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허양임 차의과대학 교수, 손장원 카톨릭의대 교수, 이찬주 연세의대 교수. 사진=최인환 기자
[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비만은 질환입니다. 특히 HFpEF(보존박출률심부전)에서 비만은 병태생리의 핵심 축이자 치료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한심부전학회 추계학술대회 'HF Seoul 2025' 공동 세션에서 비만을 심부전 치료의 핵심 표적으로 제시했다. 체중 숫자(BMI)만 보던 관행에서 벗어나 허리둘레/키 비율과 영상으로 보는 심장 주변 지방까지 함께 평가하고, 생활요법+기본 심부전 치료약+신세대 체중감량 약물을 한꺼번에 쓰는 표현형 맞춤 전략이 해법으로 제안됐다.
11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HF Seoul 2025에서 대한비만학회와 공동으로 진행한 'The Present and Future Management of Obesity'(좌장: 강석민 연세의대, 김민선 울산의대) 세션에서 연자들은 다음과 같은 현장 메시지를 공개했다.
먼저 허양임 차의과학대 교수는 국내 지표를 들어 "지난 10년간 전 연령에서 비만이 늘었고, 특히 20~30대 복부비만이 빠르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체중 5% 감량만으로도 혈당·혈압·지질 등 대사 지표가 좋아지고, 10~20% 감량은 심혈관 사건 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며 조기 개입을 강조했다.
이어 Gianluigi Savarese 카라롤린스카연구소 교수는 "심부전 환자에서는 비만이 흔하고, 특히 보존형 심부전에서 두드러진다"고 진단했다. 소위 '비만이 있으면 오히려 예후가 낫다'는 주장에 대해선 "통계 착시일 수 있다"며 BMI 대신 '허리/키 비율'과 심장 주변 지방을 영상으로 확인하는 방식을 권했다. 치료 쪽에선 생활요법과 기본 심부전 치료약을 토대로, 신세대 체중감량 약물이 체중, 숨참 증상, 일상생활 지표, 심장 부담 신호(NT-proBNP 등)를 함께 개선하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손장원 가톨릭의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외래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단계별 알고리즘을 제시했다. 그는 "BMI는 1차 선별용 스크리닝 도구에 그치고, 치료 전 치료 전 지방의 분포(복부 중심)와 기능(대사 이상 여부)을 꼭 봐야 한다”며 "합병증이 없으면 강력 감량제 중심, 합병증이 동반되면 해당 질환 근거가 확립된 약물을 우선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신세대 약물에 대해선 "주 1회 semaglutide는 평균 약 10~15% 감량, 듀얼 작용제(tirzepatide)는 그 이상(약 20% 내외)까지 보고되고 있다"며 "다만 사코페니아(근감소증) 우려가 있어 저항성 운동·단백질 보충을 표준 처방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주 연세의대 교수(순환기내과)는 병태생리와 비수술·수술 옵션을 균형 있게 정리했다. 그는 "짧은 기간의 집중 감량만으로도 좌심실 질량, 6분 걷기 거리, 삶의 질 등이 좋아질 수 있지만 장기 유지가 어렵다"고 한계를 짚었다. 비만수술에 대해선 "장기 체중·대사 개선과 심부전 악화·입원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심부전 환자에서는 수술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어 꼼꼼한 선별과 다학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시경 시술 등 덜 침습적 대안은 "아직 근거 축적 단계"라고 부연했다.
HF Seoul 2025 공동세션 패널토론. 사진=최인환 기자
이후 토론에선 국가별 BMI 기준(25~30) 차이로 임상 적용이 흔들린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Savarese 교수는 "앞으론 BMI 비중을 낮추고 허리/키 비율·영상 지표를 더 쓸 것"이라고 답했다. 운동·영양은 "주 3회, 주당 150분 원칙을 심부전 동반 비만에도 적용하되, 단백질 목표 섭취와 체성분(근육·지방) 모니터링으로 개인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한편 좌장단은 "비만을 심부전 치료의 독립 타깃으로 설정하고, 생활요법+기저 약물+신세대 항비만제를 축으로 한 다학제 루틴을 현장에 정착시키는 것이 관건"이라며 "근감소증 관리와 수술 환자 선별 기준을 명확히 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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