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료 현장에서 스마트 병원은 더 이상 미래의 개념이 아니라 환자 경험을 혁신하고 지역 격차를 해소할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화·AI·로봇 등 첨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병원 안팎을 잇는 연결성과 장기적 제도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환자 중심의 진료와 의료 형평성을 위한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15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이 원하는 진짜 의료혁신 토론회 : 병원시스템의 변화'에서 전문가들은 스마트 병원의 미래와 과제를 놓고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은 개회사에서 "스마트 병원, 병상 관리 시스템, 의료 로봇, 진단 검사 자동화 등 첨단 기술이 환자 경험과 병원 운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확산하기 위한 제도적·재정적 과제를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의료와 기술의 융합이 국민의 삶 속에서 실질적인 혁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김미애 간사는 축사를 통해 "국회에서 할 일은 스마트 병원이 제대로 정착돼 환자의 건강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의료진의 전문성을 더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입법과 예산 등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현장에서 스마트 솔루션 도입을 통한 효과에 대한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이영신 씨어스테크놀로지 대표는 웨어러블 AI 기반 입원환자 실시간 모니터링 솔루션 '씽크(thynC)'를 소개하며 "입원 환자 실시간 모니터링은 스마트 병원으로 가는 마중물"이라며 "의료진은 이러한 솔루션을 통해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고, 환자는 더욱 안전하고 정밀한 케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환자 모니터링은 입원 병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퇴원 이후에도 연계돼 환자의 치료와 안정성을 가져갈 수 있도록 대상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요양병원이나 재택 모니터링까지 포함해서 활발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짚었다.
패널 토론에서는 병원 안에서뿐만 아니라 병원 밖에서도 환자와 연결해주는 스마트 기술을 통해 환자 맞춤형 진료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 공유됐다.
박진영 용인세브란스병원 디지털의료산업센터 소장은 "병원 안에서의 연결성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시대가 바뀌면서 병원과 일상, 집을 연결하는 시스템이 조금씩 더 갖춰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치료기기'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앱을 이용해서 치료를 하는 소프트웨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치료기기가 중요한 이유는 예전에는 외래에서 환자에게 약을 처방해 주면 환자가 집에 가서 의사의 지시대로 약을 먹거나 안 먹거나 환자의 몫이었다. 그런데 디지털 치료기기의 발전으로 환자의 패턴이 로그 기록으로 남고 이를 통해 조금 더 환자 맞춤형 진료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데이터들이 병원에 전송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보급되고 있다"고 최근 추세를 짚었다.
박 소장은 이러한 변화가 병원 중심의 환자 진료에서 환자 중심의 진료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는 패턴이라고 했다.
반면 "스마트 병원의 요소 기술인 자동화, AI, 로봇 등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연결과 실증은 여전히 부족하고 입원-외래-재택으로 이어지는 환자 치료 프로세스 속에서 단절이 존재해 환자 경험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단기적 과제, 성과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연구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의 다양한 배송과 청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로봇 도입 사례도 공유됐다.
이미연 한림대 성심병원 커맨드센터장은 국책과제를 통해 한림대 성심병원에 도입돼 실증 진행 중인 77대의 로봇에 대해 '의료진과 환자 만족도는 높았지만 아직은 병원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이 부족해 병원 환경, 의료진과 환자가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과 이에 적합한 솔루션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도입 유인 부족과 비용 부담, 개인정보 규제 문제 등 해결 과제가 많다"며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임지은 한국로슈진단 전무는 "스마트 진단 확대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지역 환자의 의료 접근권과 생존권을 지키는 사회적 투자다. 이에 정부, 의료계, 산업계가 함께 협력한다면 환자가 어느 지역에서든 동일한 수준의 검사를 제때 받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의료 형평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에서 받는 검사들은 겉보기에는 다 기계가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체 검사 과정의 절반 이상이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며 "자동화에 기반한 스마트 진단은 검체가 접수된 순간부터 전처리, 분석, 후처리, 결과 전송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자동화 트랙으로 연결해서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수작업 오류를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 의료 인프라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자랑하지만 대도시와 지역 간 진단 격차는 크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병원의 절반 가까이는 이미 자동화를 도입했지만 지방 병원의 도입률은 20%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차이는 곧 환자가 검사 결과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격차로 이어진다. 그래서 자동화 솔루션이 없는 지역 병원에서는 수작업 과정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결과를 받기까지 많게는 수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엽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다수의 병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보면 인력 수급의 어려움과 의료진의 소진 문제, 주변 병원과의 기능 중복으로 인한 불가피한 경쟁, 지역 간 의료수준 격차 문제, 의료기관간 네트워크 부재로 인한 단절 문제 등이다"라고 짚었다.
이에 "이러한 어려움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제도 개선이나 일시적인 예산 투입만으로는 병원 서비스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스마트 병원이라는 첨단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하는 미래 지향적인 해결책, 스마트 병원이 대두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마트 병원은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니라 환자 중심, 서비스 효과 중심의 혁신"이라며 "스마트 병원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의료 서비스가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지난달 열린 'AI와 의료데이터가 바꾸는 진료현장'에 이어 두 번째이며, 오는 30일에는 '1차 의료와 비대면 진료'를 주제로 세 번째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