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에서 공감으로"‥전현희-서울시醫, 의료정책 해법 모색

K-의료 산업·필수의료·불법개설 등 현안 두루 논의
전현희 "의료계와 협의해 대안 찾겠다"‥황규석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10-14 14:50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제안서 전달식.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수석최고위원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최근 의료정책을 둘러싼 긴장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이 직접 의료계 현장을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서울시의사회관을 방문해 황규석 회장과 의료계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대화는 의료산업 발전과 불법의료기관 근절, 필수의료 회복, 자율징계권 등 폭넓은 의제를 아우르며 진행됐다.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먼저 의료계의 혼란이 단순한 제도 갈등이 아니라 '방향의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의정갈등 이후 다양한 의료 현안이 생겼지만, 결국 모든 논의의 방향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의료도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의 발언은 의료를 '산업'으로만 보거나 '공공'으로만 보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으로 읽힌다. 그는 의료를 국가 경쟁력의 한 축으로 삼되, 국민 건강이라는 본질적 목표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균형점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K-뷰티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듯 K-메디컬 역시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국회가 산업적 관점에서 의료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면, 의료계도 이에 부응해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의료산업 육성이 단순한 시장 논리가 아닌, 의료인의 역량을 기반으로 한 '국가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의료계가 느끼는 소외감에 공감하며,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돼 온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한 반성을 내비쳤다.

그는 "윤석열 정부 시절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인 정책이 추진됐고, 반발하는 의사들을 '처단' 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그 과정에서 고통받았던 의료계에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으로서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의료를 국가 경쟁력으로 바라보는 시각에도 공감했다. 그는 "K-의료는 미용·성형뿐 아니라 건강검진과 외과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의료계와 힘을 모아 K-의료를 세계에 알리고, 외국인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의료관광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대화는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졌다. 양측은 국감 이후 실무 논의를 이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황 회장은 "국감이 끝난 뒤 서울시의사회와 정책토론회를 열어 세부적인 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전 최고위원은 "의료계 전문가들과 협의하며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추진하자"고 화답했다.

이날 서울시의사회는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 근절을 위한 의료법 개정 제안서를 전달했다.

황 회장은 "지난 10년간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3조 4천억원에 달하지만, 환수율은 6.79%에 불과하다"며 "불법 개설을 사전에 차단하려면 의료기관 개설 전 각 직역단체를 경유하는 절차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사후 처벌보다 사전 예방이 효과적'이라는 원칙을 입법에 반영하자는 제안으로 요약된다. 의사회는 이를 위해 직역단체의 검증 절차를 법적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 수석은 이에 동의하며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은 국민 건강과 국가 재정을 동시에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1700여 곳이 적발되고 3조원 넘는 재정이 새고 있지만 환수율이 7%에도 못 미친다. 국민의 건강과 보험 재정을 위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어 한국 의료의 경쟁력이 의료인의 희생 위에 서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그는 "K-의료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것은 낮은 수가에도 최고 수준의 진료를 유지해 온 의료인들의 헌신 덕분이지만 지금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무너지고, 의약분업의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정부가 더 이상 의료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근본적인 수가 정상화와 지역의료 기반 확충에 나서야 한다. 이 문제는 단순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당부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에 "의료관광도 중요하지만, 국민에게 절실한 것은 필수의료의 회복과 지역의료 격차 해소"라며 "저수가 구조와 의료자원 배분 문제를 포함해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대화에서는 의료계 자율징계권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전 수석은 "변호사협회는 자율징계권이 있지만 의료계는 복지부 행정처분에 의존하고 있다. 단체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징계할 수 있는 구조가 더 자연스럽고 빠르다"고 언급했다.

예방의 마지막에서 황 회장은 의료의 본질적 책임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의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권리 없는 의무는 노예의 삶과 다르지 않다"며 "국회에서 발의되는 법안들이 국민의 생명에 도움이 되는 법인지, 단 한 명이라도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법인지 반드시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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