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국내 치매 치료환경에 있어서 '은행잎 추출물' 제제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콜린알포세레이트' 등 여타 치료제처럼 치매 증상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치매 발생 원인을 억제해 질환 예방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양영순 순천향의대 신경과 교수는 22일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은행잎 추출물 활용가치에 대해 조명했다.
양영순 교수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밀로이드 PET 양성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은행잎 추출물이 치매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을 억제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은행잎 추출물에서 올리고머화 억제 효과가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MCI 등 치매 초기에 베타아밀로이드 올리고머 단계에서 억제 효과가 확인된 성분은 은행잎 추출물이 유일하다. 이 연구 논문은 국제 신경학 저널 '프론티어즈인뉴롤로지'에 게재됐다.
베타아밀로이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뭉치면서 구조가 변하고 독성이 커진다. 이후 끈끈한 형태인 올리고머라는 작은 덩어리를 형성한다. 이어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라는 큰 덩어리로 뇌에 침착되면 뇌세포 손상과 치매 증상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올리고머화를 늦추는 약물은 치매 진행 억제 측면에서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여겨진다.
양영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은행잎 추출물 효과와 알츠하이머 발병 연계성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연구 결과는 약물 치료를 통해 치매 진행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며 "은행잎 추출물은 주관적 인지장애, 초기 경도인지장애를 비롯해 치매 예방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전까지는 경도인지장애 치료에서 증상을 억제해 일상 기능을 돕는 방식이 활용됐다"며 "치매 원인에 관여하는 은행잎 추출물은 경도인지장애 치료 패턴을 '증상 개선'에서 '진행 억제'로 바꾸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평가는 대한치매학회 내부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급여적정성 재평가 이슈 이후 그간 저평가돼왔던 은행잎 추출물에 대한 탐구와 연구가 시작됐고, 곧이어 긍정적인 평가가 줄지어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양영순 교수는 "학회 차원에서 은행잎 추출물에 대한 컨퍼런스를 하고 있고, 치매를 진료하는 모든 신경과 의료진들이 좋다고 얘기하고 있을 정도"라면서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우수한 수준이다. 단순히 이론적인 부분만 갖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너무나도 저평가된 약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잎 추출물 단독요법, 여러 지표서 효과 나타나
한편, 양영순 교수가 은행잎 추출물 단독요법 치료 효과를 입증한 이번 연구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MCI 환자 6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64명 중 42명에게는 은행잎 추출물 1일 240mg를, 22명에게는 '오메가-3, 콜린전구체' 등 기존 인지보조제를 12개월간 투여하며 임상 경과를 비교했다. 이번 연구에서 은행잎 추출물은 SK케미칼 '기넥신'이 쓰였다.
연구진은 ▲혈액 기반 바이오 마커 MDS-Oaβ ▲표준화된 인지기능 평가 도구인 K-MMSE-2(간이정신상태검사) ▲치매의 임상적 중증도를 나타내는 CDR-SB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K-IADL, NPI 등 지표에 대해 투약 전후 변화를 종합적으로 관찰했다. 이 중 MDS-Oaβ는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초기 병리 단계인 '올리고머화' 경향을 수치화한 바이오마커로, 수치가 낮아질수록 병의 진행이 억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연구 결과 베타아밀로이드 응집 정도를 나타내는 MDS-Oaβ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확인됐다. 은행잎 추출물을 투여한 환자군의 MDS-Oaβ는 0.88ng/mL에서 0.80ng/mL로 0.08ng/mL 감소한 반면, 비교군은 0.89ng/mL에서 0.91ng/mL로 0.02ng/mL가량 수치가 증가했다.
연구진은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역량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K-MMSE, CDR-SB, K-IADL 지표를 함께 분석했다. K-MMSE는 기억력, 지남력(시간·장소·사람을 인식하는 능력), 주의집중력 등 인지기능을 수치화해 치매 선별에 널리 사용되는 검사 도구다.
이번 연구에서 은행잎추출물 투여군은 28.4점에서 28.8점으로 0.4점 상승한 반면 비교군에서는 28.5점에서 27.7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인지 저하가 나타났다.
식사, 취미활동, 의사소통 등 일상생활에서의 독립성과 인지기능 저하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척도인 CDR-SB에서 은행잎 추출물 투여군에서는 점수가 약간 감소(0.845 → 0.835)하며 안정적인 경과를 보인 반면, 비교군은 큰 변화 없이 정체된 양상을 보였다.
실제 생활에서의 기능적 자립도를 측정하는 K-IADL 지표에서도 은행잎 추출물 투여군은 3.4점에서 2.5점으로 0.8점 개선이 확인된 반면, 비교군은 3.0점에서 3.5점으로 0.6점으로 수치가 늘어났다. CDR-SB, K-IADL 등은 수치 점수가 낮을수록 기능이 양호함을 의미한다.
투약 환자의 알츠하이머병 전환율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종합 임상 판정에서 은행잎 추출물 투여군에서는 12개월간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한 사례가 없었으나, 비교군에서는 전체 22명 중 3명(13.6%)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됐다.
이상 반응 측면에서는 은행잎 추출물 단독 투여군과 비교군 모두에서 심각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설사, 두통, 메스꺼움, 어지럼증 등 경미한 이상반응이 일부 관찰됐으나, 치료를 중단할 정도의 사례는 없었다.
양영순 교수는 "오리지널로 알려져 있는 해외 품목에는 이미 근거가 많이 있는데, 국산 제품도 진짜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연구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연구 논문에 상품명을 잘 적지 않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논문에 대한 리뷰로 약 성분과 출처를 밝혀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그래서 제품명과 연구 배경을 밝히게 됐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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