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이 주목하는 양성자·중입자 치료‥"근거 더 쌓아야"

우수한 물리적 특성으로 암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 향상에 기대 높은 편
양성자 치료, 임상 연구 및 기술 개발 연구 더 필요‥중입자 치료, 아직 임상 활용 기간 짧아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7-24 06: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최근 대학병원들을 중심으로 입자방사선 치료(양성자 치료와 중입자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양성자 치료와 중입자 치료는 일반 방사선 치료와 비교해 우수한 물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편이다.

그런데 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신중했다. 보다 확실한 임상 데이터 축적 등 근거를 더 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성자 치료란 수소 원자의 핵을 구성하는 소립자인 양성자를 빠른 속도로 암이 생긴 부위에 쏘아 파괴하는 방법이다.

양성자 치료는 가속된 양성자가 작은 에너지로 침투해, 원하는 부위에서 흡수돼 소멸되는 특성이 있다. 이에 주변 정상 조직에 영향을 덜 주고 종양 부위에 에너지를 더 집중해 치료할 수 있다.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치료하기 때문에 같은 부위에 재치료 및 통원 치료가 가능하고 방사선으로 인한 2차 암 발생도 낮다.

게다가 양성자 치료는 간암, 폐암, 식도암, 두경부암, 뇌종양, 척추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 거의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다. 특히 소아암 환자에도 적절한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1990년에 암환자 치료를 위한 양성자 치료가 처음 도입된 후 전 세계적으로 확대됐다. 국내에는 2007년 국립암센터와 2015년 삼성서울병원이 양성자 치료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9월부터 양성자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대상은 18세 미만 어린이 뇌종양·두경부암에서 소아암 전체, 성인 뇌종양·췌장암·식도암 등으로 확대했다. 환자가 부담하는 치료 비용은 1500만~2000만원에서 200만~300만원(연 25회 기준)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중입자 치료는 양성자 치료에 사용되는 수소 입자보다 12배 무거운 탄소 입자를 가속시켜 암세포만을 조준해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더 뛰어난 브래그 피크(Bragg Peak)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큰 효과 대비 부작용이 적고 치료 기간이 짧다.

중입자 치료는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에 적용할 수 있다. 폐암, 간암, 췌장암 3대 난치암 및 치료가 어려웠던 골/연부조직 육종, 척상종, 재발성 직장암, 두경부암, 악성 흑색종 등이다.

국내에서는 오랜 준비 끝에 연세의료원이 국내 최초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해 지난 4월부터 치료를 시작했다.

연세의료원은 전 세계 16번째 중입자 치료 센터로 이름을 올렸지만, 고정형 1대와 회전형(갠트리) 2대의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서울대병원도 2020년 도시바와 중입자 가속기 계약을 완료했다. 서울대병원은 2027년 부산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인근에 센터 개원 및 중입자 치료 시작을 목표로 2021년 중입자 치료 센터 공사 중간 설계를 완료하는 등 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제주대병원은 지난해 중입자 가속기 설비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38만평 부지에 들어서는 중입자 치료센터는 총 5000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도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예고했다. 대규모 특수 건물 공사가 필요한 만큼 준비 과정만 약 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입자 치료는 아직 비급여다. 지금까지 국내 환자들이 중입자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1~2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해외로 나가야 했고, 제때 치료를 받기 힘들었다.

국내에서 시행되는 중입자 치료는 이 금액보다 저렴하지만, 그럼에도 1회에 수천만 원이 예상된다.

이처럼 입자방사선 치료는 병원들 사이에서 중요한 치료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의사들은 냉정하게 판단했다.

양성자 치료는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임상 연구 및 기술 개발 연구가 더 필요하다.

중입자 치료는 아직 임상 활용 기간이 짧아 기존 치료 방법과의 차이점을 평가 및 개선하기에는 축적된 임상적 데이터가 부족하다. 실제로 국내 중입자 치료는 타 선진국 대비 늦은 편이다. 일본은 1994년부터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다.

또한 중입자 치료는 높은 빔조사 정확도를 요구하는 등 기술적인 개발이 더 필요한 신기술이라 앞으로 임상적 효용성 검증과 개발이 필요하다.

지난 21일 개최된 '암 치료의 새로운 기회-양성자치료와 중입자치료' 제78회 암정복포럼에서도 비슷한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이 날 포럼에는 우홍균 서울대학교 암병원 부원장을 좌장으로 ▲전 세계 입자방사선치료의 현황(국립암센터 김태현 센터장) ▲한국 양성자치료의 현황(삼성서울병원 박희철 센터장) ▲한국 중입자치료의 현황(연세의료원 이익재 센터장) ▲효과 검증·최적화를 위한 차세대 입자방사선치료연구단(국립암센터 김학수 팀장)에 대해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은 "입자방사선 치료의 효과적 활용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존 치료와의 효과 비교 및 병합 등의 임상 근거 기반 연구가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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