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생존과 직결되는 침습성 진균 감염…접근성 개선 필요"

[인터뷰]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이동건 교수·쾰른대병원 올리버 콘리 교수 
"인지도 낮지만 위험한 침습성 진균 감염, 치료 지연되면 사망"
"여전히 경평 면제 목록에서 항진균제 소외…사용 정책 기반 마련돼야"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12-29 06:05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이동건 교수(사진 오른쪽)와 독일 쾰른대학교병원 임상 시험 센터장 올리버 콘리 교수.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진균'은 자연계에서 곰팡이 또는 효모균의 형태로 존재하는 미생물의 한 종류로, 일상 속 모든 곳에 존재한다. 이러한 진균이 신체에 침입해 발생하는 감염증인 '진균 감염'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체내 면역력이 저하될수록 치명적이다. 

진균 감염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이 쉽지 않고 세균 감염 대비 치료도 어렵다. 또 높은 위중성에도 불구하고 중증도가 높지 않은 질환이라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진균에 의한 감염과 사망률은 전세계적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진균 감염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진균 감염과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한 중요성 또한 강조되고 있다.  

실제 2019년 미국 CDC가 발표한 항생제 내성 위협 보고서에서는 '칸디다속 진균'이 급박한 위협 등급으로 포함됐다. 

WHO도 항생제 내성 문제를 세계 공중보건의 최대 위협 중 하나로 규정하고 '진균 우선순위 병원체 목록(Fungal Priority Pathogen List)'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 2016년부터 '국가 항미생물제 내성 관리 대책'을 추진하며 항생제 사용량 통제 및 내성균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의학적으로 항균제,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를 포괄하는 항생제의 국내 정책 지원은 항균제에 집중돼 있다.  

실제 2020년에는 국민보건 향상의 필수 의약품 일부를 대상으로 경제성 평가 자료 제출을 생략할 수 있도록 요건이 재정비됐지만 이는 '항균제'에만 적용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해 보완하겠다고 응답했으나  여전히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치료제 접근성 문제도 해결 과제 중 하나다. 2020년 1월 항진균제 '크레셈바(이사부코나졸)'가 등장, 2021년 6월에는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되는 등 진균 감염에 새 치료 옵션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급여 문턱이 높아 국내 환자들은 최적의 치료를 받기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이동건 교수와 독일 쾰른대학교병원 임상 시험 센터장/감염병 컨설턴트인 올리버 콘리(Oliver Cornely)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진균 감염의 위험성과 감염 관리를 위한 제도적인 상황과 방향을 들어봤다. 

이 교수는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콘리 교수는 28개국 균학학회를 총괄하는 유럽 균학연합(ECMM) 회장과 ECMM 글로벌 가이드라인 프로그램 등을 정립한 인물이다. 

다음은 이동건 교수·콘리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일반적으로 진균 감염의 중증도와 심각성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높지 않은 것 같다. 진균 감염이 어떤 질환이고 왜 위험한가. 

이동건 교수: 감염내과 영역에서 진균 감염은 주로 ‘침습성 진균 감염’을 의미하며, 진균 감염은 건강한 사람들보다는 암이나 장기이식 환자 등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에서 주로 발생한다. 진균 감염은 미디어를 통해 잘 보도되지 않고, 주로 면역저하자와 기저질환자들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는 심각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스페르길루스균의 포자는 공기 중을 비롯해 모든 곳에 존재하며, 항암 치료 또는 장기 이식 후 치료를 받는 면역저하 환자의 경우 진균이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면역저하자 또는 기저질환자의 체내에 진균이 침투해 ‘침습성 진균 감염’으로 이어지는 경우 평균 사망률은 약 30%이며, 특히 암이 재발하거나 장기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약 50~60%에서 사망이 보고되고 있다. 

Q. 양국 임상현장에서는 침습성 진균 감염 진단이 어떠한 과정으로 이뤄지는가. 
 
올리버 콘리 교수: 환자 위험 인자와 임상적 특징에 따라 진단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수술 치료 또는 내과적 질환으로 인해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은 효모 감염인 칸디다증의 발병 위험도가 높아 혈액 배양 검사를 통해 칸디다증 감염 여부를 검사한다. 발열이 있는 경우 혈액 배양을 통해 진균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아스페르길루스증은 혈류를 통한 감염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칸디다증보다 진단 방법이 까다롭다. 일반적으로 폐에서 조직 검체를 채취해 검사하지만, 면역저하자들은 장기 조직 채취가 쉽지 않고 백혈병 환자나 기타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채취 중 출혈 위험이 크다는 제한이 있다. 이 경우, 혈액 배양 외에도 진균 감염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CT 촬영과 항원 검사를 시행한다.

진균 감염은 치료가 지연되는 매 시간마다 환자의 생존율이 떨어지며, 침습성 진균 감염으로 사망하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치료가 지연되는 기간 중 사망한다. 실제로 칸디다혈증에 의한 사망률은 약 30~40%로 보고된다. 

이동건 교수: 한국의 경우 ‘명확한 진단’을 기반으로 하는 항생제 처방과 보험 급여 적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환자마다 위험도가 다르고 조직 검사가 어렵기도 하고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조직 채취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진단 기기의 경우 치료제보다도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 최신 진단법 도입이 어렵다.

진균 감염은 명확한 진단이 어렵고, 삭감의 가능성이 있어 의료진은 저렴한 항진균제를 처방하게 되고 이로 인한 이상반응으로 환자가 악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진단이 이뤄져야 환자의 생존율이 증가한다. 이러한 이유로 적극적인 진단을 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시급하다.
Q. 실제 국내 임상 현장에서 경험하는 미충족 수요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이동건 교수: 침습성 진균 감염은 진단 이전에 치료를 먼저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에서 발생하는 만큼, 진단이 완료되기까지 치료를 지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항진균제를 이용한 치료 전략은 ▲고위험군에 사용되는 ‘예방적 치료’ ▲증상을 기반으로 하는 ‘경험적 치료’ ▲표지자를 기반으로 항생제를 사용하는 ‘선제적 치료’ ▲감염 원인균과 병원체의 감수성 결과에 따른 ‘확정적 치료’ 등 네 가지로 분류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지만 항생제 내성이 의료진의 과도한 항생제 처방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인식과 제한적인 국내 보험 급여 정책 등으로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확정적 치료’를 제외한 치료법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최근 10년 간 항진균제 급여 상황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항진균제 신약이 해외에 비해 훨씬 적게 도입됐고, 도입된 신약도 비급여로 사용해야 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Q. 실제 임상 현장에서 처방 경험 등을 기반으로 한 크레셈바 임상적 가치는.

콘리 교수: 보리코나졸 등 기존 항진균제 옵션과의 비교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보리코나졸은 지난 20여 년 간 수많은 환자들을 살리며 치료 환경을 변화시켜온 매우 우수한 항진균제이지만 털곰팡이증에 대한 효과, 안전성 등 일부 한계도 있다.

털곰팡이증은 암이나 대부분의 감염 질환과 비교해서도 사망률이 높은 심각한 질환으로 아스페르길루스증과 구분이 쉽지 않다. 그 중 크레셈바는 털곰팡이증과 아스페르길루스증 모두에 효과를 보이고 보다 스펙트럼이 넓어 두 가지 이상의 병원균에 복합 감염된 환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다른 항진균제 대비 우수한 간 내약성과 안전성을 확인한 치료 옵션이다. 마지막으로 항생제는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매우 제한적인데, 크레셈바는 주사제와 경구용 제형이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즉, 주사제를 투여하던 환자들이 어느 정도 안정된 후에 경구용 제제로 전환도 가능하다.
Q.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지난 2020년 경제성 평가 면제 기준에서 항진균제는 제외됐다. 

이동건 교수: 기존 출시돼 있는 항생제와 비교해 더 좋은 효과를 보이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치료제들은 최소 기존 항생제와 유사한 효과에, 부작용은 더 적고 항생제 내성을 보다 잘 극복할 수 있는 신약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성 평가는 기존 치료 옵션과 비교가 이뤄지고 기존 항생제 약가는 제네릭 출시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하기 때문에 새롭게 도입되는 항생제 신약은 기존 약제 대비 약가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또 현재 도입되는 항생제 신약은 기존 약제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한 반면, 현 경제성 평가 면제 기준은 기존 약제 대비 우월한 효과를 입증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일을 담당하는 명확한 부처가 없고, 항진균제 급여 제도와 접근성에 대한 부족한 관심도 해결이 필요한 과제다. 일례로 항암제의 경우 환우회에서 관련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환자들이 신약의 도입과 급여 적용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반면 진균 감염 환자들은 수가 적고,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환우회가 조성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항진균제는 일시적으로 처방이 이뤄지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점에서는 건강 보험 재정에 부담이 크지 않지만 1일 처방분의 약가가 높다는 이유로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50~200개의 항생제가 감염 치료를 위해 허가돼 있는데 그 중 항진균제는 약 10가지로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다. 

하루에 처방되는 약가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항진균제가 비싸게 느껴질 수 있으나, 소수 중증의 환자들에게 2~3주에서 길면 2~3개월까지, 일시적으로 처방되는 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 급여 제도가 적절히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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