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후폭풍, 의대 교수 연구 활동 '전반적 위축'

진료·행정 업무 폭증에 연구 시간 급감‥성과 질도 급락
"일시적 충격 아닌 구조적 위기"‥의학한림원, 정부 협력 촉구
번아웃·심리적 소진 확산…"연구 생태계 회복까지 최소 1년 이상"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10-13 16:19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이 진료현장을 넘어 의학 연구의 심장부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진료와 행정에 매몰되며 연구에 투입할 시간과 에너지를 잃었고, 그 여파는 논문 수·성과 질·몰입도 등 모든 지표를 끌어내렸다. 일시적 공백을 넘어 연구 생태계의 구조적 위기로 번지는 양상이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전국 의과대학 교수 7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정 사태에 따른 연구 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수의 70% 이상이 2023년 대비 2024년 주당 평균 연구 시간과 논문 투고 수가 줄었다고 답했다. 진행 중이던 연구 과제가 중단되거나 연기된 경우도 46.7%에 달했다.

양적인 축소에 그치지 않았다. 연구 동기(80.5%), 연구 몰입도(82.6%), 연구 효율성(81.6%)이 모두 하락했다고 응답한 교수가 대부분이었고, 연구 성과의 질이 저하됐다는 응답도 72.8%로 나타났다. 연구실의 불이 꺼진 수준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회복 전망도 암울했다. '즉시 회복 가능'하다고 답한 교수는 3.1%에 불과했고,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응답은 41.0%, '회복이 어렵다'는 비관적 의견도 26.3%에 달했다. 연구 위축이 단기 현상이 아니라 장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교수들이 꼽은 주요 원인은 복합적이었다. 진료 등 업무 과중이 75.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심리적 요인(65.5%)이 뒤를 이었다. 실제 번아웃과 스트레스 수준이 급격히 높아졌으며, 이러한 정신적 소진이 연구 지속성과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현장의 요구는 명확했다. 교수들은 ▲연구비 지원의 안정성과 집행 유연성 확보, ▲연구 시간 보장 체계 구축, ▲연구행정 절차 간소화와 행정부담 완화, ▲연구 보조 인력과 협업 네트워크 보호 체계 마련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연구를 '복귀'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의학한림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의정 갈등이 의과대학 교수들의 연구 활동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음을 보여준다. 핵심 지표들이 동시에 악화된 것은 일시적 충격을 넘어 연구 생태계의 구조적 위기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의학 연구는 그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지만, 이번 사태로 그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정부와 대학이 긴밀히 협력해 연구 환경을 회복하고 미래 역량을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한림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담은 '2024년 의정 사태에 따른 의과대학 교수의 연구 활동 실태조사' 보고서를 오는 11월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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