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울시약, 서울역 광장 200여명 집결…"비대면진료는 의료쇼핑"

전단배포 및 구호제창…권영희 회장 "정부, 약사 역할에 관심 없다"

신동혁 기자 (s**@medi****.com)2023-05-12 12:15

 
[메디파나뉴스 = 신동혁 기자] 이른 아침, 출근길 인파로 붐비는 서울역 앞 광장에 정부를 규탄하는 약사들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보건의료체제의 산업화를 저지하기 위한 약사들의 본격적인 투쟁이 시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12일 서울시약사회와 24개 분회 소속 200여명의 약사들은 서울역 광장에 결집해 비대면 진료의 문제점을 알리는 시위를 진행했다. 

서울시약은 보건복지부가 국민보다 영리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합의를 거치지 않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중단을 촉구했다. 약물 남용의 문제와 공적처방전 및 성분명처방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들은 피켓을 들고 △약물 오남용 △불법 복제약 유통 △무자격자 약 조제 △건강보험료 인상 등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의 폐해를 알리는 구호를 제창한 후, 시민들에게 마스크와 홍보 전단을 배포했다. 대형 전광판이 부착된 광고 차량도 등장했다. 

전광판에는 일시적 비대면진료 허용으로 불법 복제약 뿐만 아니라 '졸피뎀' 처방이 증가했다는 문구와 함께 '마약 공화국을 만들 것인가'라고 적힌 경고 문구가 드러났다. 성형외과 비대면 진료로 남성이 사후피임약을 처방받았다는 사례도 명시됐다.

홍보 전단에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 만한 다양한 사례가 실렸다. 가짜 면허로 비대면 진료를 하다가 실형 선고를 받은 30대 남성의 사례와 플랫폼의 처방만 받아 약 배송만 하는 '창고형 약국'이 등장했다는 사례, 퇴근길 차 안에서 전화 한 통으로 진료를 해 논란이 됐던 의사의 사례도 실렸다. 

또한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비롯해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SNS)에서 탈모약과 사후피임약‧비만약의 광고가 성행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명시됐다. 의사협회가 비대면진료의 수가를 대면진료의 150-200% 수준으로 요구한 것을 예시로, 보험료‧의료비 상승과 건강보험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분회장들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윤종일 동대문구약사회장은 "정부는 끝내야 할 비대면 진료를 아무 준비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며 "약사들은 이대로 물러서서는 안된다. 힘을 합쳐서 믿음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며 국민건강은 약사들이 지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흥진 구로구약사회장은 "이른 아침부터 국민 건강권을 사수하기 위한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드린다"며 "이러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서 서울시약 권영희 회장<사진>은 "비대면 진료는 의료쇼핑과 다름 없다"며 "현재 30개 정도의 플랫폼 업체가 있지만 대기업이 밀고 들어온다면 한 곳에 모든 병‧의원과 약국이 종속될 것이며 현재의 의료체계는 상업적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가 바뀌는 것은 엄청나게 큰 변화다. 의약분업을 할 때에도 이렇게 많이 바뀔 줄 몰랐다"며  "일상이 회복되고 있고 70년 동안 이 제도를 유지해왔기에 검토하고 논의하며 차근차근 해도 늦지 않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보건의료 접근성이 굉장히 높고 보험공단을 중심으로 의료복지가 안정화돼 있는데 비대면진료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그동안의 공이 다 무산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정부는 약사들의 역할에 대해서 너무 관심이 없다. 준비를 하려고 하면 일정한 자본을 들여서 공공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는데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며 "약은 질병을 치료하는 직접적인 물질이다. 누군가에 의해서 배송을 받게 되면 관리가 소홀해지고 잘못 복용하기도 쉽다. 비대면진료에 한해서라도 성분명 처방이 필요한데 이런 것에 대한 언급조차도 없다. 공식적으로 논의를 하거나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랫폼 업체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약사들에 대해서는 "이 상태로 진행되면 약국 시장은 파산하게 될 것"이라며 "당장 개인의 이익을 따졌을 때 위치가 나쁘거나 처방전이 부족한 약국이면 그런 유혹을 느낄 수 있겠지만 약사는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의료보건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내달부터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앞두고 산업계와 약계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늦어도 이달 마지막주 전까지는 시행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날 오후에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들의 긴급 기자회견이 예정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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