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치료 시점 바꾸면 연 3000명 간암 예방 가능

간수치 아닌 바이러스 수치 기준 치료로 급여기준 개정해야
서울아산병원 임영석 교수팀, 간암 발생 위험 분석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11-07 10:08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임영석 교수, 최원묵 교수
B형간염 치료 시점을 간수치에서 바이러스 수치로 바꿔 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연간 3000여 명 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복잡한 B형간염 치료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바이러스 수치로만 단순화한다면 오히려 사회적 비용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7일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최원묵 교수팀은 만성 B형간염 성인 환자 9709명을 대상으로 간암 발생 위험을 수년간 추적관찰한 연구결과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환자 혈액 내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100만 단위에서 멀어질수록, 즉 더 높아지거나 낮아질수록 간암 발생 위험은 점진적으로 감소하며 이 같은 관계는 간염 치료 중에도 유지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국내 5개 대학병원(서울아산병원 경희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B형간염 치료를 시작한 성인 환자 4693명을 평균 7.6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193명에서 간암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 반면 간염 치료를 받지 않은 5016명 중에서는 322명에게서 간암이 발생했다. 이로 비춰 볼 때 간염 치료는 간암 발생 위험을 전체적으로 약 5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치료군과 비치료군 모두에서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1mL 당 100만 단위(6 log10 IU/mL)인 경우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았다. 반면 바이러스 수치가 100만 단위에서 멀어질수록, 즉 1만 단위 미만으로 매우 적거나 1억 단위 이상으로 매우 많은 환자들은 간암 발생 위험이 가장 낮았다.

종합하면 바이러스 수치가 1억 단위 이상에서 치료를 개시한 환자들에 비해 100만 단위에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의 간암 발생 위험은 최대 6.1배나 높았다.

기존 학계에서는 바이러스 수치에 비례해 간암 발생 위험이 선형적으로 증가하고, 간염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바이러스 수치가 간암 발생 위험과 연관이 없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간암을 잘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수치가 매우 높을 때(1억 단위 이상, ≥8 log10 IU/mL) 또는 상당히 낮을 때(1만 단위 미만) 간염 치료를 개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결국 간암 위험도를 낮게 유지하려면 복잡한 B형간염 치료 개시 기준을 혈중 바이러스 수치만을 기준으로 단순화하고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B형간염 치료 건강보험 급여기준은 복잡하다. 바이러스 수치가 최소 2000 단위 이상이면서 간수치(AST 또는 ALT)가 정상 상한치의 2배(80 IU/L) 이상이어야 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소화기분야 최고 권위지인 '거트(GUT, 피인용지수 24.5)'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돼 향후 국내외 B형간염 치료지침 및 건강보험 급여기준 개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임영석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매년 국내에서 약 1만 2천 명의 간암 환자가 새롭게 진단되는데, 대부분 중년 남성이다보니 심각한 사회경제적 손실과 가정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며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2000 IU/mL 이상인 성인 환자는 간수치와 상관없이 간염 치료를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면 1년에 약 3000명, 향후 15년간 약 4만여 명 간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B형간염 치료시기를 간염 바이러스 수치를 기준으로 단순화하고 앞당길 경우, 간암 발생을 예방함으로써 사회적인 비용 부담은 오히려 감소한다는 점도 이미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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