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중증질환 치료제 접근성 높이고…통상환경 대비해야"

서미화·장종태 의원 주최 '국민이 바라는 건강보험 재정 운영 개선 토론회' 개최
환자단체, "진단 지연·치료제 부족 여전…제약사 책임 분담도 필요"
학계 "재정·국제 통상환경 대비 시급"…산업계 "신약개발환경 조성 필요"
의료계 "희귀난치질환 보장률, 통계 착시 일뿐…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정부, 신약 가치 반영·환자부담 완화·약가체계 개선 추진 의지 밝혀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9-27 05:57

(왼쪽부터) 정진향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 이종혁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허재원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전무, 윤유경 국민건강보험공단 약제관리실장, 김연숙 보건복지부 약재과장.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희귀·난치·중증질환 환자들의 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치료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건강보험에 대한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고, 사회적 안전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진단 지연, 치료제 부족, 급여 제한, 가족 돌봄 부담 등 환자들의 고충 해소와 함께 국제 통상 압박이 제약산업에 미칠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26일 더불어민주당 서미화·장종태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민이 바라는 건강보험 재정 운영 개선 토론회 : 희귀난치·중증질환 환자에게 더 가까이'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의견을 공유했다.
 
장종태 의원은 서면인사말을 통해 "정부는 올해부터 1338개 희귀질환에 대해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건강보험제도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의약품비 지출에도 불구하고 혁신 신약에 대한 접근성은 다양한 이유로 제한되고 있다. 이런 구조적 불균형은 치료가 시급한 중증·희귀질환 환자를 사각지대로 내모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제도개선을 넘어 건강보험이 사회적 안전망으로 거듭나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연자로 참석한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희귀난치·중증질환에 대한 이해와 의료·사회안전망으로서의 건강보험제도 역할'을 주제로 한 발제를 맡아, 2023년 7월부터 8월까지 시행한 '희귀질환 환우 대상 국가 지원실태 조사' 시행 결과 분석 내용을 공유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처음 증상이 나타난 후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2.9년이 소요됐다. 또 희귀질환 가운데 근본적 치료제가 존재하는 비율은 8.4%에 불과했으며 치료제가 있음에도 급여 미적용 또는 식약처 미허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전체의 52.6%에 달했다.
 
정 사무총장은 "조사 후 2여년 정도가 흘렀고 그 사이 정부에서도 노력을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래서 (환우들의) 기대는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희귀·난치질환 의료비 부담 완화와 치료제 환자 접근성 향상이 필요하다. 또한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해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제약사들도 책임 분담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일례로, 한랭응집소병 치료제 접근성 토론회가 최근 개최됐었다. 이 토론회는 2년 전에도 똑같은 질환, 똑같은 내용을 갖고 진행했었다. 달라진 게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약사가 바뀌었다. 급여를 신청했던 제약사는 포기하고, 다른 제약사가 들어왔던 것"이라며 "제약사들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신약 급여신청을 한다면, 이에 대해 정부도 인센티브 부여 등 제약사가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희귀질환 환자들이 조기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학계는 건강보험제도의 한계와 재정확보 필요성에 더해 해외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대비를 촉구했다.

이종혁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그동안 정부도 보장성을 강화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래서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한 보장성이 예전보다는 강화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것 같다. 결국 현재의 제도를 갖고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는 한계점에 왔고, 재정 문제를 논하지 않으면 신약, 특히 중증 질환 치료제에 대한 보장성 강화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또 "우려되는 점은 해외 통상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국제 정세가 제약산업 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최근 미국 정부의 '최혜국대우(Most Favored Nation, MFN)' 정책 등이 우리나라 신약접근성에 미치는 영향 등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환자와 그 가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치료제 도입 필요성과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허재원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전무는 "희귀·중증·난치질환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확대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환자가 조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환자와 그 가족은 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안정될 수 있다. 이는 의료비, 간병비 등의 비용절감으로도 이어진다"고 언급했다.
 
또 "제약사의 관점에서는 중증질환 치료제의 경우 일반 치료제보다 개발 자체가 어렵다. 질환이 복잡하기 때문에 임상 설계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통계를 봤을 때 일반 의약품보다 중증·희귀질환 치료제는 1상부터 3상까지 가는 비율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환자 수도 적지만 개발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10년 이상 연구가 3상에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소식도 종종 접한다. 때문에 기업들이 이런 실패를 겪으면서도 계속적으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장종태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민이 바라는 건강보험 재정 운영 개선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김원정 기자
정부 측은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약재과장은 "부족하지만 현재 약가제도에 있어서도 잘 뜯어보면 경증 질환보다 희귀나 중증 질환에 대해 조금 더 중점적으로 제도가 돼 있고 보완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어 왔다. 특히 대체제가 없는 질환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RSA(위험분담제)도 도입됐었고 대상 확대, 절차 및 기준 보완 등이 있었다. 또 외국에는 없는 경제성 평가제도도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제도적 한계는 있지만 희귀질환이 진단도 늦게 되고 환자수가 적다보니 데이터가 부족하다. 그래서 이런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재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려는 치료제 접근성 향상을 위한 3가지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김 과장은 "국정과제에 의약품 급여 분야로, 크게 세 가지가 들어가 있다. ▲신약의 혁신 가치 반영 지속 ▲희귀·난치 질환 부담 완화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위한 약가체계 개선 등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많이 필요하고 더 고민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이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개선 방안들을 논의해 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건강보험 운영자 측에서도 현실적인 고민을 내놓았다.
 
윤유경 국민건강보험공단 약제관리실장은 "공단은 매년 건강보험 보장률을 발표해 왔다. 2023년 기준으로는 전체적인 보장률은 64.9%였다. 그리고 희귀난치질환 보장률은 89%로 전체 보장률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알지 못하는 희귀질환, 극희귀질환 등이 건강보험 제도권 안에 들어와 있지 못하다. 또 치료제가 없거나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약제들도 많다. 공단은 이러한 개별 희귀·난치 질환자들에 대한 내용들을 국민 청원이나 환우회 등을 통해서 접하고 있지만 환자 삶의 질이나 건강상태가 굉장히 힘든 사안들이라서 그 안에서 경중이나 우선순위를 감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제약사에서도 시장성 등 고려했을 때 희귀질환 관련 약제에 대한 개발이나 도입하는 부분이 많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 실장은 "급여 우선순위 설정의 경우 건강보험에 등재돼 있는 급여 의약품 상황을 진단해보고 보장성이 미진하거나 급여 혜택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전반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안에서 우선순위를 마련하고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으로 재정을 쓸 수 있는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공단이 기존에 추진 중인 신속등재 등의 제도에서도 개선해야 될 부분들을 찾아서 보다 신속하게 등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재정과 사후관리까지 같이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희귀질환 보장률이 높게 보이는 것은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며, 돌봄비용을 포함하지 않은 통계상의 착시"라며 "희귀질환 보장률이 높은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고 통계 숫자의 장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국제적 정세가 정말 심각하다. 어떤 위기와 압박이 올지 걱정이 많고 국내 제약사 경쟁력을 올려서 국내 신약도 높은 가격을 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국내에도 혁신적 치료제를 개발하면 수억원 대, 수십억원 대로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된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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