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 고은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 정귀영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김원정 기자] 중증 IgA 신장병증 환자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고가 신약의 급여 적용과 산정특례 지정이 시급하다는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IgA 신장병증은 조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말기 신부전과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질환으로, 주로 청장년기에 발병해 개인의 삶과 국가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환자 치료비 부담 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희귀질환 지정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9일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의실에서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 주최로 열린 '중증 IgA 신장병증 환자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 의료계, 환자단체는 이 같은 문제를 놓고 의견을 공유했다.
한지아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IgA 신장병증은 성인과 소아 모두에게 발생하는 난치성 만성 질환으로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진단이 어렵다"며 "제때 관리하지 못하면 말기 신부전으로 이어져 결국 투석을 해야 하는 등 환자가 겪는 어려움이 크다. 그러나 최근 신약 개발로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희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이러한 치료제와 치료 기회를 환자들이 얼마나 빠르고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IgA 신장병증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덜기 위한 정책적·입법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에서 고은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IgA 신장병증 환자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인식과 제도적 접근'을 주제로 "IgA 신장병증은 IgA 신병증, IgAN(IgA nephropathy)으로 불리며, 신장을 침범하는 진행성 자가면역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또 "IgA 신장병증은 원인이 불명확한 원발성 신장 질환이 가장 흔한 형태이며 아시아 인구에서 특히 유병률이 높다. 특히 약 27세에서 45세의 사회·경제 활동이 활발한 청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영국 희귀신장질환 등록 자료 분석 결과도 소개했다. 2299명의 성인 IgA 신장병증 환자를 추적한 결과, 11.4년 후 약 절반의 환자가 심부전이 발생하거나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단백뇨를 줄이고 신장 기능을 보존해야 한다. 그래야 만성콩팥병 및 말기 콩팥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거나 지연시켜 환자의 삶의 질과 사회적 활동 유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신약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도 지적됐다. 고 교수는 "현재 IgA 신장병증 치료제로 네페콘캡슐(4mg), 파브할타(200mg), 필스파리(400mg)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모두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신약을 활용하면 ESRD(말기 신부전)로의 진행을 지연시켜 건강한 삶을 지속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증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ESRD 치료비용 절감과 사회적 의료비 부담 완화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환자가 ESRD로 진행할 경우 연간 평균 진료비는 약 2838만 원에 달하며, 이는 단일 상병 기준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신약이 급여 적용되지 않을 경우 연간 약 1억원의 치료비를 환자와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
고 교수는 "국내 중증 IgA 신장병증 환자는 약 9700명으로 추정된다. 3개월간 RAS 억제제 치료에도 단백뇨가 하루 1g 이상이고 eGFR이 30~90ml/min인 환자를 중증 환자로 분류한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산정특례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 주최로 열린 '중증 IgA 신장병증 환자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원정 기자
패널 토론에서도 같은 의견이 이어졌다. 김성균 대한신장학회 재무이사(한림대 성심병원)는 "IgA 신장병증 치료제인 네페콘 연구에 국내 환자들이 참여해 효과를 확인했다. 현재도 일부 환자가 이 약을 쓰고 충분한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약값이 고가라 소득 수준에 따라 치료 기회가 갈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환자 누구나 형평성 있게 신약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의철 가톨릭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신약이 고가이지만 IgA 신장병증은 주로 청장년층에서 발생한다. 국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청장년 환자들이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11.4년 뒤 절반이 신부전이나 사망에 이른다면 국가 생산성까지 위협받는다. 따라서 조기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며 "보험 급여 적용이 급선무이고, 산정특례까지 적용된다면 환자 부담을 더 줄일 수 있을 것"고 강조했다.
환자단체도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중증 IgA 신장병증은 젊은 연령에서 나타나는 말기 신부전의 주요 원인이다. 말기 신부전은 신장 기능이 모두 망가져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하는 고통스러운 질환이다. 그러나 치료제가 존재한다. 기능이 다 나빠진 이후 관리에 예산을 쓰는 것보다, 기능 악화를 막는 사전 치료가 훨씬 비용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 속도를 높여 이 질환을 계기로 크게 개선되길 기대한다. 이 질환의 치료제 도입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역사가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환자들의 고충과 조기 치료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절차상 선행돼야 할 부분을 분명히 했다.
신정선 국민건강보험공단 산정특례운영부장은 "중증 IgA 신장병증은 단독 상병 코드가 없어 정확한 유병자 수 파악이 어렵다. 다만 주제 발표에서 국내 유병 인구가 97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희귀질환 지정 요건에는 해당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희귀질환 지정 신청이 들어오면 건보공단과 함께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귀영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도 "중증 IgA 신장병증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되면 환자 고통과 사회적 비용이 급증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현재 세 가지 약제 중 네페콘만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급여 등재 신청을 통해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산정특례 적용 논의에 앞서 희귀질환 지정과 급여 적용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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