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의료'에 필요한 조건‥'수가·책임 소재·개인 정보 보호'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는 비대면 의료 논의 소극적‥이해관계자들 간 입장 대립
비대면 의료의 진단 및 처방에 대한 의료계 부담감‥활성화 유인책으로 수가 상향
'환자 본인 확인'은 의료 및 투약 사고와 직결되는 문제‥높은 보안 수준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5-10 11:52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비대면 의료'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 초고령화 사회에 적합한 서비스라고 평가받고 있다.

국민의 건강권 보장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이 비대면 의료는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국내 현실에 적합한 비대면 의료서비스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시설 기준 법제화 ▲수가 정책 ▲의료사고 시 책임 소재 정리 ▲개인 정보 보호 ▲환자 본인 확인 ▲의약품 비대면 구매에 대한 법적, 제도적 대비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특성에 따른 적용 필요 분야 탐색 연구'에 따르면, 미국, 호주와 같이 국토 면적이 넓은 나라에서는 비도시 지역의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부족한 의료 인력을 대체할 목적으로 비대면 의료를 도입했다.

이후 비대면 의료는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기술의 발달로 보다 진전되고 확장된 의료 서비스에 목적을 두기 시작했다.

외국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코로나19의 세계적 감염병 확산, 미래의 보건의료 기술 발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임상 연구 전환 등에 대응하기 위해 비대면 의료는 각 나라의 의료 제도에 맞는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비대면 의료에 대한 논의는 소극적인 상황이며, 이해관계자들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 간 원격협진과 원격모니터링을 제외한 형태의 원격의료는 금지돼 있다. 원격의료 합법화를 위해 여러 차례 의료법 개정 시도가 있었으나 입법화되지는 않았다.

원격진료 또는 원격수술이 아닌 원격 모니터링의 경우 의료법에 의한 금지 여부가 불분명했다. 그런데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사업 1호 기업인 휴이노의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인 '메모워치'에 대해 2020년 2월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로써 환자데이터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합법화된 상황이다.

다만 그간 정부 주도 비대면 의료관련 사업이 다양한 대상·질환·방식으로 다수 수행됐고, 현재도 일부 수행되고 있으나 대부분 임상 현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 비대면 전화상담/처방이 시행됐고, 국내에서도 비대면 의료가 진료 현장에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 의료법상 합법적으로 가능한 형태가 아니기에, 코로나19의 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해제되면 비대면 의료는 제공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보건복지부에서도 제도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비대면 의료 제도화에 대한 부정적 의견에는 '임상적 유효성 안전성 평가가 면밀하게 되지 않았다는 점'과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의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최근 한시적 비대면 전화상담 및 처방에 대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취약계층이나 노인 환자들에서 비대면 의료는 효과가 있었고 특별한 부작용과 제도적 부정적 상황은 살펴볼 수 없었다.

NECA 연구팀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비대면 의료에 대한 장점을 정리했다.

그 결과, ▲비대면 의료는 효과적이고 비용효율적일 수 있다 ▲비대면 의료를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 ▲비대면 의료를 통해 환자가 적시에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유형의 치료를 찾도록 도울 수 있다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매우 높은 만족도, 역량 강화, 확신 등을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제시됐다.

반대로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회의점으로 ▲비대면 의료를 통해 제공되는 치료는 비용 효율적일 수 있으나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비대면 의료에 대한 대부분의 경제적 평가에서 중요한 비용 절감이 누락됐다 ▲비대면 의료와 일반 의료 간의 접점과 관련한 의문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 도출됐다.

연구팀은 국내에서 비대면 의료가 활성화되려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설 기준 법제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시설 기준에 대한 법제화는 시스템을 안정화시키고 서비스 질을 관리하는 데 필수적인 부분이다. 단, 법제화된 시설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할 경우 의료 제공자 및 사용자의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시설 마련 및 유지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면 의료 서비스 제공자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시설 기준을 마련함에 있어 행정편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제공자, 사용자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할 듯 보인다.

동시에 비대면 의료는 새로운 형태의 의료 행위로써, 이에 맞는 '수가 정책'이 요구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및 비대면 의료 행위는 환자 입장에서는 편의성이 증대된 형태일 수 있으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의 입장에서는 여러 의문점을 가질 수 있다. 비대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임상적 효과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은 그 근거의 수준이 높지 않다.

더불어 행할 수 있는 진료 행위에 한계가 존재한다. 촉진, 타진 등 대면 진료에서만 가능한 행위들이 있으며, 혈압계와 같은 간단한 진단 기기는 사용할 수 있으나 보다 복잡한 진단 기기(MRI, 초음파 등)의 사용은 비대면 의료에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의료계는 비대면 의료를 통한 진단 및 처방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비대면 의료는 환자와의 라포 형성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대면 의료보다 의사소통이 어렵고 공감대 형성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의료인들을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며, 그 중에서도 적절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수가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과거 원격진료 수가가 대면 진료 수가보다 훨씬 낮아 의료인들에게 외면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수가가 상향되자 원격진료 활용률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우려하고 있는 '의료사고 시 책임 소재'도 명확히해야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활성화되면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사건·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다 견고하게 책임 소재를 명시해야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해 '개인 정보 보호'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키, 몸무게 뿐만 아니라 유전 질환, 감염성 질환 및 특정 질환 등과 같은 민감한 개인 정보들이 외부에 유출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환자들은 건강 관리를 위해 본인의 의료 제공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 이외의 사람들에게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이 탓에 디지털 헬스케어 제공 프로그램은 높은 보안 수준을 보유해야 한다. 외부에 자료를 공유할 경우 개인의 식별이 불가능하도록 비식별화, 익명화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환자 본인 확인'은 의료 및 투약 사고와 직결되는 문제이며, 건강보험 부정 수급 관련해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특히 비대면 의료에서 건강보험 무자격자가 타인을 사칭해 건강보험을 부정 수급하는 행위가 보다 용이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전자기기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는 경우 철저한 본인 인증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견고한 본인 인증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대면 서비스보다 본인 인증이 오히려 수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약품 비대면 구매'에 대한 법적, 제도적 대비도 필요하다.

헬스케어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했지만 의약품 구매를 위해서는 반드시 약국을 방문해야 한다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취지가 반감될 수 있다.

환자의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료 기관과의 접근성이 매우 낮은 경우 의약품 비대면 구매 허용에 대한 요구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의료 서비스가 불가능한 경우, 한시적으로 의약품의 비대면 수령을 허용한 바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의약품 비대면 구매가 활성화되면 무자격자의 조제, 투약 오류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 가능하므로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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