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개량생물의약품 항암제 페스코, 사회비용 절감까지

[너의 약력(藥力)은④] 페스코 편 
허셉틴+퍼제타, 하나의 SC제형으로 개발해 HER2 유방암 치료  
환자 선호도 높이고 의료 시스템 효율성까지 개선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4-12 06:02

약력(略歷)은 사전적 의미로 '간략하게 적은 이력'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보시는 독자들께선 약력(藥力)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약·바이오에 관심이 많으신 독자 여러분들이니까요. 실제 오랜 시간과 비용이 투입돼 개발된 약은 유효성·안전성, 임상연구, 마케팅 전략 등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힘(力)'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너의 약력(藥力)은' 코너에서는 스테디셀러 약부터 신약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주목 받은 치료제들의 약력(略歷)을 쉽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영어로도 약력은 'Resume'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죠. 그러한 의미를 살려 자기소개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저는 한국로슈 페스코라고 합니다. 저는 독특한 개발과정을 거쳤어요. 정맥주사 형태의 항암제인 '허셉틴(트라스투주맙)'과 '퍼제타(퍼투주맙)'를 하나의 피하주사로 형태로 업그레이드한  것인데요. 전이성 및 조기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위해 개발된 치료제입니다.  

이에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저를 가장 높은 수준의 권고 등급인 category1(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또는 2A(HER2 양성 조기 유방암)로 권고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도 기존 HER2 양성 유방암의 표준요법(트라스투주맙+퍼트주맙) 치료 시간을 최대 90% 단축시키며, 피하주사 제형으로 환자 편의성을 개선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는데요. 2021년에는 항암제 최초 '개량 생물의약품'으로 지정됐습니다.   

지난해에는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해 급여권에 도전하면서 의료 시스템 효율화와 사회적 비용까지 절감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어요. 환자들이 병원에 머무르는 시간을 줄일 뿐만 아니라, 의사, 간호사, 약사 등 의료 전문가의 시간을 단축해 정맥 투여에 따른 비약제 소모품 비용도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악력 하나,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한 페스코

최근 국내 유방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93.8%로 지속적 높아지고 있어요. 그러나 유방암은 치료 후 10년 뒤에도 재발하거나 전이될 위험이 높아 '꼬리 긴 암'으로 불리고 있죠. 이때 재발할 경우 평균 생존기간은 1년 7개월로 단축돕니다.   

특히 전체 유방암의 20~25%에서 나타나는 HER2 양성 유방암은 공격적이며, 전이성 유방암으로 확산하며 재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들은 재발이나 전이를 예방하기 위한 항암요법이 필요해요. 하지만 기존의 정맥주사 요법은 3주마다 병원을 방문해야 하고, 투약 및 모니터링에 총 270분(4시간 30분)이 소요 된다는 미충족 수요가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슈는 두 개의 정맥주사를 하나의 피하주사 형태로 합친 저(페스코)를 개발했어요. 저는 할로자임 테라퓨틱스의 독점 약물전달 기술인 인핸즈(ENHANZE)를 활용해 트라스투주맙과 퍼투주맙의 단클론항체(mAb)로 만든 정맥주사(IV, Intravenous Injection)를 피하주사(SC, Subcutaneous Injection) 형태로 만들어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재조합인간히알루로니다제는 약물의 분산과 흡수를 돕는 내당분해효소로, 피하 투여시 더 많은 약물을 피하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트라스투주맙과 퍼투주맙을 병용 투여 중인 환자도 동일한 치료 지침에 따라 페스코로 전환해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약력 둘, 국내 최초 개량생물의약품 항암제로 승인

저는 지난 2021년 항암제 중 최초 개량생물의약품으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어요. 개량생물의약품은 이미 허가된 생물의약품에 비해 안전성·유효성 또는 유용성(복약순응도·편리성 등)이 개선됐거나 의약기술에 있어 진보성이 있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인정한 의약품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환자의 편의성을 크게 개선시킨 저만의 특장점을 들 수 있습니다. 저는 초기용량 8분, 유지용량 5분으로 기존 치료요법에 비해 치료 시간을 최대 90%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저의 시간 절감 효과는 유지용량 투여 시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기존 치료는 투여 시간(90분)과 관찰시간(180분)을 합쳐 총 270분 정도 소요되지만, 저(페스코)는 투여시간 5분, 관찰시간 15분으로 단 20분 만에 모든 치료를 마칠 수 있습니다.  
허셉틴+퍼제타 정맥주사와 페스코 피하주사의 초기용량 및 유지용량 최대 투여 시 소요시간 비교.
또한 저는 치료 시간을 단축시키는 동시에, 기존 치료요법과 유사한 치료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저를 가지고 실시한 3상 임상연구 'FeDeriCa'를 설명해드릴게요. FeDeriCa에서는 종양 크기가 2cm를 초과 또는 수술 전/후 림프절 양성인 수술 가능하거나 국소진행성(염증성 포함)인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 오픈라벨, 다기관, 비열등성 연구입니다. 

연구 결과, 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 정맥투여군과 비교해 혈중 농도에서 비열등성이 확인돼 비슷한 효능을 확인 했습니다. 또한 유사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으며, 새로운 이상반응은 확인되지 않았어요.

개선된 편의성만큼 환자들의 실제 선호도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상 임상연구인 'PHranceSCa'에서는 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 정맥투여에서 페스코로 교체(또는 그 반대)시 환자 선호도를 평가했어요. 

그 결과, 환자 대부분(85%)은 퍼투주맙과 트라스투주맙 정맥투여보다 페스코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환자의 86.9%가 피하주사 페스코 치료를 지속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환자들이 페스코 투여를 선호하는 이유는 진료 시간 단축(119명)과 투여 중 편안함(73명)을 꼽았고, 환자의 88.1%(141명)가 피하주사에 '매우 만족' 또는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약력 셋, 의료 시스템 효율성까지 개선

저(페스코)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도 개선시켰습니다. 저의 2상 임상연구인 'PHranceSCa'에 따르면, HCP 등 주요 의료 인력은 페스코 사용 시 치료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을 87.5% 절약한 것으로 확인 됐는데요. 

또한 저(페스코)의 사용에 따른 비용 절감 등 경제적 이점을 각 개별 요소로 분석해본 결과, 환자들의 병원 체류 시간에 따른 비용을 최대 85% 절감, HCP 등 의료 전문가의 시간 소비량을 76% 아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불어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시간에 따른 생산성 손실을 65% 가량 줄이고 정맥 투여에 따른 비약제 소모품 비용을 69% 절감했습니다. 

또한 홍콩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허셉틴 피하주사 제형의 사회경제적 부담 절감 효과는 더욱 극적이었습니다. 모든 HER2 양성 환자가 정맥주사 대신 피하주사 제형으로 치료했다고 가정했을 시, 18주기 동안 치료한 후 약물 획득 비용과 의료 전문가 시간 비용이 각각 9451.28달러(약 1260만원)와 566.16달러(약 75만원)이 감소해 연간 800만 달러(한화 약 106억 7,200만원)를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아일랜드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에서도 피하주사 치료는 한 주기당 의료전문가(HCP)의 시간은 정맥 주사 대비 약 59.21분이 절약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7주기의 전체 치료 과정에 대입해보면 평균 16.78시간까지 HCP의 시간이 절약되며, 추정되는 직접 비용 절감액은 1609.99유로(한화 약 234만원)으로 확인됐어요.   
허셉틴 피하주사 제형의 사회경제적 부담 절감 효과 연구.
페스코 재택치료, 이뤄지는 그날까지 

저의 향후 목표는 탈중앙형 혹은 분산형 의료시스템(Decentralised Healthcare) 발전 기여입니다. 실제 프랑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에서는 집, 직장, 그리고 가까운 중소형 병원에서 저의 투약이 가능합니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한국에서도 재택치료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 꿈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재택치료 선호도를 확인하고자 방문간호사 제도를 활용한 관련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보기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