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공단·심평원 국감, 의사가 아니라 기관장이었어야 했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0-23 06:00

[기자수첩 = 박으뜸 기자] 말 그대로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지난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정감사는 '의사 출신'인 두 기관장의 전문적인 시각과, 취임 후 얼마나 업무를 파악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하지만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었다.

대답은 전반적으로 간결했고, 기관장으로서의 답변보다 '개인적인' 의견이라 정리하는 모습이 많이 포착됐다.

두 기관장 모두 취임 전까지 대단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지난 7월 10대 국민건강보험공단 기관장으로 취임한 정기석 이사장은 감염병 대응 및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다.

서울대 의대를 거쳐 한림대성심병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6년에는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아 메르스 대응을 주도하기도 했으며, 최근까지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 겸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3월 11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관장으로 취임한 강중구 원장도 마찬가지다.

강 원장은 연세대 의과대학 출신으로 동 대학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외과 전문의를 시작해 적정진료실장, 교육연구부장, 진료부원장, 병원장 등을 역임했다.

심평원장에 임명되기 전까지 그는 차의과대학 일산차병원 병원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국정감사에서는 이들이 의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이 탓에 최근 가장 큰 이슈인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서도 답을 해야했다.

그 중 정기석 이사장은 "의대 정원 확대는 필요"하지만 "낙수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이사장으로 나온 자리이지 개인 의견을 말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건보공단은 뒤늦게 '낙수 효과가 미미하다'는 발언을 해명하기도 했다.

국정감사 다음 날, 건보공단이 공식적으로 배포한 보도설명자료에 의하면 정기석 이사장의 발언 취지는 "적정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원가 분석 등에 기반한 적극적인 지원이 함께 추진돼야 하며, 수술 등 고난도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 부담을 제도적으로 완화해 줘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이사장의 답변은 의대 정원 확대라는 예민한 이슈 속에 수많은 기사로 나간 뒤였다.

두 기관장의 태도 문제도 거듭 언급됐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뇌·뇌혈관 MRI 급여확대에 따른 효과 검토' 보고서가 '강요에 의해' 급하게 제출됐다는 정 이사장의 발언이 시작이었다. 여야 의원들의 요청으로 국정감사는 잠시 정회됐을 정도.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근거 자료가 없으면 없다고 하면 된다. 이사장이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정감사에 임하면서 감사위원이 자료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이것을 마치 강요하는 것처럼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지극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정 이사장은 또 해명을 해야 했다. "강요라고 말한 것은 강한 요청이었다는 뜻이었으나, 그 단어가 이렇게 다르게 해석될 줄 몰랐다. 자료는 정확한 데이터였고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한 부분인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반면 올해 국정감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케어)과 건강보험 재정 등에 쏠린 관심 때문에 상대적으로 심평원의 질문 비중이 적었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강 심평원장에게 DUR 의무화, 치료제 급여, 의약품 품절 사태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다만 강 심평원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대부분 간단, 명료, 간결 수준으로 답할 뿐이었다.

10시간이 넘는 국정감사는 아무리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쉬운 자리가 아니다. 의원들의 질의에 끊임없이 답변하고, 그 답변에 따라 정책 변화를 짐작할 수 있기에 신중한 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정감사장에서 이들은 "기관장으로서 성실하게 감사를 받을 것"이라고 선서를 외쳤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는 전문의가 아니라 기관장이었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으로 답변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원들의 충고가 괜한 꼬투리를 잡는 행위가 아니었음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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