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이면 의료진 출동 못시킨다"… 재난대응 혼란 '여실'

경찰 통제에 의료진 현장 진입 못해… 소방과 환자 이송도 엇박자
신현영 "초동대처·현장지휘 가능한 정보공유·협조 시스템 마련 필요"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2-11-09 11:50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이태원 참사 당시 의료진과 경찰, 소방 컨트롤타워 사이 부실한 재난대응 소통이 여실히 드러났다.

의료진이 경찰 통제로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자 중앙응급의료 상황팀에서는 "자꾸 이러면 다 철수하겠다"라는 말까지 나왔고, 소방과 의료는 환자 이송을 두고 엇박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9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이태원 참사 당시 모바일 상황실 대화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모바일 상황실은 긴급 재난상황에서 구조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가 공유하는 모바일 정보망이다. 복지부부터 소방관계자, 중앙응급의료지원센터, DMAT 등이 참여한다.
이날 모바일 상황실 대화내용에 따르면 의료진이 경찰 통제에 의해 현장에 진입하지 못한 정황이 나타났다.

먼저 29일 오후 11시 10분 서울구급상황관리센터는 '해밀턴 호텔 후면 쪽 다수 사상자 발생'이라는 상황을 알렸다.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는 11시 11분 "경찰에 큰 도로 쪽 응급의료소 공간 확보 요청해야 할 것 같다"며 "통제가 우선이다. 통제가 돼야 처치가 된다"고 강조했다. 11시 25분에도 "경찰에게 큰 도로쪽 골목 사람들 내보내도록 통제 요청하고 DMAT 현장 응급의료소 설치 후 처치해야 한다"며 "현재 환경에서는 통제가 전혀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방이 현장통제를 재차 지적한지 15분여 뒤, 정작 의료진은 통제로 인해 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11시 41분 중앙응급의료상황팀은 "의료진 조끼 입은 지원센터 인력을 경찰이 자꾸 통제해 현장 진입이 안된다고 한다"며 "이런 식이면 DMAT 출동 못시킨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11시 45분에는 "신속대응반 지원센터 모두 현장진입 못했다"며 "자꾸 이러면 저희 다 철수합니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후 새벽에는 소방과 의료가 사망자 이송을 두고 혼란을 겪은 상황도 있었다.

30일 오전 1시 39분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는 "현장 망자 남은 30여 명 순천향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다는데 수용이 가능한 건가요"라고 물었고 중앙응급의료상황팀은 "이러지 마세요. 응급환자 포함 살아있는 환자 40여명 먼저 이송합니다"라고 말했다.

1시 45분에도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사망 지연환자 이송병원 선정 요청합니다"라고 말하자 중앙응급의료상황팀은 "저희가 안할 거에요. 산 사람부터 병원 보냅시다 제발"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신 의원은 "모바일 상황실의 제도적 근거가 미비한 점을 점검하고, 응급의료원칙에 맞는 초동대처와 현장지휘가 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 간 정보공유 및 협조가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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