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분원 러시, 의료체계 붕괴 직전…병상관리 대책 '절실'

수도권 6600병상 분원, 연 2조5000억 요양급여비용 유발
전달체계 붕괴부터 지역의료 공동화 우려도…정부 의지 '핵심'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7-29 06:06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무분별한 대학병원 분원으로 인한 의료체계 붕괴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 고도급성기 병원은 이미 공급 과잉 상태지만, 오는 2028년까지 수도권에 6600병상 규모 대학병원 분원이 들어설 것으로 예정돼 있다.

지자체 인허가 방식을 벗어난 국가 차원 병상관리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병상수급 시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고령화 등으로 인해 GDP 대비 경상의료비가 급증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이 15.7% 수준이던 지난 1997년 일본은 GDP 대비 의료비가 6.4% 수준이었으나, 같은 15.7%였던 2020년 우리나라는 GDP 대비 의료비 8.4% 수준이다.

노인인구비율이 20.2%였던 2005년 일본 GDP 대비 의료비는 7.8%였으나, 노인인구비율 20.3%가 예상되는 2025년 우리나라는 10.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요양급여비용을 견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정연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체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149.7% 증가할 때 상급종합병원은 166.1% 증가했고, 종합병원은 168.2% 증가했다.

분원 역시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시도별 요양급여비용 연평균 증가율은 분원 설립이 이뤄진 경기도가 10%, 인천이 9% 수준으로 8%인 서울보다 높았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 고도급성기 병상은 이미 공급 과잉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고도급성기 병상은 15만2977개로 전체의 21.36% 수준이다. 반면 일본은 지난 2015년 19만1000개인 15.48%에서 병상관리를 통해 오는 2025년 13만 개, 10.92%로 줄여나가는 상황이다.

고도급성기 병원이 차지하는 진료비 점유율 역시 43.6%로, 24.4%인 일본의 2배 수준으로 지적됐다.

이런 가운데 오는 2028년까지 수도권에 6600병상 규모 대학병원 분원 설립이 허가된 상황이다.

우 원장은 고도급성기 병상당 요양급여비가 연 3억7591만 원 수준으로 발생한다는 점에 6600병상을 단순 대입할 경우, 연간 요양급여비 2조4810억 원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대학병원 분원 설립은 정부가 아닌 각 지방자치단체가 인허가하는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등까지 고려한 관점에서 보지 않는다면 지역 주민 호응이 높기 때문에 무분별한 허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는 이처럼 무분별한 대학병원 분원 설립은 건강보험 재정 낭비는 물론 의료전달체계 붕괴와 수도권 인력 쏠림으로 인한 지역의료 공동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무분별한 분원은 지역 의료인력 흡수는 물론 수도권 환자 집중을 유발하는 분원 설립은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정부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를 강조하는데, 분원에 대한 강력한 대책 없이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적정 병상 수급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정부가 통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 원장은 "지금 병상 체계를 브레이크 없이 간다는 것은 스스로 자멸하는 꼴이다. 보건의료를 넘어 나라가 망하는 수준"이라며 "시급하고 긴급한 문제다. 병상을 늘리는 것부터 멈추고, 기능적 재배치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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