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구심점 누가 맡을까…의협 회장 선거 막 오른다

의협 42대 회장 선거 20일 시작…후보들 "적극 투표" 당부
박명하·주수호·박인숙·정운용, 투쟁·선거 청사진은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3-18 06:09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대한의사협회 42대 회장 선거가 오는 20일 시작된다. 강대강 의정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구심점이 돼야 할 의협 회장 자리는 비워져 있어 의료계가 한 데 뭉치지 못하며 외부로부터 의협 대표성까지 지적되는 상황.

42대 의협 회장 후보들은 지난 15일 의협 출입기자단이 주최한 선거 전 마지막 합동설명회를 통해 높은 투표율로 의료계 대표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향후 42대 회장으로서 끌고 갈 이번 투쟁과 의협 방향에 대한 시각을 공유했다.
 

◆기호 1번 박명하

"목표는 투쟁 아닌 성공…보여주기 아닌 성과 낼 것"

박명하 후보는 의료계 목표가 투쟁이 아닌 성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 드러내는 것보단 성공을 위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단 것. 의협 비대위 조직위원장을 맡아 법률 지원, 성금 모금 등 외부로 드러나진 않지만 비대위 목표 달성과 전공의·의대생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 중이란 설명이다.

박 후보는 최근 공식 석상이 아닌 개인적으로 삭발을 하고 나타난 점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했다. 보여주기 위한 삭발이었다면 연단이나 기자들 앞에서 했겠지만, 경찰 조사를 앞둔 새벽 투쟁 결기를 가다듬기 위해 자택에서 삭발했다는 설명이다.

박 후보는 "투쟁이 목적인가 성공이 목적인가. 외부에 투쟁성을 보여주는 것보다 저를 가다듬고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성과를 내고 회원보다 먼저 희생하는 투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투쟁 실패하면 10년 이상 올바른 정책 없다…반드시 성공시킬 것"

박 후보는 정부가 2025년 2000명 증원을 강행하더라도 막아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패할 경우 앞으로 10년 이상 올바른 정책을 위한 저항운동은 제대로 이뤄지지도 못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는 것.

전공의가 사직하고 의대생이 휴학하며 앞장 선 투쟁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당사자인 전공의와 의대생은 투쟁에 실패한다면 1년을 쉰다는 입장이 굳건한데, 전공의의 경우 수련연차에 따라 수련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정부가 강행하더라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가처분 신청을 적극 지원하고, 전공의 의대생은 물론 개원가까지 참여하는 1년 이상 투쟁에 돌입하더라도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박 후보는 회장이 된다면 국민 여론을 돌이키기 위한 홍보에 주력하는 한편, 모든 직역이 의협으로 단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리더십을 확보해 의협 패싱은 없게 하겠단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 대란을 걱정하고 있지만 1~2주면 교육 대란이 올 것이다. 국민 여론도 바뀌고 있다"며 "반드시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호 2번 주수호 

"과거 논란 사죄…그럼에도 필요하다 생각하시면 선택하실 것"

기호 2번 주수호 후보는 최근 불거진 과거 논란에 대한 사과로 발언을 시작했다. 주 후보는 지난 2016년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고,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주 후보는 논란을 일으킨 점과 평생 속죄가 필요한 과거를 사전에 밝히지 못해 회원에게 사죄한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가 지금 투쟁에 걸림돌이 된다면 선택하지 않을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선택할 것이라 믿는다는 입장이다.

주 후보는 "처음 나왔을 때와 같은 기분으로, 만약 당선된다면 정부와의 투쟁에 이어 이 한몸 다 바쳐 회원들에 대한 마지막 봉사를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회장 피선거권 제한이 결정될 경우엔 강경 대응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출마 전 로펌에 자문을 받은 결과 '실형 징역보다 집행유예가 피선거권 제한이 길다면 해당 정관은 위헌'이란 설명을 들었단 것. 따라서 피선거권이 제한될 경우 로펌에서 선거무효소송까지 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선관위에서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개인 범죄구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곳은 수사기관 뿐인데, 의정갈등 시점에서 과거 잘못된 이력이 어떻게 갑자기 나왔는지 주목해달라는 점도 피력했다.

한편 선관위는 이날 토론회 이후 회의를 열고 주 후보 피선거권에 변동 사항이 없는 것으로 결론낸 바 있다.

"이번 투쟁은 마지막 투쟁…기필코 승리, 패배 상상할 필요도 이유도 없어"

주 후보는 대정부 투쟁과 관련해선 '마지막 투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대정원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를 막지 못하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진단이다. 의사 수가 부족하단 정부 오진에 의해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란 처방이 실현된다면 의료는 사망하고, 이후 상황은 의미가 없다는 것.

주 후보는 "기필코 승리해야 하고, 이후 상황은 상상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투쟁 이미지가 강하지만, 투쟁 이후 협상에도 자신 있다는 점도 피력했다. 2000년 의약분업 투쟁에서도 협상 과정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고, 의협 공보이사나 회장을 역임하면서도 네트워크를 쌓고 협상해왔다는 설명이다.
 

◆기호 4번 박인숙

"진정한 의료개혁 절호의 기회…8년 국회 경력, 계획·노하우 있다"

박인숙 후보는 이번 투쟁이 의료계 입장에서 풍전등화 상황이지만, 오히려 진정한 의료개혁의 기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사가 앞장서서 제대로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회의원 8년을 비롯한 10여 년 정치권 경험이 의료계에 절실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회의원 활동 당시 의협 모습이 안타까워 직접 바꿔보려 출마를 결심했으며, 엄중한 현 상황은 정치 경력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설명이다.

박 후보는 "지금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의료 혁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회장이 된다면 모든 책임은 제가 질 것이다. 실천 계획을 갖고 있고 노하우도 있다.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투쟁 패배하면 의료 미래 없어…의협 위상 높일 재건축 나설 것"

박 후보는 이번 투쟁에서 패배하면 대한민국 의료 미래가 사라진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사태는 총선 과반수 의석 획득이라는 조바심에 의사를 악마화해 일으킨 총선용 소동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대국민 홍보와 정치권 압박, 해외 언론을 이용한 여론전 등을 지속하되, 끝내 정책을 강행한다면 최후의 보루인 교수와 봉직의, 개원의도 모두 개별 사직할 것이란 시각이다.

의협 위상을 높일 조직적 재건축에 나서야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문가 컨설팅을 받아서라도 전략적 대국민 홍보를 통해 국민 마음을 돌려야 이번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젊은 의사와 신뢰 회복을 위해 집행부 내 젊은 의사를 많이 기용하겠다는 방침도 부연했다.

박 후보는 "회장이 된다면 국민과 소통을 가장 중요시하고 내부 결속력을 강화, 많은 회원이 의협에 관심을 갖고 한몸으로 가는 재건축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호 5번 정운용

"정책 역량·소통 능력·투쟁 경험 장점…민주적 전문가 단체 만들자"

정운용 후보는 회장 후보로서 정책 역량과 소통 능력, 투쟁 경험이 장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 위기에 대해 많은 동료 의사들과 토론해 위기를 진단하고 회원·국민과 함께 개혁을 이뤄 나간다는 대안을 도출했고, 의료봉사를 비롯한 시민사회·노동계와 함께한 사회 개혁을 위한 활동에서 비롯된 경험으로 국민 소통이라는 의협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며, 전공의 대표 경험이나 사회 개혁을 위한 투쟁 등 경험은 현 사태를 해결할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의협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수많은 권익 투쟁으로 국민적 불신을 얻은 만큼, 환자 생명과 건강을 지켜 의사 권익을 실현한다는 원론적 개념이 적극 제기돼야 할 시기라는 시각이다.

정 후보는 "의료 개혁을 위해선 의협을 개혁해야 한다. 많은 회원들은 의협에 관심이 없고, 국민 요구와 의사 정서 간극이 크다"며 "민주적 전문가 단체가 되자는 공약은 그런 의미에서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정부, 지지율 올리고 치부 가린 계산서 올 것…그 부분 공략해 사태 해결"

정운용 후보는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도 의정갈등 부담이 커지는 점을 공략해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기화된 의정갈등에 정부도 의료계도 무능하단 인식을 받고 있고, 윤 정부도 지지율을 올리고 치부를 가린 '계산서'를 조만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의대 증원이 강행된다면 의료계 반발도 지속되고, 윤 정부는 무능하고 나쁜 정부가 되고 의사도 국민 신뢰를 더 잃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정부도 한발 물러나 공개적 협상 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회원과 함께 윤 정부를 겨눠 총선을 심판하는 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의대 교수까지 가세하며 사태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국민을 이 싸움에 들어오도록 해 정부 부담을 키우겠단 것.

정 후보는 "교수들이 합세했는데 끝나지 않는다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하지 않고는 다음 싸움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기호 3번 임현택 후보는 이날 경찰조사 임의출석으로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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