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미충족 수요 속 '치료제'와 '고가 비용'‥딜레마 상당

조기진단 확대됐지만 치료제 있는 질환 5% 미만
제약사 고가 약가 책정‥정부·환자 모두 감당 어려워
무익한 치료와 윤리적 논란‥체계적 가이드라인 절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9-25 15:00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유한욱 교수.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희귀질환은 최종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진단 이후에도 해당 질환에 맞는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희귀질환 치료제가 개발되면 임상 현장에서 즉각적인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힘들게 개발된 치료제의 가격은 치솟고 있어, 치료와 고가 비용 사이에서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최한 '희귀·중증 질환 치료방향과 사회윤리' 심포지엄에서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유한욱 교수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의료의 목적이고 지향하는 바이지만,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천문학적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어떤 환자가 치료를 받고 어떤 환자는 거부돼야 하는지 예민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7000~8000종 이상으로 알려진 희귀질환은 최종 진단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십여 년 전부터 차세대 유전학적 진단 기법이 개발되면서 진단 속도는 빨라지는 추세다. 특히 리소솜축적질환 고위험군과 신생아 선별검사 등 조기진단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조기진단은 불가역적 변화(point of no return)가 오기 전 치료를 시작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다만 동일한 희귀질환이라도 증상 발현 시기와 정도가 다양하다. 언제 치료를 시작할지, 발현 전 무엇을 모니터링할지, 가성결핍(pseudodeficiency) 여부와 유전자 분석 결과의 모호성이 여전히 걸림돌이다. 게다가 치료제가 존재하는 희귀질환은 전체의 3~5%에 불과하다.

희귀질환은 종류는 많으나 개별 질환 환자 수가 적어 전임상·임상시험에 장벽이 크다. 이에 제약사는 연구개발에 투입된 막대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약가를 높게 책정한다.

최근 FDA 승인을 받은 희귀유전질환 유전자 치료제는 '원샷 치료'임에도 수십억 원을 넘어서는 가격이다. 1회 투여로 장기간 혹은 평생 효과가 지속된다는 특성상, 기존 평생 치료비를 한 번에 지불하는 개념이지만, 환자와 정부 모두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유 교수는 "효소대체요법은 안정적이고 검증된 치료법이지만 중추신경계에 제한적인 효과 등 근본적 치료 한계가 있다. 반면 유전자치료제는 혁신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1회성 투여 특성상 항체·면역반응으로 실패 시 재투여가 불가능하고 극도로 높은 비용이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희귀질환 치료 과정에서 '무익한 치료(futile treatment)' 개념을 언급했다.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서 환자가 혁신적 고가 치료로 개선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도 고가 의료를 계속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조차 어렵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유 교수는 희귀질환 치료에 대한 시작과 중단, 모니터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명확한 치료 중단 기준과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담은 희귀질환 진료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충분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데, 이는 결국 비용 대비 효과 평가가 힘들고 경제성평가 면제제도 확대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진다. 희귀질환과 고가 치료제의 딜레마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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