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병, '수술실 CCTV' 도입 안정적…이면엔 운영부담 상당

수술실 대다수 CCTV 기설치…안내·보관·보안 등이 관건
환자 수술 촬영 신청에 거부 시 마찰·갈등 불가피 우려
환자-의료진·병원 신뢰에 부정적…통상 수술엔 효과 '無'
의협-상종, "제도 시행 초기 고려 계도기간 필요" 이구동성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9-26 06:09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25일 시행된 가운데, 상급종합병원 사이에서는 되도록 차질이 없도록 준비를 마친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의무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러 반응이 공존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각 수술실 CCTV 설치와 더불어 환자 신청, 의료진 동의, 영상보관 등을 위한 조직과 체계를 일정 수준 갖춘 상태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큰 규모를 갖춘 종합병원급 이상에서는 수술실마다 이미 CCTV가 설치돼있다. 이번 의무화로 인해 설치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환자 신청이나 의료진 동의, 영상보관 등을 위한 조직이나 체계는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가 각 병원마다 서둘러 진행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이제 막 시행됐기 때문에 기준에 맞춰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됐는가에 대해서는 확답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있다"며 "수술실 CCTV 녹화 신청과 관련해서 환자·보호자 분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안내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와 관련된 의료법에 따르면,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은 대체로 중증 환자를 다루고 있는 만큼,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필수다.

CCTV 설치 의무화는 단순히 CCTV 설치로만 그치지 않는다. 수술 장면 촬영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환자가 미리 알 수 있도록 안내문을 게시해야 한다. 촬영한 영상을 30일 이상 보관하고, 이후에는 주기적으로 삭제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영상이 분실·유출·훼손되지 않도록 필요한 여러 조치도 취해야 하고, 거부 사유에 해당돼 촬영을 거부했을 경우 기록해 보관하는 '촬영요청 처리대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여러 조치를 취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수술 녹화에 환자가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관여돼있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수련병원의 전공의 수련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기타 이에 준하는 경우 등은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해당 사유로 병원·의료진이 촬영 거부에 나서면, 경우에 따라선 촬영을 신청한 환자와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수술 장면 촬영을 요청하는 것이 결국은 병원이나 의료진에 대한 불신으로 비춰질 수 있고, 이것이 의료진과 환자 간 신뢰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당장 시행이 된 만큼 준비는 마쳤지만, 의무화가 향후 의료체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통상적인, 대다수 의료진은 환자 생명을 지키기 위한 진료에 최선을 다한다. 이는 수술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수술장면 촬영여부가 최선 여부나 수술 결과에 영향을 준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행정적인 부분에서 환자 신청과 촬영 거부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마찰과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걱정이다. 의무화가 의료체계에 자연스러울 만큼 안착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덧붙여 제도 시행 초기이니만큼 계도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반에 깔린다.

앞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6개월 수준 계도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대학병원 관계자는 "이번 의무화가 2년 유예를 거쳤다지만 가이드라인이 내려온 것은 한 달 전이다. 시행규칙도 최근 들어서야 확정됐다. 준비하거나 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고려해서 당분간은 계도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초기엔 시행착오가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에 법 위반 시 처분을 곧바로 적용하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의료계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안정적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선 다소 공통된 의견을 갖고 있다.

복지부는 25일 공식 입장을 통해 "입법 취지를 잘 달성할 수 있도록 안정적 시행을 위해 노력하겠다. 지자체 등과 함께 의료기관 현장 상황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직접 현장에도 방문해 관련한 현장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며 "시행 이후 의료계·환자단체 의견수렴을 위한 협의체 회의도 적극 진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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