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위암 환자 '혈행성 전이' 예측 분자 아형 규명

64명 환자 종양 조직 분석…줄기세포성·위 점막형 분류
17개 유전자 기반 예측 모델 개발·검증
줄기세포성 아형, 전이 위험 2.9배 높아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5-09-24 11:23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박도중 교수, 병리과 이혜승 교수
서울대병원은 위장관외과 박도중 교수와 병리과 이혜승 교수 연구팀이 위암 환자에서 혈액을 타고 간, 폐, 뼈, 부신 등으로 퍼지는 '혈행성 전이'를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적 특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은 위암을 두 가지 아형으로 구분하고, 17개 유전자를 활용한 예측 모델을 개발해 환자별 전이 위험을 미리 판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성과는 기존 위암 분류체계로는 설명되지 않았던 전이 양상을 새롭게 밝혀, 맞춤형 치료 전략의 기반을 제시했다.

위암은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흔한 암으로, 환자의 생존율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은 전이다. 전이는 크게 림프절·복막·혈행성 전이로 구분되며, 혈행성 전이가 발생하면 예후가 불량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어떤 환자가 혈행성 전이에 취약한지 사전에 알 수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위암 수술 환자 64명의 종양 조직을 정밀 분석해 혈행성 전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자 아형을 규명하고, 환자별 전이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17개 유전자 기반 모델을 개발·검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환자 종양에서 추출한 RNA를 이용해 bulk RNA 시퀀싱을 수행하고, 유전자 발현 양상에 따라 위암을 두 가지 아형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전이 위험이 높은 '줄기세포성(stemness)' 아형과 상대적으로 전이 위험이 낮은 '위 점막형(gastric)' 아형이 확인됐다. 

64명 환자 코호트 분석에서 줄기세포성 아형은 혈행성 전이 무재발 생존(HMFS)이 유의하게 짧았고(P=0.005), 반면 복막 전이와 전체 생존율(OS)에서는 두 아형 간 차이가 없었다. 같은 코호트의 다변량 Cox 분석에서도 줄기세포성 아형은 혈행성 전이 위험을 약 2.9배 높이는 독립적 예후 인자로 확인됐다(HR=2.87, 95% CI 1.33–6.23, P=0.008)

연구팀은 이어서 머신러닝 기반 생존모형(gradient boost)을 활용해 혈행성 전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17개 핵심 유전자(줄기세포성 10개, 위 점막형 7개)를 선별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별 위험을 수치화한 '혈행성 전이 위험 점수(risk score)'를 개발했다. 이 점수는 줄기세포성 유전자 발현값에서 위 점막형 유전자 발현값을 뺀 값으로 산출되며, 0.15를 기준으로 고위험군(≥0.15)과 저위험군(<0.15)으로 분류된다.

세 개의 외부 코호트(TCGA, GSE66229, GSE84437, 총 600명 이상)와 환자 유래 이종이식(PDX) 모델 51개를 이용해 검증한 결과, 고위험군에서 HMFS이 유의하게 짧았다(각 코호트 P=0.002, 0.04, 0.03; PDX P=0.0001). 

또한 혈행성 전이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수술 후 보조 항암치료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이지 않았으며, 이는 향후 치료 전략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에 연구팀은 국제 암세포 데이터베이스(CCLE)를 분석해, 고위험군 암세포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Olutasidenib(IDH1 억제제), MMV-390048(PI4K 억제제), IACS-10759(산화적 인산화 억제제) 등을 잠재적 치료 후보로 제시했다. 다만 이들 약물은 추가적인 전임상 및 임상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도중 교수(위장관외과)는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위암에서 혈행성 전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자 아형을 규명하고, 환자별 전이 위험을 조기에 판별할 수 있는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환자 개개인의 전이 위험도를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어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과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외과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 IF 10.1)'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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