건선관절염 같은 합병증 위험도 높다. 원형탈모, 백반증, 천포창 환자는 외모 변화로 인한 사회적 낙인과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다른 면역질환 동반 위험까지 커 사회 전체의 부담이 된다.
은평성모병원 김정은 교수는 "표적 치료제 등장으로 관리가 개선됐지만, 고가 치료비와 보험급여 한계 탓에 환자들이 충분히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며 "피부질환은 삶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질환이다. 정확한 진단과 최신 치료를 제공하는 전문의의 역할이 중요하다.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인식 개선과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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