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현재까지 제약사들은 의약품을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바이오업체들은 그 외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과 전략에 도전하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끝없는 성장과 변화는 제한돼있는 내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각 제약사와 바이오업체는 선택과 집중, 다각화와 전문화 등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주력사업' 확보와 유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에 주력사업 살펴보기, 줄여서 '주사기' 코너에서는 각 제약사와 바이오업체 성장에 앞장서고 있는 주력사업이 갖는 입지와 영향력,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메디파나뉴스 = 문근영 기자] 국내 전통 제약사 안국약품이 창립 66주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고 성장 의지를 다지고 있다. '우수의약품 개발을 통한 인류건강과 행복실현'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도전과 혁신을 지속하면서다.
이 회사 성장 의지는 새로운 비전에서 드러난다. 안국약품은 'AHN-GOOK 2030 NEW VISION'을 선포하며, 의약기술과 디지털 정보를 융합해 고객에게 안전하면서 차별점 있는 헬스케어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토탈헬스케어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돕는 K-Health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 어진 부회장(대표이사)은 새로운 비전 선포식에서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방향을 설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국약품은 주력 사업을 발판으로 이런 비전을 실현할 계획이다. 의약품 제조 및 판매 사업에 기반을 두고 토탈헬스케어를 통한 사업다각화, 이중 및 다중항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바이오 사업 등을 추진하는 방향이다.
의약품 제조 및 판매 실적 비중 90% 상회…전문약 앞세워 주력 사업 매출↑
비전 실현을 위한 밑바탕인 주력 사업 입지는 이 회사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 및 판매 사업 실적은 지난해 안국약품 연간 매출액(연결 재무제표 기준)에서 94.24%를 차지했다.
메디파나뉴스가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의약품 제조 및 판매 사업 실적 비중은 최근 3년간 안국약품 연간 매출액에서 90%대 중후반을 유지했다. 올해 상반기 실적에선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93.21%로 나타났다.
주력 사업 매출액 변화를 보면, 의약품 제조 및 판매 사업 실적은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증가했다. 안국약품은 해당 사업 실적을 2022년 2035억원에서 2023년 2296억원으로 12.83% 늘렸다. 지난해 의약품 제조 및 판매 사업 실적은 25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8% 늘었다.
이는 순환기 용제, 호흡기 용제 등 부문별 매출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순환기 용제 실적은 2022년 697억에서 2023년 894억원으로 늘어 900억원에 육박했으며, 지난해 1000억원을 넘어섰다.
호흡기 용제 실적은 증가 폭이 순환기 용제 대비 낮았으나 2년 연속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호흡기 용제 매출액은 2022년 525억원에서 2023년 594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600억원을 웃돌았다.
소화기 용제도 안국약품 주력 사업 실적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 회사는 소화기 용제 매출액을 2022년 254억원에서 2023년 273억원으로 늘렸으며, 지난해 296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사진=최인환 기자
수출국 늘리며 주력 사업 실적↑ 박차…제네릭 성과 확인·증권업계 전망 주목
안국약품은 이런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별 품목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시네츄라시럽'을 중남미로 수출하며 판로를 넓힌 게 사례다. 시네츄라시럽은 국내 5호 천연물 신약으로, 이 회사가 개발한 진해거담제다.
공시 및 회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안국약품은 이탈리아 제약사 메나리니(Menarini)와 중남미 8개국에 시네츄라시럽을 판매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에 전문의약품을 수출한 데 이어 다른 지역으로 발을 넓혔다.
당시 이 회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중앙아메리카 의약품 시장에서 5%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메나리니가 시네츄라 마케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며, 품질 관리와 글로벌 마케팅으로 해외 시장 진출 확대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안국약품 노력이 성과로 나타난 사례도 있다. 이 회사는 원발성 고콜레스테롤 혈증 치료제 '페바로젯(피타바스타틴칼슘, 에제티미브)'을 JW중외제약 '리바로젯' 제네릭으로 출시한 후 블록버스터(매출액 100억원 이상)로 키웠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페바로젯 실적은 지난해 111억원이다. 또한 해당 품목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 14억원에서 올해 1분기 51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으며, 올해 상반기엔 1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시장에선 안국약품 주력 사업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신용평가 전문업체 서울평가정보는 최근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안국약품 올해 연간 매출액(연결 재무제표 기준)이 3000억원을 웃돌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복합제를 중심으로 전문의약품 실적이 증가하며 연간 매출액 증가에 기여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시네츄라시럽과 페바로젯을 비롯해 고혈압 및 심근허혈증 치료제 '레보텐션(S-암로디핀베실산염2.5수화물)' 등 주요 품목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네릭, 개량신약 연구개발 진행 중…주력 사업 키우기 위해 리더십에 변화
이런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안국약품은 의약품 연구개발(R&D)로 주력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약물전달시스템(DDS), 제형 설계 등 기술을 바탕으로 제네릭과 개량신약을 개발하는 데 힘쓰는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R&D를 거쳐 올해 전문의약품 3개 품목을 허가받았다. 이와 관련, 안국약품은 올해 반기 보고서에서 3개 품목 가운데 '디큐반정40mg(발사르탄)'과 '슈스타정2.5mg(로수바스타틴칼슘)'을 제네릭 R&D 실적으로 언급했다.
또한 이 회사는 2022년에 연구를 시작한 제네릭 'AG-2202' 국내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AG-2202는 위궤양 및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국내 시장 규모가 1500억원이다.
안국약품은 다른 제네릭과 개량신약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메디파나뉴스가 올해 분기보고서와 반기보고서를 비교한 결과, 이 회사는 최근에 고혈압 치료제 제네릭 'AG-A351' 연구에 돌입했다.
아울러 안국약품은 호흡기 개량신약 'AG-2001' 전임상을 마무리하고 3상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 자료에 AG-2001 적응증을 기재하지 않았으며, 이를 공개하는 경우 R&D 전략 노출 등 영업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력 사업을 키우는 측면에서 리더십 변화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이 회사는 올해 들어 박인철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경영 전반을 맡겼으며, 연구개발부문장으로 최청하 전무를 영입한 바 있다.
안국약품은 회사에서 의약총괄사업부장, 마케팅본부장 등을 거친 박인철 대표를 영업과 마케팅 중심 경영 체제를 강화할 적임자로 판단했다. 또한 삼일제약 연구개발총괄본부장으로 신제품 개발 등을 주도한 최청하 전무가 R&D 역량을 높일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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