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경상 환자 과잉진료 심각‥'정보 공유', 쉽지 않아

심평원 위탁 이후 1인당 자동차보험 진료비 및 한방 진료비 오히려 급증
보험사·심평원·의료기관, 최소한의 사고 정보 적정 범위에서 공유해야
일부 의료기관 과잉진료 막기 위해 보험사의 진료기록 열람 시점 개선 필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9-25 11:50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자동차보험의 1인당 진료비가 2014년 이후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원인으로 경상 환자의 '과잉진료'가 지목됐다.

누수되는 자동차보험금을 줄이려면 정보 공유가 우선이다. 그러나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를 위탁 받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무상 사고 정보를 공유받기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보험사와 심평원, 의료기관 간 최소한의 교통사고 정보 확인 및 진료 기록 열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태.
 
하지만 업계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돼 조율이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과잉진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① 정보공유를 통한 진료 및 심사 개선방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의료기관과 환자의 도덕적 해이, 의료기관과 보험사의 진료비 분쟁, 보험금 누수 개선을 위해 자동차 보험 진료수가 심사를 2013년 7월부터 심평원으로 일원화했다.

그런데 2014년 이후 1인당 자동차보험 진료비 및 한방 진료비가 오히려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1인당 진료비는 2014년 약 73만 원에서 2022년 약 112만 원으로 약 54.8% 증가했다.

자동차보험 양방 진료비는 감소 추이를 보였으나, 첩약·약침술 등 비급여 비중이 높은 한방 진료비는 2018년 7139억 원에서 2022년 1조4636억 원으로 약 105% 증가했다.

더불어 보험사가 지급한 부상 보험금을 보면, 경상환자 진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중상환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또한 양방 경상환자의 병원진료비는 감소하고 있지만 한방 경상환자의 병원 진료비는 급증하고 있었다.

심평원에 자동차 보험을 위탁한 이유는 2013년 6월까지 진료수가 심사 주체였던 보험사의 한계 때문이었다.

과거 보험사는 과잉 장기치료·환자관리를 위해 의료기관을 내방해 의사 면담을 진행하고 환자의 치료 경과를 확인하는 현장 심사를 강화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심사 강화는 부상의 원상회복 등 자동차사고 피해자 보호에 주목적을 두고 있는 자동차손배법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 진료수가 심사가 개별 보험사별로 이뤄져 일관된 심사기준 부재 및 전문성 부족 문제가 야기됐고,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 진료비 분쟁 빈도도 높았다.

이에 자동차손배법령 개정을 통해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를 2013년 7월부터 심평원에 위탁하게 됐다.

현재는 자동차 사고가 발생해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면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하고, 심평원이 진료수가를 심사한다. 이후 그 결과를 의료기관과 보험사에 통보하면 보험사가 진료비를 지급하고 있다.

그렇지만 심평원이 진료수가 심사주체가 되면서 보험사는 과잉 장기 치료에 대한 현장 심사는 물론 지불보증 관리에 어려움이 발생했다.

일부 의료기관은 보험사의 현장심사 관리가 부재한 점을 이용해 환자에 대한 과잉처방 행태를 보였고, 사고 피해자 또한 정확한 사고 정보를 의료기관에 알리지 않은 채 과다 치료를 요구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로 인해 개별 보험사의 자동차 보험금 지급액이 급증했으며 보험료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심평원 심사의 한계도 지적됐다.

심평원은 대부분 진료수가 심사기준에 의한 서면 심사를 수행하므로 과잉치료 및 장기입원 등의 심사가 사실상 어렵다. 동시에 심사업무 담당 인력 1인당 월별 2만건 가까운 심사를 수행하고 있어, 장기 과잉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현장 조사도 힘든 실정이다.

국토부가 소관부처로 자동차보험을 관장하고 있으나 실무검토 전담 조직이 없는 상태이기에, 심평원에 업무를 위탁함으로써 실질적인 개선도 어려운 상태다.

현재 심평원은 심사 인력 증원을 통한 심사 강화가 필요하지만,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가 위탁 업무인 점을 고려할 때 예산 확보 및 인력 배치에도 제한이 있다.

특히 심평원은 의학적 심사에 주안점을 둔 기관이다. 이에 진료기록 정보 등에만 접근할 권한이 주어지므로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심사를 위해 교통사고 정보 등 기타 자료의 활용이 요구된다.

이처럼 심평원의 업무 경감 및 심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위탁사인 보험사와 심평원의 실질적인 실무 협의가 필요함에도 현행 법령·계약상 형식적인 협의에 그치고 있다.

심평원 위탁 이전의 의료기관과 보험사는 보상실무 직원을 통해 환자의 사고 정보 등을 공유해 왔다. 심평원 위탁 이후에는 의료기관의 진료 단계에서 사고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실무상 절차가 부재했다. 이 탓에 경미한 사고임에도 증상을 과잉호소하는 환자를 통제할 수단이 없다.

일부 의료기관은 이를 활용해 과다치료를 위해 환자의 경미사고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 확인 없이 패키지화된 교통사고 환자 치료를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객관적 검사 없이 환자의 증상호소 등으로 진단할 수 있는 척추부염좌 등과 같은 경상 환자 치료비가 전체 보험금의 60.6%(2022년)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동차보험의 진료비 및 통원일수가 건강보험에 비해 각각 최대 4.2배 및 2.4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불 보증 관리에도 구멍이 생겼다.

자동차손배법 제 14조에 의하면 보험사는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진료비를 심사 청구해야 피해자 진료기록 열람이 가능하다. 심평원이 심사를 위탁받으면서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의료비 심사를 청구하기 전까지 보험사는 환자에 대한 진료기록 접근 권한이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됐다.

통상 진료비 청구는 일정 주기(15일, 30일)로 이뤄지나 일부 의료기관은 심평원에 수개월 및 최대 1년 이상 지연 청구를 하기도 한다.

현재 자동차손배법상 보험사가 진료기록을 확인할 방법은 의료기관에 방문해 자료를 열람하는 것이다. 장소와 시간의 제약으로 보험사의 지불 보증 기간 관리 등 보험금 산정을 위한 서류 증빙에 허들이 있다.

이외에도 보험사가 직접 진료수가 심사를 했던 과거에는 과잉진료 우려가 있는 경우에 의사면담이 가능했으며 지불 보증이 유연하게 이뤄졌다. 

현재는 일선 보험사의 보상실무에서는 의료기관이 유선으로 제공하는 비공식적 정보에 의지하거나, 환자에게 진료 기록 제공을 요청하는 등의 간접적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의료법 제 19조에 따라 다른 법령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이외에는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하므로,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하기 전에는 보험사는 사고 피해자 측에서 제공하는 진료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영국 조사관은 "보험사와 심평원, 의료기관이 환자에 대한 최소한의 사고정보와 진료 정보를 적절한 시점에 적정 범위에서 공유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3년부터 경상환자에 대해 4주 이상 치료 시에는 '진단서 제출' 등을 의무화했으나, 이를 회피하기 위해 제11등급 뇌진탕, 제9등급 디스크(요추 추간판탈출증) 등으로 우회해 치료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김 조사관은 "의료기관이 보험사고 피해자의 사고경위, 경미 사고 여부, 피해차량 사진 등 교통사고 정보를 인지하도록 해 경상 환자의 무리한 과다치료 요구를 차단하고 적정 진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만약 의료기관이 교통사고 환자 치료에 있어 최소한의 사고정보를 인지할 경우 적정 수준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심평원도 의료기관의 부당청구 여부를 파악하는 데 용이할 수 있다.

아울러 교통사고 유형별 실제 치료현황 등을 향후 통계자료로 활용할 경우, 환자 치료 및 심사에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는 교통사고 정보 제공에 찬성하고 있으며 심평원은 자동차보험 심사 결정을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업계는 정보공유 시 의료기관이 과잉의료기관으로 오인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반대하고 있다. 한의업계는 해당 정보의 공유를 의무화할 경우 심사와 관련된 분쟁이 증가할 것을 우려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보험사의 진료기록 열람 시점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식도 제시했다.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진료비 지급 보증을 한 시점, 초진 시 등에 진료기록 열람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환자의 동의를 전제로 의료 기록 등의 열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의료업계는 의료법 제 19조 및 제21조제2항 환자의 정보 누설 금지 및 진료권 침해와 환자의 치료권 보장 필요성 등을 근거로 반대하고 있다.

김 조사관은 "자동차보험 과잉진료 문제가 건강보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의사의 진료권 침해 및 환자의 치료권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열람이 가능해야 한다. 경상 환자의 과잉진료 및 보험사기 의심 건에 한정해 진료기록 열람 시점을 제한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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