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보건법 개정안에 우려…태아 생명권 보호에 초점둬야"

13일 의료윤리연구회 개최…'모자보건법 개선방향' 주제로 논의
"비급여 구조 방치되면 낙태 산업화 우려…국가 관리체계 필요"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10-14 05:56

홍순철 고려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이자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이 의료윤리연구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간담회 캡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째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국회에서 모자보건법 개정 논의가 다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최근 발의된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안이 태아 생명권 보호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개정 방향을 태아 생명권 존중과 국가 관리체계 강화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3일 의료윤리연구회는 '모자보건법의 개선 방향'을 주제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이 같은 의견을 공유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각각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모두 인공임신중지의 허용 범위를 넓히고 약물 도입 및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하고 있다.

주제 발표를 맡은 홍순철 고려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이자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은 이러한 개정안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낙태 확대, 급여화, 약물 낙태 도입 등을 추진하는 것은 생명윤리의 근본 원칙에 반한다”며 “산부인과 의사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2019년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을 언급하며 "당시 헌재는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지만, 동시에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공익의 중요성도 명확히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보면,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형성 중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면 "국가는 헌법 제10조 제2문에 따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돼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한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이 지난 현재까지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낙태를 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홍 교수는 모자보건법 개정 방향으로, 목적 조항에 보호대상으로 '태아'를 추가하고 '정의'에 '태아는 수정 후 자궁 내 착상해 심장박동이 확인되는 사람'이라는 문구를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인공임신중절 허용 한계는 모자보건법에서 삭제하고 형법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모성과 영유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고위험 임산부 중환자실 지원, 분만 인프라 유지, 분만 관련 의료소송에 대한 국가 지원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과거 가족계획 사업을 담당했던 인구보건복지협회 관련 조항은 삭제하고, 모자보건법의 목적을 모성과 태아, 영유아의 생명과 건강 보호에 명확히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임산부의 생명과 태아의 생명이 충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예외적인 경우라도 모자보건법이 아닌 형법에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한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은 홍 교수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입법 공백이 길어지면 낙태 산업화라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며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강조했다.

최 원장은 "현재는 임신 전 기간에 걸쳐 낙태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으면서도 비급여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구조는 일부 의료인이 경제적 유혹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며 "낙태를 줄이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추진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가 관리체계 안에서 낙태 실태와 부작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낙태 약물은 임신 주수에 따라 적정하게 투약돼야 하므로 산부인과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의약분업 예외 약품으로 지정하고, 지정된 병원에서만 관리해야 한다"며 "산부인과학회는 약물 낙태를 비교적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기간을 10주 미만으로 본다. 10주 이후는 태아 검사 가능 시기와 맞물려 낙태 유인 행위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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