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최근 의료계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진료 차별'을 없애려는 변화가 포착됐다.
국내에서 성소수자는 의료기관을 이용하기가 유독 어려운 면이 있다.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인식이 아직까지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소수자도 차별이나 걱정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의사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지난해 서울대 의대에서는 국내 의대 최초로 '성소수자 건강권과 의료' 강의가 개설됐다.
이 당시 의학과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4주(16시간) 기간의 선택 과목이었으나, 인기가 많아 현재는 정규 과목으로 자리잡았다.
서울대 의대 휴먼시스템의학과 윤현배 교수는 국내 의대나 수련병원에서 성 소수자 의료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자각했다. 이에 성소수자에 대한 의료 확산 및 인식 개선을 목표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2021년에는 고대안암병원이 대학병원 가운데 최초로 '젠더클리닉'을 개설했다.
젠더클리닉은 성 정체성을 뒤늦게 깨달은 사람들이 성 위화감을 극복하고 정체성에 맞는 성별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의학적 처치를 제공하는 곳이다.
트랜스젠더와 간성(생식기나 성호르몬이 남녀 이분법 구조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을 포함해 '성 주체성 장애'를 호소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이 젠더클리닉에는 성형외과, 내분비내과,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비뇨의학과가 합심해 호르몬 치료 등 내과적 치료와 생식기 재건 등 외과적 수술, 정신과 진단까지 복합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비슷하게 2021년 강동성심병원에도 '엘지비티큐플러스(LGBTQ+) 센터'가 만들어졌다. LGBTQ란 성소수자인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퀴어(Queer)의 앞 글자를 딴 합성어다.
LGBTQ+ 센터는 성소수자에게 정신과 상담부터 성확정 수술, 사후 관리까지 종합적인 진료를 제공한다. 의료 관련 정보 외에도 수술 후 관리법, 법적으로 성별을 수정하기 위한 서류 안내문, 성소수자 관련 책자 및 모임 소개 등을 담당한다.
대학병원에 생긴 성소수자를 위한 클리닉과 센터는 독보적인 의료 기술도 인정받고 있다.
젠더클리닉 개설에 큰 역할을 한 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 황나현 교수는 벨기에와 태국에서 성확정 수술법을 공부했으며, 이 확정 수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성공적으로 집도해 오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성확정 수술의 세계적 명의 Dr. Sanguan Kunaporn(산구안 쿠나폰) 박사가 고대안암병원의 젠더클리닉을 방문하기도 했다.
강동성심병원 성형외과 김결희 교수는 LGBTQ+센터장으로서 국내 최초로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성별적합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한 국내 최초로 트랜스여성(출생 시 남성이었지만 여성 성체성을 가짐)의 성확정 수술에서 정자를 채취, 동결해 생식능력을 보존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최근 김결희 교수는 벨기에 겐트대학교 병원에서 3개월 단기 연수를 마친 뒤, 성 소수자들의 진료 환경 개선을 위해 복귀했다. 겐트대병원은 성확정 수술을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라는 모임도 생겼다. 그리고 이 연구회는 지난 9월에는 '차별 없는 병원'을 발간했다. 여기엔 윤현배 교수를 비롯해 황나현 교수, 김결희 교수도 참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은 아직 더딘 편이다. 특히 보수적인 의료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해외 유명 의대에는 이미 성소수자에 대한 수업이 교육 과정에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진료에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말처럼, 작은 움직임이지만 한국 의료 환경도 변화가 시작될 것이란 믿음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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