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나간 비대면진료 공청회…일각선 '시범사업이지 않나' 지적도

복지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서 개선방향 5가지 제시
의협-약사회-산업계, 개선방향 논의보단 각기 입장 전달 치중
전문가·소비자, '시범사업' 특성 고려한 테스트 필요성 강조
휴일·야간 초진, 약배송 도입, 병원급 비대면진료 확대도 언급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9-14 19:20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논의가 공청회 단계까지 이어졌지만, 끝내 공회전을 반복하면서 제자리 토론만 계속되고 있다. 

14일 오후 2시 서울가든호텔에서 개최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는 비대면진료에 대한 각계 입장만 재확인되는 데 그쳤다.

이날 패널토론에 앞서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현황을 발표하면서 쟁점이 되고 있는 개선방향을 5가지로 정리·발표했다.

제시된 5가지 쟁점은 ▲예외적 초진 허용 대상자 범위 확대 ▲휴일·야간 비대면진료 활성화 ▲재진진료 경험 인정기간 확대 적용 ▲동일 질환 한정 문제 ▲비대면진료에 진료거부금지 적용 여부 등이다.

그러나 이같은 쟁점 제시에도,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의협·약사회·산업계 등 각계 입장만 강조되면서 갈등만 재확인됐다.

제시된 쟁점을 해결하기 위한 의견은 일부에 그쳤고, '시범사업'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환기성 제언도 나왔다.
(왼쪽부터)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김대원 대한약사회 부회장,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 김성현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비대면진료TF장. 사진=이정수 기자
◆ 의협·약사회·산업계, 기존 입장만 되풀이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비대면진료에 관한 법적 책임 소재 명확화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우려사항을 강조해왔다"며 "철저한 평가와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비대면진료는 보조적 수단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원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고위험 비급여 의약품이 처방돼 오남용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지만, 비급여 의약품은 정부 집계에 포함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며 "오늘 개선방향에 해당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비대면진료에는 까다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3800만건 이상 시행됐는데, 안전성을 지적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진료 이용 건수가 9월 들어서 95% 이상 급감했다. 29개 플랫폼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서비스를 종료했고, 남은 기업도 이대로는 종료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김성현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비대면진료TF장은 "플랫폼사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살펴보면 비대면진료로 인한 의약품 오남용 문제는 특정 사용자가 이용하는 것에 따른 것인지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안전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다양한 실험들을 하면서 데이터를 갖고 의사결정해나갈 수 있는 시범사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신애선 한국원격의료학회 실무위원장. 사진=이정수 기자
◆ 전문가·의료수요자, '시범사업'에 주목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시범사업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어렵게 사회적 합의 통해서 추진되고 있는데, 무리해서 초진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 우려된다"며 "그보단 약배송이나 병원급 이용 부분 등 환자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시범사업이 잘 진행돼서 입법을 통해 본사업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시범사업기간 동안 안전성 문제를 제외하고, 휴일·야간 진료나 약배송, 수가 등 많은 부분을 테스트해보면서 문제점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연령, 세대, 지역, 질병, 소득 등 다양한 여건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다"며 "다만 굳이 시범사업 단계에서 비대면진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할 필요는 없는 만큼, 마약이나 고위험 비급여 의약품은 현 단계에서 미리 정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이 자리는 법 제정이 아닌 시범사업을 위한 공청회라는 점을 기억해야될 것 같다. 규제를 만드는 법을 만드는 것이라면 여러 논란에 대한 증거 등이 제출돼야 하지만, 지금은 그 규제를 만들기에 앞서서 시범사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거창출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 돼야 한다"며 "어떠한 우려가 있다면 설계가 돼서 증명이 돼야 한다. 이미 문제가 됐던 부분은 빠르게 제외하고, 더 실증이 가능한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자 입장으로 말을 이어갔다. 권용진 교수는 "한국 의료기술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디지털 전환 시점에서 이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여러 선진국이 원격 기술을 의료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굉장히 큰 위기감을 갖고 현 시범사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는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합리적일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 '위험하다는데도 무시할 것이다. 그러니까 정말 위험하다'라는 전제는 소비자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휴일 야간 초진과 약배송 문제는 어떻게든 대상을 만들어서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테스트를 해봐야 되지 않나"라고 촉구했다.

신애선 한국원격의료학회 실무위원장은 학회에서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현 시범사업과 비교하면서 의견을 제시했다.

신애선 위원장은 "가이드라인은 초·재진과 무관하게 일단 허용을 하되, 비대면진료가 부적절한 경우를 설정하고 그 사실을 환자에게 공지토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비대면진료 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처방 의약품 목록이 더 많다"며 "덧붙여, 비대면진료를 허용한 경우에는 환자 진료 요구를 거부한 의사 판단에 대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이 꼭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또 현재 시범사업에서 병원급 재진 환자 진료를 굉장히 제한하고 있는데, 이 범위를 더 확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학회 내에 있었다"며 "비대면진료에 대한 논의가 디지털치료제나 원격 모니터링, 재택의료 등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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