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두려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가는 여정"

한국에자이, '냉장고 안 리모컨' 프로젝트 성료
치매 경험전문가와 예술 창작자 짝 이뤄 공동 작업
9월 15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노원구청서 작품 전시
19일 토크쇼, 프로젝트 참가자들 진솔한 이야기 전해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5-09-20 05:58

'냉장고 안 리모컨' 프로젝트를 함께한 사람들. 사진=조해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지역사회 중심의 치매 생태계를 구축하고,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치매 친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제약사와 지자체, 사회적기업이 손을 잡았다. 

한국에자이는 노원구치매안심센터, 내마음은콩밭협동조합, 놀배즐 등과 함께 협력해 치매 인식개선 프로젝트 '냉장고 안 리모컨 with 노원'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 프로젝트는 치매 당사자(치매 경험전문가/초기치매, 경도인지장애 당사자)와 예술 창작자가 함께 짝을 이뤄 예술 작품을 공동 창작함으로써 자신의 기억을 스스로 재구성하고, 사회와 연결되는 새로운 방식의 실험이다. 

5개월간의 경험전문가와 창작자의 공동작업을 통해 완성된 회화, 조형, 드로잉, 영상, 글, 그림책 등 5개의 작품은 9월 21일 '치매 극복의 날(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을 즈음해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시 노원구청 1층에 전시돼 노원구청을 찾은 누구나 자유롭게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냉장고 안 리모컨' 전시를 관람 중인 구민들. 사진=조해진 기자
전시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5팀(이창희-이우순, 김현정- 이정자, 우단비-박상철, 조은선-김순길, 이인현-최만호)이 직접 무대에 올라 프로젝트의 의미를 되짚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도 진행됐다. 180명이 들어올 수 있는 노원구청 강당이 관객들로 가득 찼다. 

이날 서정주 한국에자이 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치매가 가장 무서운 병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자이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치매는 잘 준비하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질환"이라며 "치매와 함께 일상을 보내는 모습들을 예술 작품에 담았고, 그 내용들을 함께 공유하길 바란다. 모두가 함께 포용적으로 준비한다면 치매도 무서운 질병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심재신 내마음은콩밭협동조합 공동대표는 "'냉장고 안 리모컨' 프로젝트는 냉장고에 리모컨을 넣는 것 자체가 '나 혹시 치매인가?'라고 무섭고 두렵게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내가 리모컨을 어디에 두는지 자주 까먹는데, 냉장고는 자주 열어보니까 냉장고 안에 넣어두면 리모컨을 잘 찾을 수 있겠다. 이것이 내 일상의 방식일 수도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했다"고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치매는 무섭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치매안심센터에서 검사하고, 내가 사는 동네 안에서 관리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면서 5개월 반 넘게 치매 경험전문가와 창작자가 짝을 이뤄 활동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5팀의 창작자-치매 경험전문가가 짝을 지어 무대에 올라 각자의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여정을 이야기 나누듯 발표했다. 5개월의 시간을 나눈 '기억의 짝꿍'들이 함께한 작업과정에서 느껴지는 두 사람의 우정은 때로는 뭉클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관객들을 울렸다. 치매 경험전문가들 또한 기억을 더듬으며 솔직한 이야기를 전해 평온한 일상을 지내며 창의적인 활동도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냉장고 안 리모컨' 치매 경험전문가-예술 창작자 5팀 토크쇼 현장. 사진=조해진 기자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한국에자이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치매 경험전문가와 파트너들 없이는 어려운 일이었다. 진정성 있는 다양한 파트너들이 함께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전시회가 가능했다"며 "다시 한번 함께한 모든 협력기관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치매가 무섭고 두려운 질병이 아니라 잘 준비하고 대응하면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고 싶었다"며 "치매 당사자들의 일상을 예술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그 서사의 확산을 통해 경도인지장애나 치매가 있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자이 관계자는 프로젝트에서 '치매 환자'가 아닌 '치매 경험전문가', '치매 경험자'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후쿠오카의 인지증 프렌들리센터에서 '경험전문가'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다"며 "앞으로 다수의 인구가 인지저하를 경험하게 되는 사회가 될텐데, 먼저 인지증(치매)을 경험하는 분들을 '치매 친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갈 파트너로 인식하는 의미에서 경험전문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치매 당사자가 가진 생생한 경험과 통찰이야말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진정한 해법을 찾기 위한 가장 소중한 전문성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한 한국의 치매 생태계가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일본의 경우, 치매 당사자의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치매에 걸려도 자기다운 삶을 가꾸어 갈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자본도 풍부하다"면서 "한국도 경도인지장애와 치매에 관심을 갖고 치매 친화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는 데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 생태계란 치매의 예방부터 진단과 치료, 그리고 돌봄과 임종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치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진단과 치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독립적인 생활의 지원, 치매 당사자를 단순히 관리해야하는 환자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안심하고 본인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냉장고 안 리모컨' 소개 화면. 사진=조해진 기자
한국에자이는 '냉장고 안 리모컨' 프로젝트 외에도 '치매리빙랩'과 '치매 생태계 세미나'를 통해 치매 당사자와 그 가족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치매 생태계를 구축하고, 치매 친화 사회로의 변화해 가기 위해 꾸준히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있다.  

한국에자이가 이러한 치매 관련 프로젝트들을 지속해서 추진하는 원동력은 기업 문화에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에자이는 '인간중심헬스케어(HHC : Human Health Care)' 철학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모든 직원들이 근무시간의 1%를 환자 및 시민들과 공감하는 데 사용하면서 현장의 '암묵지(暗默知)'를 축적하고 있다. 

당사자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암묵지가 있어서 공감을 받는 기획이 나올 수 있고, 오랜 기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여러 좋은 협력 파트너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어 의미있는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 문화와 확보된 협력 파트너들과의 시너지를 통해 앞으로도 꾸준히 국내 치매 생태계 구축을 통한 치매 친화 사회로의 변화에 기여할 방침이다.  

관계자는 "한국에자이는 치매와 관련해 예방, 진단, 치료, 돌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에서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당사자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공동창출하고 있다"며 "특히 치매리빙랩을 통해 치매인들의 지역거점인 치매카페를 전국 11곳에서 운영하며 제도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앞으로도 치매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도, 질병이나 장애가 있어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이해관계 당사자들과 협력해 변화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내년에도 '냉장고 안 리모컨'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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